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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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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고위층에 필요한 문화의 품격- 정기홍(논설위원)

문화·예술 행사서 인사말만 하고 자리 뜨지 말고 관심을…

  • 기사입력 : 2013-04-1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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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란한 계절, 4월의 봄이 찾아왔건만 한반도 긴장과 진주의료원 사태로 국가든, 경남이든 문화가 관심의 대상 밖으로 내몰려 있는 느낌이다.

    가수 싸이(36)의 ‘강남 스타일’이 또다시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22일 유튜브 사상 첫 ‘10억 뷰’라는 신기록을 세운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지난 6일 유튜브 조회수가 15억 건을 돌파했다.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강남 스타일’이 언제 어디서 멈출지 모르는 조회수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는 한국 콘텐츠 사상 처음으로, 한국 대중문화의 역사적 획을 긋고 있는 중이다. 문화력이 국력으로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국인인 그녀가 두 팔을 활짝 벌려 노래할 때, 프랑스 관객들이 신흥종교에 홀린 신도들처럼 넋이 나간 채 조용한 탄식만 뱉었다고 한다. 다름아닌 지난달 25일 밤, 그 유명한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노트르담 대성당 사이에 위치한 프랑스 최고의 무대, 오페라하우스 샤틀레극장(Theatre du Cha telet)에서 열린 재즈 가수 나윤선(44)의 공연에 참석한 관객들의 반응이다. 1650개의 객석이 꽉 찼으며 관객 대부분은 문화적 자존심이 강한 파리 시민들이었다고 한다. 나윤선이 지난달 12일 내놓은 새 음반 ‘렌토(Lento)’는 프랑스, 독일, 스위스, 벨기에, 노르웨이 재즈차트 1위에 올랐다. 샤틀레극장의 한 프로그래머는 “저는 그녀를 수식할 수 있는 단어를 알지 못한다”고 표현했고, 그날 밤 세 번의 앙코르 끝에 겨우 공연이 끝난 뒤 크리스티앙 토비라 프랑스 법무장관이 찾아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문화와 예술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하고, 영혼마저 빼앗는 힘을 지녔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 예술에는 소홀하다. 드라마와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류 붐이 불었을 때 비로소 우리의 문화가 세계적 수준임을 알게 됐고, 가장 저급한 술로 취급되던 막걸리가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을 때 막걸리에 대한 새로운 연구들이 시작되면서 아주 괜찮은 술로 정착됐다.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최근에야 ‘밀양아리랑 보존회’가 결성되기도 했다.

    지구상의 인간들은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선진국부터 아프리카 소수민족까지 전통을 중요시한다. 우리는 급속한 경제 발전 탓인지 전통에 대한 중요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우리의 문화와 예술이 여전히 홀대받지는 않은지.

    일례로 경남도와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달 30~31일 이틀간 창원시 용지문화공원에서 ‘2013 경남민속문화의 해’ 선포식과 관련, 민속축제한마당을 개최했다. ‘2013 경남민속문화의 해’의 의미와 출발을 알리고 민속문화의 가치를 되새기는 해가 되기를 바라는 행사였다. 민속문화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 및 정리를 바탕으로 소멸 위기에 처한 민속문화 유산의 발굴 및 보존,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민속문화유산을 지역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열었다고 하는데, 사실 기대를 거는 도민들은 거의 없다.

    문화·예술은 일회성 행사로 끝나면 관광자원으로의 활용은 요원하기만 하다. 특히 자치단체장의 마인드를 비롯, 자치단체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은 늘 시책의 후순위다. 경남도 예외는 아니다. 문화예술 예산이 전국 꼴찌 수준이다. 올해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의 예산을 비교하면 경남도의 문화예술 예산은 올해 도 전체 예산 6조2077억2291만 원의 0.57%인 356억3295만 원으로, 전국 9개 광역자치단체 중 경기도 다음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기도의 구성비는 0.55%로 경남보다 낮지만 문화예술예산의 절대액은 690억2870원으로 경남도의 두 배에 육박한다.

    문화·예술은 형식이 아니라 열정이다. 특히 단체장들이 문화·예술 행사 때 인사말만 끝내고 ‘자리뜨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관심을 갖고 가슴으로 문화·예술을 맞이한다면 신사의 품격과 함께 주민도 행복할 것이다.

    정기홍(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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