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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113) 대안을 찾아내는 논술

어떻게 하면 ‘논문 표절’ 사라질까

  • 기사입력 : 2013-04-1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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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엔 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석사 논문 표절 의혹이 큰 파문을 일으켰죠. 특히 인기 강사 김미경 씨와 연예인 김혜수·김미화의 논문 표절 의혹은 언론에 집중 보도되면서 이슈가 됐어요. 논문 표절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잊힐 만하면 터지는 ‘고질병’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오늘 논술탐험에서는 어떻게 하면 논문 표절이 이 땅에서 사라질 수 있는지 고3 학생과 대화를 통해 대안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글샘: 인기 강사 김미경 씨는 지난달 ‘남녀평등 의식에 기반을 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의 효과성 분석(2007년)’이라는 석사 학위 논문이 짜깁기 의혹을 받았지. 김 씨는 트위터에 사과글을 게재하면서 “학계의 기준에 맞추지 못한 것은 실수였지만 제 양심까지 함부로 팔지는 않았다”고 밝혀 또다시 여론의 화살을 맞았단다. 글짱은 고교 3학년 학생으로서 학위 논문 표절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니?


    글짱: 왜 학위 논문 파문이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들에게만 일어나는지 의문이에요. 그 분야에서 석사나 박사 학위가 없어도 될 만큼 전문가 반열에 있는 이들도 학위를 따야만 대학 강단에서 인정해주는 사회 풍토가 문제라고 생각해요. 외국에서는 학위가 없어도 대학서 강의하고, 교수 임용도 된다는 신문 보도를 봤거든요.

    글샘: 그건 지적을 잘했어. 우리나라에서는 논문의 위력이 너무 큰 게 문제지. 그럼 왜 수십 년간 표절 파문이 계속되는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예방하거나 근절시킬 대책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글짱: 표절 당사자는 시간이 흘러 파문이 수그러들면 다시 활동하고, 논문을 통과시켜준 교수는 징계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에 악순환이 되는 것 같아요. 아마 이번 유명인 표절 파문도 몇 달 후면 또 조용해지겠죠.

    글샘: 만약 대입 논술시험이나 면접에서 ‘논문 표절을 근절하는 획기적 방안을 마련해 보라’는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답하겠니?

    글짱: 일단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보도를 보니 김미경 씨는 tvN ‘김미경쇼’에서는 하차하고 강연은 조심스럽게 하는 것 같던데요. 그리고 김혜수는 석사 학위 논문 ‘연기자의 커뮤니케이션 행위에 관한 연구(2011년)’의 표절 의혹을 받고는 즉각 사과한 때문인지 아무 일 없는 듯이 TV 미니시리즈 ‘직장의 신’에 출연하고 있고요. 반면에 김미화는 석사 학위 논문 ‘연예인 평판이 방송 연출자의 진행자 선정에 미치는 영향(2001년)’이 표절 논란에 휩싸이자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뒤 농사 지으러 간다고 했거든요.

    글샘: 논란에 대처하는 방식에 따라 강경하거나 관대하게 갈리는 ‘여론의 심판’도 문제라고 할 수 있지. 당사자로서는 해명도 해야 할 텐데, 무조건 사과부터 하면 면죄부를 주니까 말이지. 김미화나 김미경 씨의 경우엔 표절 의혹에 대해 처음부터 억울하다며 해명하다가 역풍을 맞은 셈이지.

    글짱: 어느 신문 칼럼에서는 김미경 씨의 표절 의혹이 있은 직후 “평소의 화통한 어법처럼 ‘촌년이 욕심을 부렸다. 죄송하다’고 화끈하게 말하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다”는 요지로 글을 썼더군요. 만일 김미경 씨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면죄부를 준다면 그게 바람직한 걸까요?

    글샘: 지금 우리 사회에는 표절이나 대필 논문으로 학위를 딴 사람이 아주 많을 거야. 그들은 ‘그 당시엔 관행이었다’고 항변하겠지. 하지만 가짜 논문으로 학위를 따는 건 부도덕한 행위야. 이제라도 가면에 가려진 허상을 드러내려면 사회적으로 엄격한 잣대를 마련해야겠지.

    글짱: 학위를 자진 반납할 수 있게끔 자수기간을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표절 논문으로 석사 이상의 학위를 받은 사람이 그 기간 내 해당 대학에 자진 신고하고 학위를 반납하면, 앞으로 어느 누구든 그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도록 법제화돼야 한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장관 후보자로 인사청문회에 섰을 때도 ‘예전의 표절 과오’에 대해선 추궁할 수 없게끔 하는 면죄부를 주는 거죠. 물론 진정으로 학위가 필요한 사람은 다시 자기 힘으로 논문을 써서 특별 재심사를 통해 정당하게 취득할 수 있는 기회도 보장해 줘야 하고요.

    글샘: 아주 획기적인 발상이구나. 논술시험에서 그런 방안을 밝히면 심사위원들로부터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2000년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인사청문회에서 표절 또한 도덕성 검증 자료의 하나로 이슈가 되곤 했지. 표절 논문 자진 신고가 정착된다면 앞으로 청문회에서는 그런 논란도 없어지겠지.

    글짱: 또 있어요. 그럼에도 학위 논문 표절이 드러난다면 해당 대학의 논문지도 담당 교수에겐 1년간 교수직을 정지시키는 등 강력한 페널티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글샘: 네 생각이 표절 근절 대책에 반영됐으면 좋겠어. 표절 교육 강화와 같은 예방책도 필요하지만 징계 수위에 관해서도 구체적인 법제화가 뒤따라야 할 거야. 이와 함께 그 분야에서 능력과 경험이 있는 전문가라면 누구든 대학 강단에 설 수 있도록 대학 강의의 문호를 더욱 넓혀야 하는 것도 필요하겠지. 논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표절이나 대필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어. 이론적 성과나 평가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논문을 통해 학위를 받도록 하고, 실기를 중요시하는 분야에서는 이에 상응한 요건을 통과하면 학위를 주는 개선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겠지. 부조리가 있어도 제도를 바꾸지 않는 사회가 가장 문제겠지. 그런 풍조를 바꿔 나가야만 이 땅에서 논문 표절 파문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거야. 오늘 논술탐험은 이 정도에서 마치자꾸나.

    편집부장 s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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