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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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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우리집 냉장고의 전력소비량은 세계 몇 번째일까?- 김명록(에너지관리공단 경남지역본부장)

  • 기사입력 : 2013-04-2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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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봄은 유난히 꽃샘추위가 더 기승을 부렸던 것 같다. 중부지방은 4월 초순에 때 아닌 춘설이 내려 봄과 겨울이 상존하는 진풍경을 만드는 한편, 남쪽지방은 전반적으로 낮은 기온 탓에 막 싹을 틔운 농작물과 꽃을 피운 과수원에 냉해가 우려될 정도이더니, 엊그제는 경북 영덕의 낮 최고기온이 31.3도까지 올랐다.

    그나마 우리 경남지방은 예년에 비해 일찍 핀 벚꽃과 봄꽃 덕분에 군항제를 비롯해 봄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어 다행이었는데…. 이제야 벚꽃이 피는 중부지방은 봄을 맞자마자 여름으로 바로 넘어갈 것 같다.

    무더운 여름철이면 시원한 것을 자주 찾게 되고 음식이 쉽게 상하기 때문에 가정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가전제품이 냉장고일 것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상하기 쉬운 음식이나 김치 등을 플라스틱 통에 넣어 줄을 매달아 우물에 담가 놓거나,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진 곳에 물을 받아놓고 담가 놓았던 옛날 추억이 떠오른다.

    요즘은 냉장고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으며, 갈수록 용량도 커져 대용량의 양문형 냉장고가 대세이며, 더욱이 김치냉장고까지도 집집마다 필수적인 가전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연유로 냉장고가 우리 가정에서 가장 전력소비가 많은 가전제품이 된 것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용하던 구형 냉장고가 고장이 나서 최신형 대용량 냉장고로 교체하고서도 전기요금이 전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을 느끼지 못한다고 얘기하는 주부들이 많다. 왜 그럴까? 그 비밀은 정부가 1992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때문이다. 냉장고를 보면, 냉장고 전면에 원형의 에너지 소비효율 라벨이 부착돼 있다. 에너지소비효율라벨에는 초록색 1등급부터 빨간색 5등급까지 그 냉장고의 에너지소비효율 등급과 월간 소비전력량 및 시간당 이산화탄소 발생량, 그리고 연간 전기요금이 표시돼 있다. 한마디로 그 냉장고 사용에 따른 에너지 관련 정보를 이 라벨에 모두 표시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냉장고를 구입할 때 디자인과 기능이 비슷하다면 전기요금이 적게 나오는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냉장고의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은 어떻게 정할까? 정부에서는 1992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의 에너지절약기술 개발 추세와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기술 발전 수준을 감안해 시의적절하게 냉장고의 ‘최저소비효율기준’을 정해 제조업체에 제시하고, 이 기준에 미달되는 저효율 냉장고는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냉장고 제조업체의 에너지절약기술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한편, 냉장고의 최저 에너지효율을 기술수준에 맞게 점진적으로 향상시켜 원천적으로 국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정부에서도 제조업체의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한다.

    따라서 냉장고 제조업체에서는 새로운 모델의 냉장고를 생산할 때마다 그 냉장고의 월간 전기소비량을 정부가 지정한 전문시험기관에 측정을 의뢰하고 그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아 이를 에너지관리공단으로 제출해 최저소비효율 이상임을 신고하고, 측정된 월간 전기소비량을 기준으로 정부가 정한 소비효율 등급 단계별로 1등급에서 5등급의 에너지소비효율 라벨을 의무적으로 부착해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제도의 운영 결과, 냉장고 1ℓ기준으로 1996년에는 연간 소비전력이 1.750㎾h였던 것이 2010년에는 0.719㎾h로 전기소비량이 무려 59%나 줄었다. 또한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세계 각국의 냉장고를 대상으로 에너지효율을 국제 비교했더니 한국의 냉장고가 미국이나 유럽국가를 제치고 전 세계에서 에너지 효율 수준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냉장고가 가장 잘 팔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김명록(에너지관리공단 경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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