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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몸에 좋고 보기 좋은 집 (11) 창원시 동읍 봉산리 우순근·강여주 화가의 집

화가 부부가 자연에 그린 ‘꿈의 궁전’

  • 기사입력 : 2013-05-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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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동읍 봉산리 우순근·강여주 화가의 집은 집 전체가 캔버스 느낌을 준다. 화가 부부의 붓놀림 같은 손길이 집 곳곳에 묻어난다.



    화가들이 사는 집이 궁금했다.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화폭에 담아내는 솜씨만큼 화가들의 집은 은밀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다.

    창원 동읍 봉산리에서 한국화를 전공하는 남편 우순근(41), 서양화를 하는 아내 강여주(37) 화가 부부 집을 찾았다.

    최근 25호선 국도가 개통되면서 창원시내와 가깝고 진영IC와도 인접해 거주지로 각광받고 있는 동읍 일대는 아파트 외에도 전원주택들이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우 화가 집에 도착하니 옆 공터에도 새로 집을 짓기 위해 터 작업을 해 놓았다.

    밖에서 바라본 우 화가 집은 나지막한 1층짜리 한 채로 아담하고 소박하다는 느낌을 줬다. 반갑게 맞이하는 우 화가를 따라 대문을 들어간 순간, 세상은 달라졌다. 입구에서 현관까지 나무로 만든 S자형 길이 열려 있고 왼편 마당에는 밖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커다란 나무 좌탁이 놓여 있다. 오른편 마당에는 2개의 연못과 봄기운을 받고 파릇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잔디가 있다. 그 사이로 징검다리처럼 둥근 돌로 디딤판을 깔아 마당을 가로지르게 했다.

    마당에는 안주인의 센스가 돋보이는 알록달록한 봄꽃들이 곳곳에서 향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현관 입구 양편에는 분홍 꽃이 핀 화분이 내걸려 있어 화사한 안주인의 마음 같다.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집이다.

    화가 부부가 이사 온 지도 벌써 4년째. 대학교 조교로 일하면서 박사과정을 밟던 우 화가는 어느 날 누적된 과로로 입이 돌아가는 ‘구안와사’에 걸렸다. 창원시내 아파트에 살던 부부는 이참에 욕심을 버리고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 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부부는 주말마다 경남 전역을 돌아다니며 장소를 물색했다. 하지만 아이들 교육이나 경제적 문제 때문에 창원 인근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을 때쯤 부동산업체의 연락이 왔다. 허름한 한 동짜리 집이었지만 하루 종일 햇살이 비치는 양지바른 것이 맘에 들었다. 살던 아파트를 팔고 모자라는 일부는 빚을 내서 충당했다. 화가 부부는 창원 도심과 불과 20분 거리지만 정병산을 사이에 두고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귀의했다.



    그림처럼 집을 그리다

    시골집이 그렇듯 집 한 채와 약간의 마당이 전부였던 이곳은 화가 주인을 잘 만난 덕에 한 폭의 그림이 되기 시작했다.

    안주인 강 화가가 이런 집을 만들고 싶다고 구상을 하면 우 화가는 뚝딱뚝딱 원하던 집을 만들어갔다. 안주인은 자신이 원하는 색깔로 집을 칠하고 그림을 완성시켜 갔다.

    우 화가는 타고난 손재주도 있지만 대학시절 조소(彫塑)를 하면서 공구 다루는 것이 익숙해 집 뼈대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리모델링할 정도로 자신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입구부터 설치한 S자형 나무길을 비롯해 집을 둘러싼 나무데크, 심지어 연못도 2개나 만들었다. 개구쟁이 두 아들을 위해 이동식 그네도 설치했다.

    무엇보다 통유리창으로 둘러싸인 테라스는 이 집의 백미다. 밋밋하게 창문이 있던 곳을 뜯어내고 나무로 긴 평상처럼 만들어 사방을 유리창으로 세웠다. 햇살이 더 들어오게 하기 위해 천장은 반투명 PVC로 덮었다. 테라스에는 가족이 오순도순 앉아 차를 마시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탁자 세트와 러닝머신도 갖췄다. 늦은 시간이면 부부가 마주 앉아 맥주도 한잔 나누고, 손님들과 삼겹살 파티도 연다.

    화가 부부는 본의 아니게 부티 나는 실내 난로도 새로 설치했다. 이전에 살던 사람들이 두고 갔지만 이 난로 때문에 집을 홀랑 태워 먹을 뻔했다. 어느 날 우 화가가 퇴근해 집에 들어오니 벽속에 불이 붙어 벽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급한 마음에 도끼로 벽을 깨부수고 겨우 불을 껐지만 벽면은 온통 시커멓게 탔다. 함석관이 삭아 발생한 화재였지만 다행히 큰 화재로 번지지 않았다. 화가 부부는 이왕 이렇게 된 것 럭셔리한 난로로 바꾸기로 하고 장작난로를 주문해 설치했다. 지난겨울 난로 덕분에 따뜻하게 보냈다. 지난해에는 태양광을 설치해 전기요금도 알뜰하게 아끼고 산다.

    손재주 많은 우 화가는 기존에 있던 싱크대에도 변화를 줬다. 지저분한 앞면을 나무로 붙여 세상에 하나뿐인 싱크대를 만들었다. 식탁도 남의 손을 거치지 않았다. 직접 나무를 사서 만들고 3만 원을 주고 산 타일을 상판에 깔아 세상 어디에도 없는 화가 부부만의 식탁으로 완성했다. TV장을 비롯해 아이들 침대도 우 화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가구도 사지 않고 기성품을 모두 리폼해 사용하고 있다. 우 화가는 아예 창고를 개조해 목공실로 만들어 놓고 시간 나는 대로 집을 고치고 있다. 화가가 아니라 목수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요즘 고민은 사람이 살지 않는 앞집 때문에 보기 싫은 담벼락을 어떻게 꾸밀까 고민 중이다. 집 주인이 팔지 않고 방치하고 있어 임시로 벽면에 나무화분을 설치했지만 조만간 나무로 만든 담을 세울 계획이다.



    2층 올려 알콩달콩 살거야

    우 화가와 강 화가는 창원대 미술학과에서 만난 캠퍼스 커플이다. 군대갔다가 복학한 우 화가가 신입생인 강 화가에 반해 평생 반려자가 됐다. 이들에겐 큰아들 승우(13)와 아버지를 꼭 빼닮은 작은아들 준우(12)가 있다. 승우와 준우는 하루에도 10명이 넘는 친구들을 데려와 논다. 준우는 마당이 넓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한다.

    안주인은 요즘 아침마다 참새소리를 들으며 마당에 앉아 있는 재미에 빠졌다. 그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햇빛을 쪼이는 것도 일상이 됐다. 안주인은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아파트에 살 때는 가족들이 따로따로 지내는 일이 많았지만 이사 온 후부터는 가족끼리 같이하는 시간이 많다. 때문에 부부는 절대 이 집을 팔기 않기로 했다. 그래서 방 한 칸 정도의 2층을 올려 예쁘게 꾸미는 꿈을 남편에게 요청했다. 남편은 곧 해준다고는 했는데 언제 해줄지는 모르지만 기대가 크다. 우 화가는 6개월 정도만 시간을 내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대공사의 시작이 두려워 미적거린다.

    우 화가의 그림에는 유독 집이 많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랄 때 본 시골집과 추억에서 오는 느낌을 모티프로 감성을 드러내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림 속에서 그의 집은 무릉도원 같은 꿈의 궁전을 동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집 옆에는 조그마한 복층 규모의 작업실을 완성했다. 역시 우 화가의 손길을 거쳤다. 창원 사림동 작업실의 그림을 하나씩 옮기고 있다. 전시실 겸 화실로 마무리되고 나면 화가 부부의 꿈의 궁전이 완성된다.

    화가라는 같은 길을 가는 이 집 부부는 항상 웃는 얼굴이다. 서로의 일을 잘 알고 이해하다 보니 수입이 적어도 큰소리가 나지 않는다. 서로의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싸울 일이 없다. 그래서 부부를 닮은 이 집은 웃고 있는 듯하다.

    다가오는 여름밤 마당에서 삼겹살 잔치를 하자는 화가 부부의 약속이 기다려진다.

    글=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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