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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28년간 결혼식 주례 장문석 씨

부부 첫 출발 3000쌍의 ‘행복 길잡이’

  • 기사입력 : 2013-05-2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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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문화원 부원장인 장문석 씨가 신랑 신부에게 ‘거울론’ 을 강조하며 화목한 결혼생활을 당부하는 주례사를 하고 있다.

    장문석 씨가 주례에 앞서 주례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누군가 새출발을 하는데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이겠습니까.”

    40세 때부터 30년 가까이 마산지역에서 결혼식 주례를 맡아 온 장문석(68) 씨는 행복행 기차를 타고 새출발을 하는 부부 3000여 쌍의 희망의 첫길을 안내하고 있다.

    그를 ‘주례 세계’에서는 아주 젊은 40세 때부터 단상에 서게 한 것은 대한웅변인협회 경남도본부 회장을 20여 년간 맡고 있는 그의 이력 덕택이다. 첫 주례는 옛 마산 오동동 명성예식장에서다. 당시 웅변학원을 하고 있었는데 예식장에서 주례 의뢰가 들어왔으며, 40세 나이로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그는 신랑신부들이 젊은 주례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 보이게 하려고 안경을 쓰고 복장도 노숙하게 꾸미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한다.



    주례는 예화 들어 간단명료하게

    그의 주례 철칙은 실례를 들어 5분이 넘지 않게 간단명료하게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예식이 30분으로 짧아 그랬고, 요즘에는 예식 시간이 길어졌지만 이벤트식 행사가 많아 주례를 길게 하다가는 눈치를 보기 십상이라 짧으면 짧을수록 좋단다. 이를 위해 도움이 될 만한 글귀를 찾아 다듬고 5분 내에 주례를 할 수 있도록 자주 연구를 한다.

    “예전 결혼식은 부모에게 인사드리는 순서가 없어 주례사 단골메뉴가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틀에 박힌 주례사를 하면 주인공은 물론 하객이나 혼주들이 주목을 하지 않아 민망한 경우도 있죠.”

    따라서 신랑신부의 직업이나 부모 유무, 계절, 종교, 살아온 환경 등에 따라 주례 내용을 바꾸고 시사성도 가미해야 고개가 끄덕여지는 주례사가 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누군가 하는 이야기들을 흘려 듣지 않고 응용하기도 하고 신문, 잡지, 수필집에서 눈에 띄는 글이 있으면 바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의 주례사 들어보니

    그는 수천 번 주례를 서다 보면 기계처럼 주례사를 읽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항상 진심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주례를 한다. 그리고 무언가 한 가지 기억에 남는 말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요즘은 “오늘부터 두 사람은 가정에 소 3마리를 키워주기 바란다. 이 소는 사료를 먹지 않는 소라며 남편이 무슨 말을 하면 아내는 무조건 ‘옳소’하고 옳소를 키우고, 아내가 말을 하면 남편은 ‘맞소’하고 맞소를 키우고, 의견이 대립되면 ‘그렇소’ 하고 그렇소를 키워주길 바란다”며 운을 띄우고 “아침 저녁으로 이 소 3마리를 키우면 이 세상 살아가기가 어렵고 힘들다 해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또 미국의 유명한 스미소니언 박물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박물관 미술관에 키가 큰 사람이 그림 앞에서 허리를 꾸부려 어정쩡한 자세로 그림을 감상해 옆에 있던 사람이 ‘왜 그런 자세로 그림을 감상하냐’고 묻자, ‘나는 초등학교 교사로 내일 학생들과 미술관 견학을 하기로 했는데,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그림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미리 보고 설명을 해주기 위해서’라고 답했다는 내용이다.

    그는 ‘아내를 바라볼 때 내 눈높이에서 보지 말고 아내의 눈높이에서 아내를 바라보고, 아내는 남편의 눈높이에서 상대를 바라보면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마무리하며 주인공들의 첫걸음을 인도한다.

    그는 “이 외에도 평강공주와 바보온달 이야기,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이야기, 손기정 선수의 마라톤 이야기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일화를 들어 주례사를 하는 덕에 지금까지 3000여 쌍의 결혼식을 치를 수 있었다”며 “신랑신부가 그날은 정신이 없어 잘 듣지 못하는데 기억에 남는 일화를 들려주면, 다른 것은 다 잊어버려도 그런 부분은 기억을 하더라”며 미소 지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부는

    그가 하루에 가장 많이 주례를 한 기록은 9쌍이라고 한다. 2011년 봄 길일이었는데, 오전 11시부터 30분 간격으로 쉬지 않고 3시까지 주례를 할 만큼 강행군을 소화하기도 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부는 3년 전 장애인 신랑신부가 결혼을 할 때 그 표정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 보여 주례를 할 때 뿌듯했다고 한다. 또 며칠 전에는 베트남 신부와 결혼하는 신랑의 어머니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던지 그런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하다고 한다.

    “결혼식 시작부터 끝까지 눈물을 흘렸는데 홀어머니 밑에서 자라 마흔이 넘어 아들을 장가보내는 그 마음이 이해가 되더군요.”

    또 10여 년 전에는 눈이 많이 오는 바람에 신랑신부가 도착하지 않아 12시 예식이 오후 5시로 미뤄진 적도 있었다고 한다. 부모가 오지 않으면 이모나 고모 등 먼저 오는 친인척이 부모 자리에 앉아 진행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예식을 미룰 수밖에 없다.

    신부가 긴장을 많이 했는지 갑자기 휘청거려 신랑이 부축해 예식을 진행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는 표시 나지 않게 최대한 빨리 끝내줘야 합니다. 그런 것이 주례의 경륜이죠.”

    그에게 덕담을 부탁했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30%만 상대의 덕을 보고 70%는 내가 주겠다는 생각을 하면 어느 누구와 결혼해도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상대 덕을 70~80% 보려고 하니까 행복해지지 않고 갈등을 겪게 되는 거지요.”

    그는 또 ‘거울론’을 내세우며 자신이 먼저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거울을 바라보면 거울 속에 있는 사람이 먼저 웃는 법은 없습니다. 내가 웃으면 거울 속에서도 웃고, 내가 화를 내면 거울 속에서도 화를 내게 됩니다. 부부 사이는 거울을 보는 것과 같아 항상 내가 먼저 웃고 내가 먼저 사랑한다는 말과 내가 먼저 행복하다는 말을 하면서 욕심을 버리고 서로 사랑하기 바랍니다.”

    그는 마산문화원 부원장을 10년 전부터 맡고 있으며, 창원대 평생교육원 ‘스피치 리더십 최고과정’ 교수를 8년째 하고 있다. 또 대한웅변인협회 경남도본부 회장을 20여 년간 맡으며 웅변의 저변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글= 이종훈 기자 leejh@knnews.co.kr

    사진= 전강용 기자 j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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