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경남비경 100선] (19) 함양 대봉산 철쭉

산에서, 작별 인사하는 분홍빛 봄
휴양림에서 정상 천왕봉까지는 1시간 거리라 힘들지 않고 길가 철쭉에 눈이 즐겁다
수시로 몰려왔다 흩어지며 풍경을 지웠다 그리는 물안개도 봄산행의 운치를 더한다

  • 기사입력 : 2013-05-23 01:00:00
  •   
  • 함양 대봉산에 활짝 핀 철쭉.
    대봉산 천왕봉 너머 그림처럼 나타난 지리산 천왕봉 모습.


    함양 대봉산은 민족의 영산이자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과 국립공원 10호인 덕유산의 중앙에 위치해 있는 곳이며, 능선에서 지리산과 덕유산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예부터 큰 인물이 날 때면 봉황(鳳凰)이 근처 오동나무에 깃들여 노래하고, 춤추던 장소였다고 구전(口傳)되어 오고 있다.

    오동나무가 많았다고 구전되고 있으나, 지금은 화전(火田) 등으로 인해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으며 밋밋한 산 능선을 따라 철쭉 군락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대봉산은 괘관산이라 불렸다. 걸 괘(掛) 자에 갓 관(冠) 자를 쓰는 괘관산은 ‘갓걸이산’이라는 뜻을 가졌으며, 옛날 천지개벽이 일어났을 때 산 정상의 바위 지대에 갓을 걸어둘 만큼만 남고 모두 물에 잠겨 붙은 이름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에 함양군은 괘관산이란 이름이 의관을 걸어 놓고 쉰다는 의미로 볼 수 있어 함양에 큰 인물이 나지 않는다는 여론에 따라 대봉산으로 개명했다. 2009년 국토지리정보원의 승인을 받아 공식 지명이 됐다.

    대봉산 산등성이는 밋밋한 육산으로 능선에 짙은 숲이 없어 전망이 좋다. 겨울에는 눈이 많아 설화가 만발하고, 봄이면 철쭉꽃이 능선을 수놓아 함양 8경의 하나에 대봉산 철쭉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가을철 산등성이를 따라 억새가 하얀 솜털의 꽃을 피우는 장관을 연출하는 등 이 산은 화원의 동산이라 표현해도 좋다.

    대봉산 천왕봉(1228m)은 함양군 병곡면 대봉산 휴양림에서 출발하는 코스와 지곡면 도숭산, 서하면과 백전면의 경계인 빼빼재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함양 IC에서 상림숲을 지나 병곡면 대봉산 휴양림까지는 20분 거리이며, 휴양림에서 천왕봉까지는 1시간 정도면 누구나 산행을 할 수 있고, 산행 중 좌우측에 철쭉 군락이 형성돼 있어 보는 이의 가슴을 짜릿하게 하는 등 또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휴양림 입구에 저수지 공사가 진행 중이라 초입 일부분은 비포장 상태로 출발한다. 한참 올랐을까, 물안개로 주위 철쭉이 하나둘 피어 있는 것만 보일 뿐 10m 이상 떨어진 곳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봉산 휴양림에서 1㎞ 지점에 ‘마평마을 3.5㎞, 천왕봉 0.7㎞’라는 이정표가 반긴다. 이정표 주위에는 철쭉이 많이 피어 오늘 좋은 산행이 되겠구나 하는 희망으로 산행을 계속했다. 그러나 철쭉은 반쯤 피었을까. 물안개 때문에 건너편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 철쭉은 진달래처럼 잎도 하늘하늘하고 빛깔도 옅은 분홍빛이다. 그러나 꽃잎을 만져 보면 찐득한 느낌이 들며 철쭉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산행을 시작한 지 1시간쯤 되었을까? 천왕봉 정상에 도착했다. 천왕봉 주위에는 철쭉이 이제 피기 시작해 이번 주말께 만개할 것 같다. 바람도 세차게 불면서 물안개가 좌우로 날아다닌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천왕봉 정상이다. 정상 부근 철쭉 군락지는 이제 막 꽃망울을 피우기 위해 준비 중에 있어 다음 주에 꽃망울을 볼 것 같다. 다시 물안개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10분을 기다리자 또 바람이 불면서 지리산 천왕봉이 한눈에 보이더니 순식간에 사라지곤 한다.

    잠시 후 바람소리와 함께 참새의 울음소리가 계속 울린다. 정말 이곳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천왕봉은 더욱 매력적이다.

    조금 더 올라 계관봉 가는 길에는 누구나 멈춰 기념사진을 찍는 명물 나무가 있다. 보호수 비석까지 있어 평범한 나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수령이 1000년에 이른다는 천년 철쭉이다. 천왕봉의 철쭉과 달리 절벽 바위 사이에 뿌리를 내렸다.

    메두사의 머리처럼 살아 꿈틀거리는 묘한 자세로 가지를 뻗었다. 벼랑 끝에서 추락의 공포와 찬바람을 견뎌내고 척박한 바위 틈에서 살아남은 천년 철쭉. 역경 속에 봉황 같은 인물이 난다고 이야기한다.

    계관봉 정상 부근은 거대한 바위로 형성되어 있고 그곳에서의 전망은 그야말로 일망무제다.

    대봉산은 철쭉 군락으로 형성된 함양의 숨겨진 명산이다.

    올해 철쭉은 대봉산 철쭉이 마지막 볼거리를 제공할 것 같다. 글·사진= 서희원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서희원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