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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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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정상화 힘겨운데 인력까지 빼가다니…”

설계핵심인력 경쟁업체 옮겨
지난해 50명 이어 올해 70명
인력 모자라 선박 건조 차질

  • 기사입력 : 2013-05-3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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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을 신청한 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악전고투하는 틈을 이용해 선도기업(동종업계에서 앞서가는 기업)의 인력 빼가기가 도를 넘게 자행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30일 국내 굴지의 조선해양플랜트 선도기업인 H 그룹이 최근 STX조선해양의 자율협약 체결 과정에서 대규모 경력 공채를 진행해 70명이 넘는 회사 엔지니어를 무더기 채용한 것으로 자체조사 결과 확인됐다고 밝혔다. H 그룹이 채용한 설계인력들은 선박건조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인력이다.

    STX조선해양에 따르면 H 그룹은 지난해에도 50명이 넘는 STX조선해양 설계인력을 경력 채용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벌써 70명이 넘는 엔지니어를 빼가 설계 부서가 정상 운영되지 못할 지경이다.

    업계 후발주자인 STX조선해양은 기술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지난 2003년부터 신입사원을 채용해 10년 가까이 설계 전문가로 육성했는데, 이 중 대리, 과장급 실무자들이 지난해부터 H 그룹으로 대거 빠져 나갔다.

    STX조선해양은 160척의 수주선박을 경영 정상화의 희망 척도로 바라보고 있는데, 공정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지금의 설계와 생산 인력으로도 손이 모자란다.

    최근 STX조선해양을 타깃으로 한 H 그룹의 무작위 경력채용 이후 전장과 선장설계 부서에는 약 40명 정도인 한 개 팀에서 설계 실무자 10명이 동시에 빠져나가는 등 핵심 인력이 대거 유출되면서 선박건조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TX조선해양은 이번 사태가 여타 업종 간 인력 유출과는 의미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H 그룹의 행태에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수주산업인 조선업은 인력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예측 가능해 수주물량에 맞춰 인력 수급계획을 수립해 채용하고 인력을 양성해 운용해야 함에도 해당 기업은 제대로 된 인력 수급계획도 없이 기술인력 양성에는 손을 놓고 있다가 타사가 어려운 틈을 이용해 핵심인력을 데려가고 있다"면서 "수주 상황에 따라 인력을 채용하고 육성한 인력이 이처럼 한꺼번에 빠져 나가게 되면 공정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의 특성을 고려해 국내 조선업체가 회원사로 등록해 있는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지난 2007년 회원사 간 '고용질서확립협약'을 체결해 조선업체 간 인력스카우트 및 협력사 간의 무질서한 인력이동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H 그룹의 도를 넘은 인력 빼가기 행태에 당시의 '고용질서협약'은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STX 측은 전했다.

    STX조선해양은 더 이상 인력유출이 발생할 경우 회사 존립이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H 그룹의 무분별한 인력 빼가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서한문을 발송해 H 그룹의 도 넘은 행태에 제동을 걸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H 그룹 측은 "해양플랜트 수주물량이 많아 경력사원 채용을 많이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회유 등의 방법으로 인력 빼오기를 하고 있지 않다. STX의 사정이 어려워 자발적으로 경력시장을 통해 지원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우리 쪽에도 우수한 인력이 많은데 빼내기를 할 이유가 없고, STX에서 이 문제를 고의적으로 확대시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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