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의창구 사회복지과 서옥희 사례관리담당이 지난달 30일 수연·두나 자매의 집을 방문, 가정형편을 파악하고 있다.
중학교 3학년인 수연이와 초등 5학년인 두나 자매는 성(姓)이 다르다. 한 엄마에게서 태어났지만, 아빠가 다르기 때문이다. 엄마의 첫 번째 이혼으로 언니 수연이는 걸음마도 하기 전에 외조부모에게 맡겨졌다. 동생 두나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두 번째 결혼에도 실패하면서 언니와 같은 신세가 됐다.
두 자매가 의지하고 있는 할아버지(72)와 할머니(67)의 가정형편은 더 눈물겹다. 젊은 시절엔 마산회원구 합성동에서 운영했던 식당이 번창해 제법 큰 재산을 모은 적도 있었지만 할머니가 40대에 당뇨병이 발병, 점차 두 눈을 볼 수 없게 되면서 20년 전에 식당도 접었고 치료비 등으로 모은 돈을 소진했다.
이후 경제능력을 상실하면서 식당사업 자금 등으로 융통한 은행채무를 갚지 못해 남은 재산인 집마저 경매로 넘어갔다.
조부모는 2명의 남매를 두었으나 두 손녀의 엄마는 2년 전 돈을 벌어오겠다며 집을 나간 후 여태껏 생사조차 알 수 없다. 올해 43세인 외삼촌은 5년 전 호주로 이민을 떠나 간혹 전화로 안부를 물어올 뿐이다.
유일한 부양의무자인 외삼촌마저 이민을 가버려 조부모는 기댈 언덕이 사라졌다. 그래서 창원시 의창구 북면 마산길 33 농가 축사를 개조한 방 한 칸과 부엌 겸 거실을 무료로 임차해 근근이 살고 있다. 그것도 한때 이웃이었던 모 교회 장로가 딱한 사정을 듣고 배려해준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년 5월까지만 머무를 수 있다. 용도가 생긴 주인이 비워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모아놓은 돈이 없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태산이 무너지는 심정이다.
“내년 5월이면 1년이 채 안 남았는데, 내가 건강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돈을 융통해보겠는데, 우리 처지에 새 거처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고령에다 병세마저 악화되면서 네 식구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기초생계비와 장애연금 등 월 90만 원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할아버지는 청각 6급 장애에다 노인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할머니는 시각 1급장애에다 당뇨합병에 따른 심장쇠약, 무기력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이 할미라도 건강했다면 돈을 벌어 외손녀들을 불쌍하게 키우지는 않을 텐데…. 마음은 있어도 앞이 안 보이니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너무 답답합니다. 아빠, 엄마라고 한 번도 불러보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요. 그래서 꾸중할 일이 있어도 못합니다.”
앞을 볼 수 없어 손자들의 부축을 받아 겨우 밖으로 나온 할머니는 소리내 울먹였다.
“내가 30년 가까이 당뇨를 앓지 않았다면 우리 가족이 이렇게 안 됐을 것인데, 당장 내년부터 아이들 데리고 갈 곳이 없는 것이 가장 큰 걱정입니다.”
이런 가정형편에도 두 자매는 해맑고 씩씩하게 학교 생활을 하면서 꿈을 키워가고 있다.
언니 수연이는 초등 4학년 때 컴퓨터 자격증을 땄고, 중학교에 진학해선 학교 풍물단에서 꽹과리를 맡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소원을 묻자 제법 어른스럽게 답했다. “지금 제 형편에선 한일전산여고에 진학해서라도 빨리 돈을 벌어 할머니, 할아버지, 동생을 도와야 해요. 하지만 주변에서 좀 도와준다면 인문계 고교와 대학에 진학해서 역사학자가 되고 싶은 소망도 있답니다.”
동생 두나는 수줍음이 많다. 소망이 뭐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다가 못 이긴 듯 말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조용히 혼자서 사색도 할 수 있는 저만의 공간을 갖고 싶어요. 그래서 훌륭한 사람이 돼 세상에 유익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글·사진= 이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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