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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개장 1주년 마산 창동예술촌

창원시 불통 … 운영주체 진통 … 예술인 분통 … 상인들 고통

  • 기사입력 : 2013-06-0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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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동예술촌 내 마산예술흔적 골목에 설치된 조형물.
    에꼴드 창동 골목 입구에 작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창원시 불통
    일방적으로 운영위 구성해
    입주 예술인간 갈등 야기
    (사)창동예술촌 출범해놓고
    책임·권한·예산 안줘


    입주 예술인 분통
    “市 문화예술 인식 부재
    상권 활성화 수단으로 이용
    총괄기획자도 없이 방치


    운영주체 진통
    市 운영위 구성 방침에
    예술가들 의견 분분
    "법인 입주자가 주체 돼야"
    "운영위 꾸려 운영 맡겨야"


    상인들 고통
    "첨엔 점포 늘고 수익 좋더니
    갈수록 찾는 발길 뜸해져
    이대로 방치했다간 큰일
    市, 제대로 된 기획 지원을"




    “마산 창동예술촌 담당 창원시 과장이 20개월 만에 다섯 번이나 바뀐 것을 보면 예술촌이 얼마나 심각한 위기상황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마산 창동예술촌이 지난달 25일로 개장 1주년을 맞았지만 예술촌을 이끌어 갈 운영주체가 불명확해지면서 표류하고 있다.

    기획과 홍보 부족으로 인해 예술촌을 대표할 만한 브랜드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고, 방문객들의 발걸음도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창원시의 일방적 행정으로 입주 예술인들 간 갈등이 발생했고, 문화예술이 상권 활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되어 버리면서 예술촌의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렸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예술촌을 이끌어 가기 위해 사단법인 창동예술촌을 지난 1월 25일 출범시켰지만 책임과 권한을 주지 않았고, 올해 책정된 예산 2억2000만 원 중 한 푼도 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법인을 무시한 운영위원회 구성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이를 둘러싸고 입주 예술인들 간 갈등만 야기시키고 있다.

    창원시는 마산르네상스의 영광과 쇠퇴한 창동 상권을 되찾기 위해 지난 2011년 3월부터 2년여에 걸쳐 20억 원을 들여 예술촌 조성사업을 하고 있다.

    시는 빈 점포 50개를 임차해 제1차 입주자 50명을 뽑았으며, 창작 작업실과 체험 공방, 갤러리 등이 입주해 있다.

    또 추가로 20개 빈 점포를 임차해 입주자 모집을 하고 있다. 시는 기본적으로 2년간 임대료를 지원하고 시설 인테리어나 관리는 입주자들의 몫이다.


    ◆입주 예술가 심각한 위기 토로

    문제는 이런 외형적인 변화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내부 구성원들의 원동력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입주 예술가들은 심각한 위기를 느끼고 있다.

    개장 초기에는 방문객들이 늘어나면서 예술촌이 곧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를 했지만 창동예술촌 총괄기획을 맡았던 (주)포유커뮤니케이션즈가 지난해 말 계약이 해지된 뒤 기획자 없이 6개월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단법인 창동예술촌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대표를 맡은 박미 씨가 지난 4월 개인적인 이유로 사임을 하고 지금까지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8일 예술촌에서 만난 입주 예술가들은 한결같이 창원시의 대책 마련이 미흡하다고 성토했다.

    정외영 마산미협 회장은 “창원시가 예술촌 총괄기획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난 뒤 대책 마련이 늦어지고 있어 사실상 예술촌이 방치되고 있다”며 “새로운 업체와 계약을 하든지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김창수 창동갤러리 대표는 “공무원이나 외부에서 보는 사람들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지만 입주 예술가 대다수는 헤매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비전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1차 입주자들은 예술촌이 공식적인 개장을 하기 전인 2011년 10월께 계약을 해 7~8개월 후에 입주를 했기 때문에 곧 계약기간 2년이 만료된다. 따라서 이후의 입지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포토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라상호 사진작가는 “갤러리를 운영하기 위해 초기 투자비용 외에 월 100만 원 정도 투자를 하고 있으며, 예술가들이 2년 기간 동안 성과를 내기는 어려운 실정인데 계약이 끝나는 올 11월 이후는 시에서 어떻게 할 것인지 불명확하다”며 “계속 임대료를 지원해 줄 것인지 등 입주자들에게 정확한 방침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창원시 관계자는 “계약이 끝나는 1차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오는 11월 활동평가위원회를 열어 재심사를 활 계획이며, 계약이 연장되는 입주자들에게 임대료를 계속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술촌 운영은 어떻게

    창원시는 창동예술촌을 전문적으로 이끌 운영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사단법인 창동예술촌 이사, 상인회, 예총, 대학교수, 시의원 등 10명 내외로 구성할 계획이다. 시는 운영위원회의 역할과 기구에 대해 아직까지 확정한 것은 없다고 밝히지만, 법인에 제시한 공문에 따르면 운영위원회가 사업·행사 계획 수립과 발전방안 제시, 입주 예술인 선정 및 예술인 활동평가 등 주요 역할을 맡는 것으로 되어 있다. 법인은 친목 모임 정도로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시의 방침에 대해 사단법인 창동예술촌 8명 이사진의 입장이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법인 대표 대행을 맡고 있는 이용수 이사는 이에 대해 말하기를 꺼렸다.

    창원시의 방침에 반대하는 이사진은 예술촌의 운영이 법인과 입주자가 아닌 외부인이 포함된 운영위 중심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조속한 시일 내에 법인 대표를 다시 뽑아 법인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법인 정관에는 이사들의 승인을 받아야 운영위원회를 둘 수 있는데, 시에서 일방적으로 운영위원을 뽑아 정관을 바꿔라고 요구하며, 그렇지 않으면 또 다른 기구를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시에서 요구를 해 법인을 만들었는데 예산 한 푼도 지원을 하지 않아 법인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김영철 이사는 “법인 출범 당시는 시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기획안을 올리면 원천적으로 봉쇄를 하고, 예산이 없다 보니 사무실을 만들 수도 없어 창동예술촌을 방문하는 분들과 소통도 할 수 없게 차단을 해놓고 이제 와서 기회를 줬는데 뭘 했냐며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하면서 쫓아낼 듯이 엄포를 놓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또 “운영위원회는 상인회와 예술촌을 사랑하는 외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법인이 주체가 되어 구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이사는 “창원시가 일방적으로 운영위원을 뽑아 통보를 해왔다”며 “법인에도 실무기획을 할 사람이 있는데, 또 운영위원회를 만들면 어쩌라는 것인가”라고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입주예술가들 사이에서는 별도의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창동예술촌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입주자들 간의 갈등도 없지 않아 보인다.

    라상호 사진작가는 “장르가 다르고 연령층이 다양해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이런 과도기적인 상황을 뛰어넘어야 발전이 있다”며 “입주 예술가들은 작품 활동에 주력하기 때문에 운영에 관여하기는 아주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들의 위치를 불안하게 하지 않고, 예술촌을 발전시키기 위한 시와 예총의 굳은 결의만 있다면, 차선책이라도 운영위원회 제도가 빨리 만들어져 이런저런 문제점이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총괄기획자 없이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이 기획을 하다 보니 예술촌의 정체성이 모호하고 특성 있는 콘텐츠가 없는 등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창수 창동갤러리 대표는 “예술촌의 콘텐츠가 없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지 않기 때문에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되 총괄기획자도 채용해 기획력을 가지고 운영과 홍보·마케팅 등 전문적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총괄기획자를 채용하기보다는 운영위원회가 예술촌을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는 견해도 있었다.

    창동예술촌에서 라디오 전시회를 하고 있는 김호준 마산예총 회장은 “올해 책정된 창동예술촌 관리운영비가 2억2000만 원인데 총괄기획자를 채용하면 인건비가 만만치 않고 한 사람이 입주자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단점도 있기 때문에 그 예산을 입주자들의 활동을 지원하는데 활용하면 더 효율적이다”며 “각기 다른 장르의 전문가들로 운영위원회를 구성, 다양한 계층의 아이디어를 종합해 기획프로그램을 만드는 등의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예술촌이 정착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고 말했다.

    창원시는 “입주자 스스로 주체가 돼 예술촌을 이끌어 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작품 활동에 주력하다 보니 운영에 참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여러 계층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며 “운영위원회를 (사)창동예술촌 내에 둘 것인지, 총괄기획자를 뽑을 것인지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예술촌이 상권 활성화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고 마산예술의 역사를 다지고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예술촌 입주 예술가는 아니지만 창동에서 5년여간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강용 화가는 “문화예술적 감각이 없는 행정 관료들이 예술을 상권 활성화의 수단으로 삼아 예술촌이 프로 예술가보다는 아마추어가 주가 되게 만들어버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며 “마산을 지키면서 묵묵히 예술 활동을 해왔던 많은 예술가들을 재조명하고 그들의 업적이 바탕이 되고 역사가 돼야 창동예술촌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상인들은 어떻게 보나

    예술촌이 출범한 초기에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되돌아오면서 평일 방문객이 줄잡아 3000여 명, 주말에는 그 두세 배는 됐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얘기다. 창원도시재생지원센터 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 12월 현재 창동 방문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일은 71%, 주말과 휴일은 40% 정도 증가했다. 창동예술촌의 외형적인 변화가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문이 닫혀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뚜렷한 콘텐츠가 없다 보니 시민들이 식상해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보성 창동상인회 회장은 “예술촌이 처음 생겼을 때는 점포도 늘어나고 수익도 좋아 많은 기대를 했는데, 이대로 방치되다가는 상인들뿐만 아니라 입주 예술가들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상인과 예술인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시의 결단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창동에서 5년째 옷가게를 하고 있는 자흐라 씨는 “예전에는 한 집 건너 점포가 비어 있었는데, 예출촌이 형성되면서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아져 빈 점포도 없어지고 있다”며 “예술촌이 만들어졌다고 금방 변화되는 것은 아니며 수익이 바로 오르지는 않기 때문에 운영주체가 확실해지면 좋아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창원시 도시재생과 강길수 담당은 “창동예술촌 아고라광장 확장공사가 8월 완공되고 내부적인 이견 조정이 마무리되면 예술촌 운영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며, 이때쯤 되면 예술촌도 활성화될 것이다”며 “당장 성과를 거두기보다는 차츰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글= 이종훈 기자 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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