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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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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자동차가 하늘을 난다고?- 김홍섭(소설가)

  • 기사입력 : 2013-06-1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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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가 하늘을 난다는 것이 새로운 뉴스는 아니다. 그런데 인터넷 뉴스를 뒤적이다 보니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개발 수준이 아니라 시판 수준이며, 예약금을 지불하고 차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단다. 미국의 테라푸지아(Terrafugia)사는 개발을 끝내고 이미 작년엔 뉴욕국제모터쇼에 참가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정식 명칭은 트랜지션(Transition).

    막연히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개발하는 회사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정말로 그런 차가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판매 예약받기 시작했다면 이건 뉴스를 넘어 ‘사건’이나 다름없다. 오래지 않아 이 집 저 집 옥상에서 아침이면 출근하는 차들 시동을 거는 프로펠러 소리, 저녁이면 퇴근하는 차량들이 붕붕거리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소리 들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한 대 3억 원 정도 한다니, 아마 내가 구입할 일은 영원히 없을 듯하다.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중학교 1~2학년 무렵인가 운동장으로 매끈 번쩍거리는 승용차가 한 대 들어오자 애들이 공부하다 말고 죄다 창문으로 우르르 달려갔었다. 자리에 앉으라는 선생님 호통소리는 귓등으로 들었다. 그게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코티나였다. 하도 고장이 잘 나서 ‘고치나’라는 별명이 붙었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타는 차는 미군 지프 엔진에 드럼통 두들겨 씌운 ‘시발택시’였다. 욕이 아니고 최초로 만들었다는 뜻의 시발(始發)이다. 그리고 짐차는 삼륜트럭으로 2기통 ‘오토바이(autobicycle)’ 엔진에 뚜껑 얹은 것인데, 한국에서 사라지더니 요즘 인도나 태국으로 흘러가 한류 인기를 맘껏 누리는 중이다.

    어릴 때, 그러니까 70년대 초 무렵, 누가 30년만 지나면 모든 가정이 각각 차 한 대씩 소유하는 ‘마이카’ 시대가 온다고 말했었다. 믿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 어른이 너무 일찍 노망 든 줄 알았다. 그런데 불과 20년 만인 90년대 초 그건 현실이 되었다. 지금은 두 대, 세 대 있는 집도 흔하다.

    인간의 기술 발전은 놀라울 정도다. 도로에서 차를 몰고 가다가 여차하면 하늘로 휙 떠서 가다가 때로는 바다 위에서 보트처럼 달리면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긴 하다. 그런데 막상 그것이 현실로 된다는 가정 아래 상상을 해보면 머리가 딱 아파진다.

    도대체 하늘 길은 어디다 중앙선을 긋고 어디다 신호등을 세우나? 교통순경은 어디 서 있나? 교통순경이 하늘에 떠 있다면 화장실도 떠 있어야 할 것이다. 교통 정리하다가 급하다고 아래를 보고 내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기름 떨어질 때를 대비해서 간이 주유소도 있어야 할 것이고, 배탈 난 운전자를 위한 휴게소도 필요할 텐데 하늘이 금시 왁자지껄해질 것이다. 그쯤 되면 땅값보다 상권이 형성되는 요충지의 하늘 공간이 더 비싸질지도 모른다. 투기꾼들이 하늘로 다 몰려가면 땅값은 좀 내릴라나….

    개인 프라이버시도 문제가 된다. 뜨고 내리다가 여름날 창을 열어둔 아파트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도둑이 한 대 장만한다면 직업상 엄청 도움 되겠지만 피해자는 어쩐다? 창문을 도배해서 꽝꽝 막고 못질할 수도 없고.

    해변에서 연인들이 생맥주로 사랑을 나누며 달구경하는데 달 앞으로 차들이 새까맣게 몰려다닌다면 무드는 꽝이다. 가을밤을 아름답게 수놓던 기러기는 오다가 유턴해서 돌아갈지도 모른다.

    운전자들이 맥주 캔이나 콜라병을 던지면 맞아서 머리 터진 사람은 보험을 청구해야 할까, 아니면 부시맨처럼 콜라병 들고 세상 끝으로 걸어가야 할까. 나 같으면 세상 끝으로 걸어갈 것이다. 이 세상은 더 이상 마음에 들지 않을 테니까.

    과학의 발전을 폄하하자는 건 아니다. 내가 자연주의자도 아니고.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이 정도 편히 지내면 이젠 좀 적당하면 좋겠다는 말쯤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솔직히 땅 한 뼘 없는데 하늘까지 투기 대상이 되는 것도 배 아프고.

    김홍섭(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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