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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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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마을 아, 본향! (18) 거제 장목면 대계마을

마을 지형이 닭을 닮은 김영삼 전 대통령 고향
300년 전부터 마을 형성

  • 기사입력 : 2013-06-1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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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 장목면 대계마을 바닷가.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대계마을 뒤편에 있는 논.
    생가 인근의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
    매년 당산제를 지내는 당산.


    지난 13일 오전 11시 해무로 뒤덮인 작은 어촌마을. 마을의 형체를 정확하게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자옥하게 깔렸다. 마을 도로변 평상에는 주민 서너 명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한적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지나다니는 차량도 별로 없었다. 이곳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고향인 거제시 장목면 외포리 대계마을. 김 전 대통령 고향 대계마을에는 90여 가구 210여 명이 반농반어 생활을 하고 있다.


    ◆마을의 유래와 삶= 대계마을은 교통이 불편하고 외진 곳이라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조선 중기 때부터다. 어촌 두어 집이 살았다고 한다. 대계마을에 처음 들어온 사람들은 김녕김씨다. 마을의 지형이 닭의 형국이어서 김녕김씨 원시조 김알지가 닭에서 탄생했다는 설화와 같이 이곳에서도 현군이 나올 곳이라 해 터를 잡아 살아왔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곳이 마을로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300년 전부터라고 한다.

    거제도 북단 장목면 해안변을 돌아 8㎞쯤 바닷가 인근에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대금산 자락이 북으로 뻗어 작은 항구를 이루고 있는 마을은 소쿠리 안과 같이 오목하다. 마을은 작은 등성이를 사이에 두고 남쪽을 향하고 있어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마을 앞 바닷가에는 육지와 연결된 섬이 있는데 닭섬이라고 한다.

    대계마을 뒤 산골짜기에는 전답도 있지만 주업은 어업이다. 예전에는 ‘물 반 고기 반’이라 할 정도로 고기가 많았고, 특히 대구와 갈치가 많이 났다. 굴, 홍합, 멍게, 소라, 미역, 가사리 등 해조류도 풍성했다. 당시만 해도 마을사람들보다 노동력을 가진 외지 사람들이 더 많이 이곳에서 살았다. 배를 타러 왔다가 살기 좋아 눌러앉은 사람들도 많았다. 배가 출항한 후 두 시간 정도 작업을 하면 만선을 이룰 정도로 어족자원이 풍부했다고 한다.

    대계마을에는 현재 10여 척의 배가 있다. 겨울이 되는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4개월간 주로 대구를 잡는다. 4~6월에는 백조기, 광어를 비롯해 잡어 등을 잡아 반찬거리와 부수입원으로 활용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맘때 물고기가 많이 잡혀 생계에 도움이 됐지만 최근 바다 수온이 내려가면서 물고기가 없어 휴업 상태다. 주업이 어업인 대계마을 사람들에게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마을 주민들은 요즘에는 논농사보다는 밭농사를 많이 한다. 지금은 고구마 심기가 한창이고, 지난달에는 고추도 심었다.

    이길웅(75) 전 이장은 “요즘 물고기를 잡지 못해 외지로 나가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며 “거가대교 유료화 후 관광객들의 발길이 거의 끊어져 상점들도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전 이장은 또 “옛 마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당산이 유일하다”며 “해마다 음력 12월 31일이 되면 마을 주민들이 당산에 모여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으로 당산제를 지내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박이 성씨= 이 마을에는 김녕김씨, 경주최씨, 경주정씨, 남양홍씨, 김해김씨, 전주이씨 등이 들어와서 살았다. 김녕김씨의 대표적인 인물은 김 전 대통령이고, 남양홍씨에서는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총무수석 비서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홍인길 씨가 꼽힌다. 현재 김녕김씨, 경주김씨, 남양홍씨는 1~2가구만 남아 거주를 하고 있고, 합천이씨, 밀양박씨, 경주최씨가 최근에는 많이 살고 있다.

    ◆마을 주변 재미있는 지명= 마을 앞 해변가에 바닷물이 빠지면 소라고둥 같이 보이는 작은 섬이 있는데 이를 ‘구지 고동섬’이라 한다. 파도가 치면 바닷가에서 매미 우는 소리와 같이 들린다고 해 매미가 웃는 갯가라는 뜻으로 ‘우는 개미개’가 있다. 이 외에 김영삼 대통령 기록전시관 맞은편 산등선을 일컫는 ‘두루깍금’ 등도 있다.

    ◆대통령의 어린 시절과 아픈 상처= 김 전 대통령은 김홍조-박부연 씨 부부의 외동아들이다. 어장을 운영하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김 전 대통령은 어릴 때부터 총명하고 쾌활한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 그는 대계마을에서 장목초등학교까지 8㎞ 넘는 거리를 걸어서 다녔다. 키는 작았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고, 축구도 잘했다고 한다. 일화도 있다. 체구가 큰 학생과 산에서 씨름이 붙었는데 키도 작고 힘도 모자라 번번이 졌다. 하지만 이길 때까지 대결을 펼쳐, 이기고 나서야 산을 내려왔을 정도로 강한 승부욕을 보였다고 한다.

    아픈 가족사도 있다. 어머니 박 씨의 피살사건이다. 1959년 8월 김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간첩이 한밤중에 담을 넘어와 돈을 강탈하면서 어머니를 살해한 것이다. 뜻밖의 사건으로 어머니를 잃은 그는 심한 충격을 받고 한없이 슬픔에 빠졌다고 한다.

    ◆대통령의 생가와 기록전시관= 대통령 생가는 지난 1893년 목조기와 건물 5동으로 세워져 10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차례 보수를 했으나, 건물 노후화로 정비가 시급했다. 이에 이제는 고인이 된, 김 전 대통령의 부친 김홍조 씨가 2000년 8월 대지와 건물을 거제시에 기증했다. 시가 5억5000만 원을 들여 리모델링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생가 바로 옆에 기록전시관이 들어서 있다. 지난 2010년 5월 문을 연 전시관은 2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1층 전시홀에는 대형 태극기 상징 전시물을 비롯해 청와대 기자회견장 체험 등을 할 수 있도록 꾸며졌고, 2층은 기념품 판매를 위한 뮤지엄숍과 문민정부 5년의 역사기록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이 들어섰다.

    글= 주재현 기자 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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