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15일 (목)
전체메뉴

[심강보의 논술탐험] (115) 다문화사회를 보는 눈

‘순혈주의’ 버려야만 ‘다문화’가 보인다

  • 기사입력 : 2013-06-19 01:00:00
  •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다문화’란 말을 검색해 본 적이 있나요? 분명 표제어로 올라와 있을 것 같은데도 아직까진 등재돼 있지 않답니다. 포털 검색을 해보면 지식백과사전인 두산백과와 위키백과에 ‘다문화주의’가 설명돼 있고,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등에도 ‘다문화가정’이 용어해설로 나와 있답니다. 그만큼 ‘다문화’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 잡고 있죠. 오늘 논술탐험은 ‘다문화’에 대해 생각을 나눠 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글짱: 김해에 사는 고교 2학년 학생이에요. 학교에서 다문화사회에 관해 논술을 써오래요. 근데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안 잡혀요.

    글샘: 우리나라에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이로 인한 문제점도 생겨난 게 사실이야.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편견에서 비롯된 괄시와 타민족 비하 같은 것들이지. 또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범죄 또한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고 말이야.

    글짱: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글샘: 그 무엇보다 우리나라 국민성을 거론하고 싶어. 흔히 우리는 단일민족이라고 말하지. 과연 그럴까?

    글짱: 단군의 자손이라는 말과 민족의 정통성을 지키자는 말도 있잖아요.

    글샘: 우리나라는 순혈주의를 아주 강조한 나라 중 하나야. 그래서 타민족에 대한 배타성이 의외로 강한 편이지. 지난 2007년 교과과정 개정으로 ‘배달민족’이나 ‘단일민족’ 같은 용어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빠졌어. 그럼에도 귀화 외국인을 월드컵 축구 대한민국 대표팀에 선발하려고 할 때 반발이 만만찮았거든. 다문화사회를 주제로 논술을 쓸 때, 순혈주의를 버리는 게 글로벌시대에 걸맞은 생각이라고 주장하면 좋을 거야.

    글짱: 우리가 순혈민족이나 단일민족이 아니라는 개념에서 출발하라는 뜻인가요?

    글샘: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우리 민족의 기원은 남방계 30~40%, 북방계 60~70%의 혼혈민족이라고 설명했어. 또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출산을 장려하는 것보다 노동인구의 이민을 좀 더 자유롭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문화사회를 받아들이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지.

    글짱: 그런 주장을 하려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잖아요. 어떤 예를 들면 좋을까요?

    글샘: 김해에 사는 학생이니까 잘 알겠구나. 김해 허씨의 경우 가야국 김수로 왕의 부인인 허왕후가 시조로 돼 있잖아. 허왕후는 아유타국, 즉 지금의 인도에서 시집온 외국인이지. 그러니까 우리나라 외국인 며느리의 역사는 2000년이 넘은 셈이야. 귀화 성씨인 화산 이씨의 시조는 베트남 리(Ly) 왕족의 후예인 이용상으로 알려져 있어. 고려 고종 때부터 800년 동안 36대까지 이어져 현재 총 1000여 명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지. 여진족 출신 장수 이지란이 시조인 청해 이씨, 그리고 화산 이씨보다 90여 년 먼저 고려에 들어온 베트남 왕족 출신 정선 이씨 등도 대표적인 귀화 성씨라는 걸 예로 들 수 있겠지.

    글짱: 그러면 다른 나라는 다문화사회를 겪으면서 어떤 대응과 정책을 펼쳤나요?

    글샘: 외국인 이주를 적극 받아들였던 영국·프랑스·독일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문화 실패’ 쪽으로 기울고 있어. 최근 들어 이주민 규제를 강화하고 있거든. 하지만 다문화사회를 제도적으로 막고 있던 호주도 백호주의(백인우대주의)가 점차 약해지고 있지.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문화가 서로 혼합되는 과정에서 갈등과 융합이 상존하고 있단다. 하지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인정받을 만한 자격은 결국 외국인과 타문화에 대한 사회의 포용력으로 판가름날 거야.

    글짱: 대입 수능이나 논술시험에서 다문화사회를 주제로 한 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나요?

    글샘: 지난해 수능시험에 다문화와 관련한 지문이 처음으로 등장했고, 대입 논술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이미 다문화를 다룬 논제가 출제되기도 했단다. 수능에서는 도덕교과서에 나오는 ‘관용’ 관련 글과 함께 다문화에 대해 묻는 문제가 나왔어.

    글짱: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과 제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논술하려면 어떤 점을 거론해야 할까요?

    글샘: 지금 우리나라 정부의 다문화 정책은 국내 실정을 감안하지 않아 오히려 내국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어. 우리 정부의 다문화 관련 정책은 사업의 중복과 예산의 비효율적 운영 등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도 있고 말이야. 정책 입안자와 현장 활동가 간에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거지. 논술에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면, 다문화사회의 핵심은 통합이고 이를 위해선 학교가 중심이 된 다문화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해도 괜찮을 거야.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으면, 경남신문에 실린 기사나 칼럼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 될거야. 다문화가정의 삶을 알 수 있는 수기도 나와 있고, 다문화에 대한 존중 없이 무조건 한국식으로 바꾸려는 동화주의가 깔려 있다고 지적한 칼럼도 있어. 제대로 논술을 써 보려면 머릿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인터넷 검색을 해서 자료를 찾아보거라.

    글짱: 다문화사회가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면, 어떻게 방향을 잡고 논술해야 할까요?

    글샘: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편견을 해소하려면 진정성 있는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해 보렴. 요즘 유행하는 갑과 을의 구도를 접목해도 좋아. 갑과 을의 관계에서 벗어나 이주외국인들을 동반자 관계로서 생각하자는 거야. 대한민국이 도약하기 위해선 이러한 관용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면 되겠지. 모든 문화는 고유한 환경에 대응하면서 얻게 되는 경험의 산물이므로 나름대로 가치를 지니고 있어. 그러므로 다양한 문화를 접목하면 새로운 문화를 창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글로 맺으면 참신한 논술이 될거야.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마치자꾸나.

    편집부장 sim@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심강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