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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몸에 좋고 보기 좋은 집 (12) 마산 산호동 이성정·서보경씨 집

아이들 눈높이 맞춘 놀이터 같은 집

  • 기사입력 : 2013-06-2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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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씨 부부의 아이들. 왼쪽부터 관우, 건우, 선우.
    계단 옆에 자갈을 깔아 운치를 더하고 있다.
    세 아이들의 낙서로 가득한 벽.
    아이들이 맘놓고 뛰어놀 수 있도록 만든 옥상.
    아이들이 옥상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소음이다.

    내키는 대로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는 것이 아이들의 습성이다. 하지만 층간소음으로 이웃간 분쟁이 빈번해지면서 부모들의 입에서는 “뛰지 마라, 소리 내지 마라, 하지 마라”는 말을 달고 산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에 사는 이성정(39)-서보경 동갑내기 부부의 집은 이런 걱정에서 벗어났다. 오직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일반 주택에 보금자리를 꾸몄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한때 아파트 입주를 고민했지만 포기했다. 아직 어린 남자아이 3명을 아파트에서 키울 자신이 없었다.


    지난 2011년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결정한 이 씨는 유행처럼 확산하고 있는 외곽지역 전원생활보다는 도심에서 살기로 했다. 부부의 직장과 아이들의 교육을 고려했다.

    고민도 있었다. 이 씨 부부가 사는 산호동은 옛 마산의 번영기 때는 번창했지만 지금은 구도심으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을 만큼 침체해 있다. 그런 만큼 대부분의 집도 20~30년 이상 노후화해 있다. 젊은 사람들이 살지 않으려고 떠나는 판국에 오히려 정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마음을 다져 먹은 이 씨는 마산합포구 진동면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산호동에서 거주해온 인연 때문에 이곳에 정착하기로 하고 인근 부동산에 집을 부탁했다.

    마침 매물로 나온 이 집은 가정집이지만 미용실과 원룸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주변에 학교도 가깝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원도 가까워 입지로 적당했다.

    산호시장과도 직선거리로 300m밖에 떨어져 있어 단독주택지로는 적격이어서 집을 계약했다.

    이 씨는 수년 전 강원도 원주에 사는 지인에게 갔다가 주변에 목재로 둘러싸인 집을 보고 반해 사진을 찍어 놓았었다. 후에 집을 지을 때 똑같이 짓고 싶었기 때문이다.

    바람은 이뤄졌다. 이 씨는 미용실로 사용하던 곳을 뜯어내고 거실로 만들고 원룸은 실내 화장실과 창고로 고쳤다. 공사업자에게 사진을 보여주고 외관은 목재를 이용해 그대로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씨가 가장 신경 쓴 것은 난방이다. 기존 벽체에다 벽돌을 쌓고 보온재를 넣은 다음 나무목재를 대고 그 위에 쇠 빔을 박은 다음 높이 15㎝가량, 두께 2.5㎝ 정도의 나무패널을 덧댔다. 이런 작업을 하고 나니 일부 거실 벽체 두께만 50㎝가 넘는다.

    이중으로 목재를 입힌 집은 몹시 추웠던 지난 겨울 아파트와 견줄 만큼 따뜻하게 보냈다. 반면 여름에는 시원하다.

    나무패널로 집을 둘렀더니 목조주택이 아니지만 목조주택 분위기가 그대로 난다.

    좁은 마당은 나무로 바닥을 깔고 옥상을 오르는 계단 옆에는 길게 자갈을 깔아 운치를 냈다.

    거실에는 주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대형 채광창을 내어 빛이 들어오게 했다. 특히 ‘ㄱ’자 모양의 소파는 아이들이 쉽게 오르내려도 다치지 않게 주문 제작해 설치했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해 배려한 곳은 옥상이다. 원래 옆집까지 사서 정원을 꾸밀 생각이었지만 가격문제로 보류하면서 옥상을 아이들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사방을 나무패널로 쌓아 올려 공을 차거나 던져도 되고 맘대로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되도록 했다. 야간에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조명시설도 갖췄다.

    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춘 이 씨 부부의 아이 사랑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대로 알 수 있다. 거실과 아이들 방에는 많은 책이 꽂혀 있지만 시선을 끄는 곳은 벽에 그려진 낙서 자국이다. 이 씨 부부는 아이들이 책을 보거나 무언가를 쓰는 것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다. 울긋불긋 낙서투성이지만 한 번도 하지 말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스스로 깨우칠 때까지 자유롭게 키우기 위해서다.

    이 씨 부부는 “아파트라면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아이들이 맘대로 놀 수 있고, 소리를 질러도 괜찮아 만족한다”고 말한다.

    부부의 교육관이 같은 것은 동갑내기에다 21살 때 친구의 소개로 처음 만나 9년간의 열애 끝에 2002년 결혼한 오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씨 부부는 아이들이 자랄 때까지 이사 갈 마음이 없다. 기회가 된다면 옆집을 사서 정원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있다. 올가을에는 입주 2년 만에 외관 목재에 니스 칠을 할 계획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집이지만 이 씨도 마음에 드는 포인트를 만들었다. 다름 아닌 ‘풍경’이다. 처마 끝에 풍경을 매달아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도록 했다. 아내 서 씨는 산뜻한 부엌과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창고를 원했지만 살다 보니 온통 아이들 물건으로 가득 차버렸다. 아이들이 클 동안 깔끔한 집안 분위기는 포기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구조 변경 당시 현관문을 자동 3중문으로 하기로 했는데 시공업자가 잘못 알고 일반 문으로 설치했다. 새로 설치하려니 비용이 많이 들어 그대로 놔두고 있는데 볼 때마다 아쉽다.

    도심에 자리 잡은 주택의 흠은 주차문제다. 대지가 넓지 않아 별도의 주차장을 만들 수 없어 집 바로 앞에 주차한다. 요즘 내 집 앞 주차를 하지만 2대를 주차하기가 어렵다. 도심에 새 주택을 마련하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 씨 집은 대지 135.5㎡, 연면적 89㎡ 규모다. 리모델링할 때 나무 자재값만 1000만 원 정도가 들었고, 인테리어 비용 등 5000만 원 정도가 들었다.

    이 집 주인공은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큰아들 관우(10), 둘째 아들 건우(7), 막내 선우(4)다.

    남자아이 세 명을 키우는 것은 여자아이 열 명을 키우는 것과 맞먹는다고 할 정도로 정신이 없다. 금방 옷을 갈아입혀 놓아도 돌아서면 또 갈아입혀야 할 상황을 만들어 온다. 취재 중에도 온 집을 운동장 삼아 몰려다니는 세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이 씨 부부의 가장 값진 재산이다.

    글= 이현근 기자 san@knnews.co.kr

    사진= 성승건 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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