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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로 막을 일- 김재순(시인·경남아동문학회장)

  • 기사입력 : 2013-06-2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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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폭력에 시달리거나 성폭력으로 희생당하는 학생들. 운전자의 부주의나 보육관계자들의 망동으로 희생되는 영유아들의 보도를 접할 때마다 참으로 가슴 아프다. 분통이 터진다. 그럼에도 이런 참극이 반복되니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집안 혼사로 주말마다 연거푸 서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몇 주 주말을 바쁘게 쫓아다녔더니 집 안팎 잡초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있다. 고구마 순과 옥수수 모종을 옮길 때만 해도 착하고 순하고 보드랍기만 하던 것들이…. 내가 원해 키우는 건 아니지만 모진 겨울을 이기고 돋아난 기특함에 차마 호밋자루 치켜들지 못하고 야멸차게 뽑아버리지 못해 놔뒀더니 저것들이 의기투합하였거나 담합한 것이 분명하다 싶다.

    그러기에 엄지 검지만으로도 쏙 뽑혀 나왔을 법한 야들야들하던 것들이 주변 식물들을 뒤덮고 휘감고 목을 조르는 과감함을 서슴지 않는 것이지. ‘요것들이…’ 하며 내려다보니 눈 동그랗게 치켜뜨고 버릇없이 말대꾸하는 아이들 같이 ‘날 어쩔 건데?’ 하는 식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애당초 확~! 뽑아버리는 건데.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셈이 되었다.

    어린 가지일 때 바로잡기 쉽고 첫 단추 꿰기가 중요하다고 말들 하지만 기회를 놓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런 사례는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바른 글 바른 말 쓰기, 바른 학습 습관 가지기, 옳은 행동하기 등 어릴 때 바르게 길들여지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잘못된 길로 빠져들기 일쑤다. 그래도 어릴 땐 되돌리려는 용기도 있고 쉽게 교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나쁜 습관에 매료당하기라도 한 듯이 고치려 하지 않거나 고치려 해도 점점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은 만 명의 적군을 물리치는 것보다 더 어렵다’라고 하는 거겠지.

    나쁜 버릇을 교정해 주려는 교사의 손길이 닿아있을 때는 고치려는 의지를 보이다가 느슨해지면 금방 제자리로 돌아가니 학생들에게도 고무줄 속성이 있다. 송두리째 끌려나오지 않고 땅속에 꼭꼭 제 버릇을 숨기는 풀뿌리 근성도 가지는 것이다. 그랬다가 야수의 입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시뻘건 불기둥처럼 드디어 사고를 터트리니…. 어릴 적에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착한 일이 아니면 행하지 않겠다는 의식과 의지가 싹틔워지지 않는다면 어쩌면 그때 벌써 대형 사고를 일으킬 재앙의 씨앗을 품은 것이라 할 것이다.

    풀이파리에 베어 살갗을 비집고 나오는 새빨간 피의 시발점은 무엇이겠는가? 귀엽고 여리다 하며 풀잎시절을 간과하고 방치한 나의 잘못이고 인과응보다. 온 세상 사람들을 경악하게 하는 학교폭력과 성폭력 같은 대형 사고의 시발점은 무엇이겠는가? 아무리 하고 싶어도 하면 안 되는 일은 안하게 하고, 아무리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은 실천하게 하지 못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바로 어른들의 과오 때문이라 할 것이다.

    가정불화와 해체된 가정 등에서 사랑에 굶주리고 슬픔과 외로움을 마주보는 동안 싹튼 울분. 그 울분을 부모나 교사나 사회로부터 쓰다듬을 받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무관심과 방심이 부른 인과응보다.

    태아기, 영유아기를 포함하여 아동기에 잘못 길들여진 겨자씨만 한 과오가 청년기와 성인이 되면서 눈덩이만큼 커진 채 유통기한도 없는 시한폭탄이 되어 온 세상을 휘젓고 다닌 것이었다. 그러다 시시때때로 학교폭력, 성폭력, 묻지마 살인이 불거지기까지 눈치채지 못하고 혹은 외면하고 멸시하고 방치한 결과가 아닌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셈이 되고 말았다.

    온 마당에 널브러진 잡초들이야 생명을 위협하지 않으며 당장이라도 확~! 뽑아버리면 될 일이다. 하지만 아무 죄 없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무시로 빼앗는 저 사악한 마음씨앗은 과연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뽑아줄 것인가? 한두 알의 약이나 한두 대의 주사로 치유될 감기나 설사 같은 거라면 오죽이나 좋겠는가? 주체할 길 없는 저 범죄 심리를 오뉴월 잡초 뽑듯이 확~! 뽑아줄 그런 비법은 없는 것일까? 잡초 제거는 새싹일 때가 상책이듯이 사람은 어릴 때 바른 생각을 심어주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렇지 못했다면 연민의 정으로 감싸주고 인간다운 AS로 인간성 회복을 시도하는 것이 차선책은 될 것이나 호미로 막는 것만 하겠는가?

    김재순(시인·경남아동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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