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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문화예산 직접지원 확대를 바라며- 이훈호(극단 장자번덕 대표)

  • 기사입력 : 2013-06-2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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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1회 경상남도연극제가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10일까지 함양연극협회 주관으로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경남 11개 지역 13개 극단의 참여로 성황리에 치러졌습니다. 경상남도연극제는 경남연극인들의 창작의욕 고취와 연극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연극축제로 도민들에게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단체 대상을 받은 극단은 경남을 대표해서 전국연극제에 나갑니다. 올해 제31회 전국연극제에는 제가 대표로 있는 극단 장자번덕이 ‘호접몽’이라는 작품으로 6월 12일 충남 예산군 예산문예회관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심사 결과를 떠나 ‘호접몽’이라는 작품은 저에게 많은 질문을 남깁니다. 2011년 극단 장자번덕은 큰 혼란을 또 겪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 등 이런저런 이유로 단원이 4명이 되었고, 저는 극단이 13년이 되었는데도 반복되는 극단 구조로 인해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전통예술원 마루와 남해안 별신굿 식구들의 힘을 빌려서 ‘바리, 서천 꽃그늘 아래’라는 대작을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그해 전국연극제에서 단체대상을 수상하게 되었고 제가 하는 작업이 영 틀린 것은 아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지역에서의 작업에 한계를 느껴 서울 작업을 구상하던 것을 미루고 내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 보자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2012년 이제 연극을 시작하는 6명의 친구들과 3년 계획을 세워 2년은 훈련에 전념하고 3년 후에는 서울 공연을 간다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첫 과제로 ‘호접몽’이 주어졌습니다. 그러니까 2013년 경남연극제를 1년 전부터 준비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부족한 역량은 시간으로 해결하고 참 긴 시간을 서로 인내하며 연습을 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경남연극제에서 단체대상을 수상하고 전국연극제를 준비할 때쯤 저는 또 다른 한계와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6명에서 3명이 떠나고 1명도 전국연극제 공연을 마치고는 극단을 떠났습니다. 저는 연극은 빵만큼 훌륭한 것이라고 식구들에게 강조해 왔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의해 세상 사람들의 삶이 힘들 때일수록 보이지 않고 믿음으로 존재하는 그 어떤 것이 그들 삶을 위안하고 치료해야 한다며 그럴 때 연극은 분명하게 보이고 가치 있다고 했습니다. 힘든 세상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용기를 주는 연극을 하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더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문화예산이 늘었다고 말합니다. 그럼 이젠 연극할 만한가? 연극 만들기는 여전히 힘듭니다. 저는 지금도 제가 극단을 꾸리고 있고 제가 하고 싶은 연극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기적 같고 감사라고 생각합니다. 여건이나 기반의 열악함이 비단 지역의 문제겠는가? 좀 더 큰 시각으로 보면 전 지구적인 상황 아니겠는가? 연극을 삶의 수단으로 선택할 때도 그 열악함은 알고 있었고 감내할 용기가 있었기에 이 길로 나서지 않았냐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연극의 출발선에 선 후배들에게 저처럼 살아라 할 용기를 잃어 가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지원금을 제일 많이 받는 축에 속하는 극단 장자번덕이 이러하다면 경남에서 극단을 운영하는 후배들의 사정은 불 보듯 뻔합니다.

    국가의 문화 정책을 보면 간접지원이 대다수입니다. 극장 짓는 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강사풀제, 사랑티켓, 생활예술의 지원 확대, 넘치는 축제들의 지원 등이 전시성 짙은 정책의 결과물로 비쳐지는 것은 왜일까요? 물론 분명 필요하고 버릴 것이 없지만 문제는 비율의 문제일 것입니다. 결과물보다는 과정의 비용이 많이 드는 공연예술 지원이 소비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시간만 지속되면 지역에도 준비된 천재들이 나와 지역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해 경남을 알리고 국가의 문화수준을 높일 수 있으리라 봅니다. 극단에, 작품에, 소극장에 직접지원을 확대하는 경상남도의 문화정책을 기대해 봅니다.

    이훈호(극단 장자번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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