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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찰서장님의 지정주차석

  • 기사입력 : 2013-06-2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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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28) 씨는 지난 20일 마산중부경찰서에서 일을 보던 중 ‘차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10분 전 경찰서 주차장에 차를 댔던 A 씨는 순간 당황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주변에 주차된 차량은 없었고 보행자에게 불편을 줄 만한 위치에 차를 세워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개인정보도 차에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욱 의아해졌다.

    A 씨는 “연락처를 어떻게 알아냈느냐”고 물었고, “차적조회를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마산중부경찰서 소속 경찰이었다.

    무엇보다 A 씨가 황당했던 것은 경찰이 자신의 차적을 조회한 이유였다.

    A 씨가 차를 댄 공간이 ‘서장님 지정주차석’이니 알아서 비워 달라는 것이었다.

    A 씨는 다소 씁쓸하고 찝찝한 기분으로 경찰서를 나와야 했다.

    차적은 차량등록사업소에서 경찰로 넘겨져 각 지구대와 강력계, 교통조사계에서 사용된다. 부득이한 경우, 접근 권한을 가진 사람에 한해 차적을 조회할 수 있으며 일련의 과정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임무’ 조항을 근거로 한다.

    A 씨에게 전화한 경찰에게 묻고 싶다. 전국의 각 경찰서 부지에는 경찰서장의 지정주차석이 있는지, 그리고 만약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그 자리에는 시민이 차를 대면 안 되는 것인지, 그 차를 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일이 경찰관이 집행해야 할 직무에 들어가는지.

    과속으로 달린 영국 처칠 수상의 차에 과속딱지를 뗀 교통경찰과, 그를 특진시키라는 처칠의 명령에 ‘당연한 공무집행이었으니 특진은 필요 없다’고 응대한 경시총감이 떠오르는 까닭은 뭘까.

    서장이 지정주차석을 달라고 요구해도 “시민들을 위해 양보하라”고 말할 수 있는 ‘국민의 지팡이’가 아쉬운 이유다.

    김유경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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