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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지도 공개, 근시안적 발상으로 반대해선 안돼- 허영희(한국국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3-06-2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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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르면 2015년부터 지역별로 범죄발생 현황을 볼 수 있게 된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성폭력, 학교폭력 등 범죄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각 지역에서 몇 건이 발생하고 있는지 그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범죄지도를 만들어 2015년부터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래전부터 범죄예방을 위해 범죄지도를 작성·공개해온 외국의 사례를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범죄지도가 공개되면, 내가 사는 주변에 범죄자는 몇 명인지, 어떤 유형의 범죄가 어느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는지 알 수 있어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정부의 범죄지도 작성 및 공개 방침을 두고 말들이 많다. 가장 크게 우려하는 문제로 거론되는 것이 집값 하락이다. 즉, 범죄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지역의 경우 집값 하락으로 재산상의 피해를 볼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특정 장소와 특정 동네에 범죄가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짐으로써 그 동네가 범죄가 빈번한 지역으로 낙인찍히게 되고, 결국 우범지대가 되어 지역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것을 염려하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적 입장에서는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한다. 이런저런 의견을 접하는 순간, 집값 하락을 먼저 생각하는 편협한 시각과 이사를 가게 되어 도시가 텅 빌 것이라는 극단적인 상상력(?)에 황당한 생각마저 든다. 참으로 근시안적인 발상들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성폭력, 학교폭력, 묻지마 범죄 등이 발생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범죄지도 공표를 거론하는 것이 과연 시기상조인가?

    일본의 경우 2003년부터 범죄지도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고, 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오래전부터 범죄지도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실제로 범죄지도 공개가 범죄발생률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유의미한 분석 자료도 많다.

    시기상조라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현재 시행중인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 역시 많은 아동과 여성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산물이다. 흉악범죄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쳐야만 법을 제정하고, 안전장치를 하는 ‘사후약방문’식 오류를 또 범해야 하는가? 이미 범죄지도를 만들어 공개하고 있는 국가들 역시 편협하고 근시안적 발상의 목소리가 왜 없었겠는가? 이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선량한 대다수 국민들의 안전’이다.

    어떤 정책이든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도 따르기 마련이다. 부작용과 역기능적 요소가 다소 있다고 하여, 대다수 선량한 국민들의 안전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물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또 하나의 주어진 과제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범죄지도 작성· 공개에 대해 우려되는 점이 있다. 범죄지도는 범죄통계의 정확성을 기초로 해야 하는데, 과연 믿을 수 있는 정확한 통계를 생산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경찰의 범죄통계, 검찰의 범죄분석 통계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확한 통계와 분석이 나올 수 있도록 사전검증기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너무 정부 주도로 밀어붙이는 식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정확한 데이터를 공표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이다. 그러나 범죄예방 효과라는 목적 달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예컨대 진주지역에 성폭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특정 동네가 있다고 할 때, 그 동네에 설치된 가로등은 몇 개인지, 밝기는 어느 정도인지, CCTV는 몇 개가 설치되어 있는지, 비워진 건물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지역사회 주민들이 조사해 데이터를 제출하게 하고, 이를 근거로 치안을 강화할 방안을 함께 찾는다면,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

    범죄지도 작성 및 공개는 시대적 흐름이며, 그 어떤 논리로도 미루거나 포기해서는 안된다. 누구든지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범죄지도 공표로 인한 집값 하락을 우려할 때가 아니다. 범죄예방 환경을 만들면 오히려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허영희(한국국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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