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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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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에너지절약, 구호가 아닌 참여가 필요- 이창호(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센터장)

  • 기사입력 : 2013-07-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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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력수요 증가와 전력설비 증설의 어려움이 겹친 탓에 수년째 전력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전력수급에 대한 예보뉴스가 등장했고, 길거리 여기저기 전력상황을 알리는 전광판까지 설치돼 있다. 지금의 전력 문제가 초래된 원인이나 해법을 대부분 알고 있음에도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많은 절전 홍보와 국민 동참을 호소하는 행사들이 이어졌지만 정작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의문이다. 에너지 절약과 수요 관리라는 심각한 현안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일반 국민의 주된 관심사라기보다는 정부나 전력 관련자들에 국한된 이슈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전력수요란 대체로 산업 등 경제활동과 소득수준에 따라 움직이는 파생수요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산업화 등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는 동안에는 전력수요 또한 빠르게 늘어나지만, 경제성장이 둔화되면 전력수요도 증가율이 둔화되거나 정체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음에도 전기요금 등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로 인해 전력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충분한 전력공급을 미리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지만 이제 와서 발전소 타령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불요불급한 전력소비를 줄이고 피크수요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일인당 전력소비량이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에너지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가 이처럼 전력 과소비국이 된 것은 여러 배경이 있다.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 석유가스에 비해 낮은 전기요금, 농사용 등 턱없이 낮은 정책성 요금 등은 이미 수없이 지적된 문제들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단시간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하루아침에 멀쩡한 공장을 멈출 수도 없을 뿐더러 이미 요금을 보고 시설을 설치했거나 생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당장 요금폭탄을 때리는 것도 쉽지는 않다. 결국 당장에 가능한 방법은 강제로든 자발적으로든 전기사용을 줄이도록 하는 것뿐이다.

    전기는 국민생활에 한시라도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적인 재화로, 대가만 지불하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일반상품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전기, 수도 등 소위 ‘공익사업(public utility)’은 대부분 국가에서 요금이나 설비 인허가 등을 규제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국가에서 전기에너지의 과도한 사용을 억제하고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기기기, 건물 등에 엄격한 효율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전력 부족이 예상되는 지금이야말로 보다 효과적으로 전력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수요관리나 피크요금제와 같은 제도를 보다 확대 추진하는 것과 더불어 당장 실효성 있는 대응책 강구도 필요하다. 우선 여름철 전력부족의 주범인 냉방기기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냉방수요를 많이 유발하고 있는 건물의 실내온도를 적절히 관리한다면 전력수요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전력을 많이 쓰는 산업체에 대해서도 조업시간을 조금씩 조정한다면 상당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폭염에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는 집단휴가나 일시적으로 조업시간을 단축한다면 생산활동 위축이나 불편 없이 전력수요의 감축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정작 에너지문제가 거론되는 것은 사건이 터지거나 뭔가 잘못을 따질 때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린이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교육하고 절전을 외쳐본들 국민들의 자각과 참여 없이는 그저 구호에 그칠 뿐이다. 지금의 전력사태가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소홀히 다뤄지던 에너지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에너지문제가 사회적 담론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창호(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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