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경남비경 100선] (23) 마산항 야경

바다 흔드는 불빛, 마음 흔드는 밤빛

  • 기사입력 : 2013-07-04 01:00:00
  •   
  •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시민버스 차고지에서 바라본 마산항 야경. 앞쪽 SK부두가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고, 그 뒤로는 해양신도시 조성을 위한 호안축조 공사 현장이 보인다.
    마산만아이파크아파트 옥상에서 내려다본 마산항 야경.


    (전략)

    물나면 모래판에서 가재 거이랑 다름질하고

    물들면 뱃장에 누어 별헤다 잠들었지

    세상일 모르던 날이 그리워라 그리워



    (중략)

    처자(處子)들 어미되고 동자(童子)들 아비된 사이

    인생의 가는 길이 나뉘어 이렇구나

    잃어진 내 기쁨의 길이 아까워라 아까워



    (중략)

    거기 아침은 오고 거기 석양은 져도

    찬 얼음 센 바람은 들지 못하는 그 나라로

    돌아가 알몸으로 살꺼나 깨끗이도 깨끗이


    마산 출신 이은상(1903~1982) 선생의 시조 ‘가고파’ 후반부이다.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로 시작되는 전반부는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후반부는 생소한 느낌이다.

    유월의 끝자락. 바둥거리며 살다 혼자 앞서 달아나는 세월을 붙잡아 보기 위해 ‘가고파’의 정취가 숨쉬는 항도(港都) 마산의 밤풍경을 찾아 나섰다.

    마산항 야경은 옛 마산시가 해양도시로 산과 바다 등 천혜의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마산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지난 2005년 5월 선정한 ‘마산 9경’ 중 한 곳이다.

    ‘마산 9경’은 학이 날아갈 듯한 날개를 펼치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무학산과 마산 앞바다에 떠 있는 작지만 예쁜 섬 돝섬, 마산의 시조인 괭이갈매기를 형상화하고 ‘콰이강의 다리’라고도 불리는 저도 연륙교, 꺼지지 않는 민주 함성 국립 3·15민주묘지, 펄펄 뛰는 생선과 아지매들의 질박한 목소리가 있는 어시장, 마산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선생의 작품이 전시된 문신미술관, 경남의 새벽을 깨우는 마산항 야경, 여덟 마리 용이 꿈틀거리는 팔용산 돌탑, 울창한 산림으로 유명한 의림사 계곡이다.

    창원시 성산구 웅남동(삼귀동) 해안도로변. 마산항 야경을 가장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차 안이나 도로변에 앉아서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일몰이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마산항 야경의 또 다른 전망 장소는 팔용산 정상이다. 삼귀해안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넓은 바다를 끼고 있어 어머니같이 따뜻하게 품어주는 느낌이라면, 팔용산에서 바라보는 마산항 야경은 시내의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과 바다의 고요함이 어우러져 자연과 문명의 조화를 떠올리게 한다.

    마산항을 굽어보고 있는 무학산이나 학봉에서는 마산항 전체 야경은 물론, 마창대교 정면도 함께 조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돝섬해상유원지, 가포동 송신소, 자유무역지역 해안도로변, 두산중공업 등에서도 잔잔한 호수 같은 마산항의 밤 풍경을 볼 수 있다.

    마산항 야경은 부산항이나 해운대 야경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어시장·장어거리를 비롯한 시내 조명으로 작은 도시의 소박하면서도 황홀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마산항은 지난 1898년 5월 26일 성진(城津) 군산(群山)과 함께 개항장으로 지정돼 세계에 그 수려한 미모를 선보인다.

    파도가 일지 않는 데다 풍광이 수려해 수심이 얕은 점 외에는 흠이 없는 천혜의 항만으로 외국인들 사이에는 ‘동양의 흑진주’로 불렸다.

    일제시대 때는 수많은 사연과 화물을 실어나르는 양항(良港)의 역할을 해왔고, 6·25전쟁 때는 피란민들을 보듬었으며, 1970년 마산자유무역지역 창설 이후부터는 중량 화물 등 수출 전진기지로 산업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심하게 오염된 바다란 오명도 뒤집어 썼다. 이선관(1942~2005년) 시인이 ‘아아 바다의 유언 이따이 이따이’라고 노래한 ‘독수대(毒水帶)’였다. 노산이 노래한 그 파란 물, 정든 이를 떠올리던 맑고 잔잔한 해면은 빛이 바랜 지 이미 오래였다.

    마산항은 마산의 흥망성쇠와 시민들의 애환도 함께했다. 한때 전국 7대 도시의 영화를 함께 누렸고, 3년 전 마산, 창원, 진해 3개 시 통합으로 명칭과 시청사도 사라지는 아픔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항구도시이면서 바다가 없던 마산에 수년 전부터 ‘바다’가 돌아오고 있다.

    서항부두, 제2부두, 중앙부두 등이 새로 조성된 가포신항에 역할을 내주면서 수변공간과 체육시설이 들어서고 있는 것.

    정부에서 주도하는 마산만총량오염제나 하수관거사업 등을 통해 마산만 수질도 점차 되살아나고 있다.

    마산항의 야경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야심찬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서항과 가포 일원에 조성 중인 해양신도시 조성사업이 그것이다.

    해양신도시에는 마산만 워터프런트와 연계한 해양문화 여가공간 창출을 위한 해양문화복합시설과 R&D 시설, 복합컨벤션시설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2018년까지 이 사업이 완료되면 마산만워터프런트, 돝섬유원지, 서항지구 해양문화복합테마파크, 관광크루즈, 창동예술촌 등과 관광네트워크가 구축돼 침체돼 있는 마산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창원의 장기 미래성장을 견인할 핵심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산항 야경의 중심으로 떠오른 마산만아이파크 아파트 앞 수변공간에는 산책로와 등대까지 이어진 경관조명과 불빛이 밤바다를 밝힌다. 주민들과 장어거리를 찾는 손님들은 밤바다의 물결을 찾아 몰려든다.

    오색찬란한 네온사인 불빛과 은은한 경관조명이 어우러진 마산항이 ‘마산 르네상스’라는 희망을 잉태하고 있다.

    글= 김진호 기자·사진= 전강용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진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