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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혐오’가 도내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는?- 허충호(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3-07-0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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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내 출신 정치권 인사들이 지금 도민들의 눈치를 보고 있을까? 통합창원시의 갈등에 대해 입장을 정리해야 할 일도 있고, STX조선해양의 자금난에서 비롯된 지역경제 위기국면 타개책이나, 최근 매각방식과 일정이 확정된 경남은행을 지역자본이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일정 역할을 해야 하니 아마도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판단에 대한 확신은 없다. 그런 ‘흐릿한 확신’의 언저리에 한 가지 가설이 떠오른다. 영미권 경제정책과 금융패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시카고학파는 시장의 자율기능을 주창했다. 그들의 저변에는 ‘효율적 시장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라는 학문적 신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카고학파의 효율적 시장가설은 ‘인간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초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는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각종 실증자료를 통해 인간은 결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들이 현실사회에서 노정되면서 이 가설은 빛이 바랬다.

    지난달 17일 경남은행 분리 독립을 두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도내 국회의원 16명 중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이 1명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이런 가설부정의 한 단면이다. 도내 국회의원 16명 중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은 7명이다. 5분 후부터 슬금슬금 빠져나가기 시작해 30분쯤 돼서는 거의 다 자리를 떴다. 반면 광주전남지역 의원들은 11명이 참석해 자리를 지켰다. 도내 의원들이 상임위나 긴급회의 참석을 핑계로 총총 토론장을 나서는 동안에도 그들은 자리를 고수했다.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상임위에 소속되지 않아서일까. 토론장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지역의 눈들이 많을 것이라는 게 ‘객관적인 데이터’라면 효율적 시장가설은 최소한 이날 경남의 정치권 인사들로 구성된 ‘자본시장’에는 통하지 않았다. ℓ당 20원 싼 주유소를 찾기 위해 무려 50㎞를 더 달려가는 운전자의 심리를 경제논리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듯, 이날 정치권 인사들이 보인 행태도 객관적인 시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학에 심리학을 융합한 행동경제학이 등장한 것도 바로 이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 지역 출신의 국회의원을 포함한 선출직 공직자들에게는 정치적 선택권이 있다. 소신과 양심에 따라 선택을 하든, 눈치를 보며 외면하든 자유다. 문제는 그 선택이 잘못됐을 경우 도민들의 심판이라는 후폭풍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도내 출신 선출직들의 귀가 솔깃할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바로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의 ‘손실혐오(Loss Aversion)’현상을 상기하라는 것이다. 손실혐오는 같은 비용이라도 가진 것보다 잃은 것의 가치를 더 크게 여기는 심리적 현상이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손에 쥐고 있는 것(이익)을 소중하게 지키고자 하는 기득권 수호심리가 있다. 손실혐오는 이런 심리의 전제 속에 현재의 이익보다 과거 또는 미래의 손실에 더 큰 비중을 두는 심리상태를 꿰뚫었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사실 놓친 것보다 더 큰데도, 날아가 버린(날아갈) 손실을 더 아쉬워하며 분노하는 심리 말이다.

    손실혐오를 작금의 정치 현안에 대입하면 이렇다. 도내 정치권이 진정 경남의 이익을 위해 시간과 기회비용을 지출하길 꺼리며 좌고우면하고 있다면 도민들은 같은 결론을 접하고도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더 많은 것을 잃었다고 생각할 개연성이 높다. 경남의 정치권이 당장 선택의 기로에 서야 하는 문제는 족히 서너 가지가 넘는다. 경남은행 민영화에 대한 실질적 기여, 밀양 송전탑 공사 갈등의 원만한 조정, 통합창원시의 갈등요소 해소 등이 먼저 떠오르는 이슈다. 부산의 정치권이 서서히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선택의 기로에 서야 한다. 어떤 이슈든 그들의 선택은 도민들의 ‘또 다른 선택’과 불가분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현안 해소에 전력투구하지 않거나 원치 않은 결말이 도출될 경우 많은 도민들이 손실혐오에 빠져들지도 모를 일이다. 그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경남의 선출직은 실제로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 그것이 손실혐오가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다.

    허충호(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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