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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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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3대 거짓말- 안덕화(대한전문건설협회 경남도회 회장)

  • 기사입력 : 2013-07-0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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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부터 늙은이 ‘살기 싫다’, 노처녀 ‘시집가기 싫다’, 장사 ‘손해보고 판다’는 말이 3대 거짓말이라고 했다. 인간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죽음이다. 그래서 아무리 오래 산 늙은이라 할지라도 죽음을 즐거이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노인이 나이를 한 살 한 살 더 먹어가면 갈수록 삶에 대한 애착이 더 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다만 과거의 거침없었던 젊음이 아쉬울 뿐만 아니라 이제는 세상과 타협해야만 그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서러움, 또 혹시나 거동이 불편해 자식들에게 누를 끼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 눈치 반 푸념 반 독백처럼 뱉어내는 빈말이 ‘살기 싫다’일 것이다.

    노처녀 시집 안 간다는 말은 잘나가던 젊은 시절 눈높이 조절을 못해 제 처지에 딱 맞는 남자들은 이미 다들 제짝을 찾아 장가를 가버렸고 옛날에 높아진 눈이 좀처럼 내려오지 못해서 생긴 말이지 눈만 내려오면 언제든지 시집갈 수가 있다. 장가 못 간 노총각이 수두룩하니 말이다.

    믿지고 장사한다는 것도 자기 욕심껏 이득을 많이 챙기지 못하고 판다는 말이지 누가 제돈 보태서 손님에게 물건을 주겠는가. 모두가 거짓말이 맞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 건설업계에서 옛 3대 거짓말의 정설(?)을 뒤집어 놓고 있다. 믿지고 장사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건설산업기본법을 보면 건설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건설업 등록 기준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데 전문건설업은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1개 업종당 자본금이 2~3억 원이 있어야 하고 기술자가 2명 이상 있어야 한다. 그리고 회사 내부 업무를 담당할 여직원까지 두면 1업종당 최소 사장 포함 4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개 업종이 늘어날 때마다 기술자 2명의 직원이 또 늘어나고 자본금도 같이 늘어난다. 따라서 최소 1업종을 등록한 업체가 일거리가 없어 일손을 놓고 있을 때라도 기본적으로 사장은 빼고서도 최소 3명의 인건비는 지불해야 한다.

    다른 업종의 경우 일이 없으면 직원을 줄이고 일이 생기면 새로 구하면 되지만 건설업은 등록 기준 이하가 되면 기준 미달로 행정처분을 당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부득불 기술자는 보유를 해야 하고 그에 따른 인건비는 무조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벌써 몇 년째 장기적 건설경기 불황으로 일거리가 거의 없는 요즘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믿지는 장사, 곧 원가 이하의 공사라도 시공을 해서 직원의 인건비라도 벌어야 하니 저가 하도급이라도 하는 도리밖에 없다.

    지난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 10% 예산절감정책으로 무작정 삭감해버린 공사원가로 인해 피골이 상접한 우리 건설업계는 이번 박근혜정부가 선언한 사회간접자본 예산삭감 발표로 거의 공황상태다.

    이제 우리나라가 복지사회로 접어들어 우리나라 평균수명도 늘었다. 노인들은 옛날에 비하면 상상도 못할 의료수준과 풍족한 의식주로 인해서 여유로운 노후를 즐길 수 있고 또 여생을 보다 건강하게 보내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불편하고 아프면 자식들에게 살기 싫다고 하는 투정쯤은 애교 섞인 거짓말로 보아줄 수 있다. 노처녀들도 직장생활로 여유로워진 경제력 덕택에 자유롭고 풍족한 문화생활을 즐기니 굳이 결혼할 이유를 찾지 못할 법도 하다. 그러나 우리 건설업계는 늘어난 업체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든 공사물량으로 업체마다 아우성이다. 그나마 발주되는 공사마저도 예산절감 타령으로 원가마저 삭감해버리니 믿지는 장사인 줄 알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피해갈 수 없다 원가에서 일정 이윤을 제하고 하도급을 받아 시공하는 우리 전문건설업체는 오죽하랴. 밑지고 시공한다는 건설업계의 아우성을 한낱 밑지고 장사한다는 장사꾼의 거짓말로 치부하지 말고, 피말리는 생존투쟁을 정부가 알아주길 바라는 심정 간절하다.

    안덕화(대한전문건설협회 경남도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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