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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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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85) 황강 33 합천읍 강양향교~ 초계면 대암산

몸과 마음이 지친 그들, 자연에 자신을 내려놓다

  • 기사입력 : 2013-07-10 01:00:00
  •   
  • 합천읍 장계리 대한불교 조계종 통도사에서 운영하는 금강선원. 템플스테이, 휴양공부방, 오디축제 등으로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휴양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강양향교 솟을대문.
    호연정.
    개비리길.
    초계향교 명륜당.
    대암산 정상의 패러글라이딩 모습.




    함벽루 마루에 앉아

    유유히 흘러가는 황강을 바라보며

    잠시 행복한 망중한의 여유를 가졌다.

    여행은 낯선 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는 현장 교육이다.

    교육은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문경보 씨는 저서 ‘엄마도 힘들어’에서

    “내 자녀를 흠 없는 존재로 만들고 싶다면

    먼저 어머니는 자신이 신이라는 생각을

    내려놓아야 한다. 한 걸음 뒤에서

    자녀가 걸어가는 길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자식에게

    마지막으로 줄 수 있는 것은

    안타까움과 눈물, 바라봄뿐이며

    그렇게 부모는 부족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자식을 이끌어 주는 엄마보다

    늘 그 자리에서 자신을 기다려 주면서

    자신과 함께 꿈을 찾아갈 수 있는

    엄마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름방학에는 아이들과 함께 배낭을 메고

    산도 좋고 우후죽순처럼 생긴 길을 가보자.

    온몸으로 흘러내리는 땀에 젖어보고

    심한 갈증도 견디면 인내를 길러보자.

    어렵고 힘들게 성취하는 것은

    스스로를 성숙하게 하며

    자신을 알게 하는 진정한 공부요,

    올곧은 가치를 길러주는 수양이다.



    ▲강양향교·금강선원

    함벽루를 뒤로하고 합천읍내로 나와 좁은 골목길을 따라 합천리 69 강양향교로 향했다. 향교는 제사와 교육의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한쪽에서는 지붕을 걷어내고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향교는 공자와 여러 성현께 제사를 지내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나라에서 세운 교육기관이다. 합천군에 처음 지었던 합천향교는 조선 고종 18년(1881) 수해 때 야로면 구정리로 옮겨 세웠고, 1965년 합천 4개 면 유림들이 뜻을 모아 강양향교를 지었다. 건물은 제사 공간인 대성전, 내삼문, 교육 기능을 수행하는 강당인 명륜당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대성전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웅장한 팔작지붕 건물이다. 조선시대에는 국가에서 토지와 노비·책 등을 향교에 지원해 학생들을 교육했다. 현재는 교육 기능은 거의 없어졌고 제사 기능만 남아 있다. 강양항교는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232개 향교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지은 향교이다.

    강양향교를 뒤로하고 합천읍 장계리 대한불교 조계종 통도사에서 운영하는 금강선원으로 향했다. 20리가 조금 넘는 장계(유잠)저수지가 고즈넉하게 바라보이는 곳에 있다. 금강선원은 주지 초중 스님이 1995년 8월 선원에서 하안거를 마치고 해제기간에 짐을 풀고 수행정진할 토굴을 찾던 중에 연화대 같은 터를 발견한 데서 시작됐다고 했다. 스님은 10여 년을 해제기에는 수행과 일을 병행하는 선농일치의 마음으로 농사를 지으며 자연에서 일하면서 정진하고, 결제기에는 대중선원에서 대중과 더불어 정진을 했다. 2007년 4월 선원 건립을 위한 기초를 다져 건물을 세우고 도심에서 지친 사람들을 위해 생활 속에서 참선이 될 수 있는 선수행의 중심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선원에서는 템플스테이, 휴양공부방, 오디축제, 주말농장, 국화차 만들기 등을 통해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휴양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20여 명의 청년들이 나름대로의 학문에 정진하고 있다. 국화차 한 잔을 마시고 황강을 따라 국도 24번 율곡면 문림리에 있는 호연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 호연정·개비리길

    합천읍내에서 호연정을 찾아가는 길은 국도 24번을 따라 초계면 방향으로 가다 황강을 만나면 문림리 버스정류소에서 주민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 흔한 이정표를 만날 수가 없다. 버스정류장 인근에 미술관 안내표지가 있어 호기심에 찾아갔다. 미술관 주인은 오래전에 떠나고 없었다. 아름다운 전원에서 창작활동을 하며 자연 속의 미술관을 만들고자 했던 귀촌 화가는 녹록지 않은 농촌 생활을 접었을 것이다.

    호연정은 문림마을에서 엄북리 마을 방향으로 200m쯤 지나면 왼쪽에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언덕 위에 있다. 조선 선조 때 예안현감을 지낸 이요당 주이가 관직에서 물러나 황강이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는 이곳에 정자를 짓고 제자를 길러냈다. 호연정은 임진왜란 때 불탔으나 후손들이 그의 덕을 추모해 다시 지었다. 황강이 보이는 호연정은 앞면 3칸·옆면 2칸의 1층 건물로 지붕 옆모습이 팔작지붕이다. 건물을 지은 목수는 대단한 건축가이다. 대청의 윗부분인 창방을 떠받치는 나무는 일부러 심하게 휜 나무를 사용했고, 굳이 건축자재로 사용하기 어려운 나무들을 골라내 집을 지었다. 휘어진 나무를 자연 그대로 사용해 용이 꿈틀대는 것처럼 역동성을 살려 장식적 효과를 크게 했다. 목수는 휜 나무의 곡선을 정자의 서까래와 문틀에도 그대로 사용했는데 신비로운 멋을 일부러 강조하지는 않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얼마나 완벽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 한 듯하다. 그래서 더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정감이 가는 정자이다. 정자 주변에는 주인 주이가 직접 심었다는 대나무가 둘러싸고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고 있다.

    호연정에서 눈을 돌려 오른쪽을 보면 황강을 따라 국도 24번이 긴 강변교량을 따라 이어진다. 그리고 본천천이 황강으로 흘러드는 문림교부터 높은 절벽 아래로 옛날 도로가 있고 절벽을 따라 개벼리길이 있다고 합천군 관광안내 지도에 표시돼 있다. 지도의 개벼리는 개비리의 잘못 표기인 듯하다. 비리길은 벼랑길을 일컫는 벼룻길을 부르는 말이다. 벼루는 강이나 바다로 통하는 낭떠러지를 벼랑과 구별해 부르는 말이고, 여기로 통하는 길이 벼룻길인 것이다. 또한 개는 한자로 포(浦)라 적고, 포는 물가·비탈·기슭 및 하구를 이르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니 개비리는 개에 있는 비리, 곧 강가 비탈길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개비리길은 이곳 말고도 여러 곳에 있다. 길 가던 동네 주민에게 물어보니 도로가 없던 옛날 이야기라며 지금은 흔적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본천천을 따라 50m쯤 가면 산으로 오르는 길이 나무 계단으로 길을 만들어 놓았다.


    ▲ 초계향교·전(傳) 초팔성·대암산 활공장

    개비리길에서 황강을 따라 율곡면을 거쳐 초계면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도로변 골짜기 따라 이어진 논에서는 따가운 여름 햇볕에 벼들이 무럭무럭 풍년을 기약하고 있었다. 점심을 주문해 놓고 인근에 있는 초계향교를 찾았으나 문이 잠겨 있었다. 초계향교는 조선 인조 6년(1628)에 세워졌으며 1800년대 초반에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담장을 넘어 들어가보니 출입문인 풍화루와 공부하는 명륜당과 동·서재, 사당인 대성전과 동·서무 등이 있었다. 건물의 배치는 명륜당이 앞에 있고 대성전이 뒤에 있는 전학후묘의 형태이다. 요란한 매미소리를 뒤로하고 전초팔성을 찾아 대암산으로 향했다.

    대암산(해발 519m) 자락 양떡메 마을에서 성영수(56) 씨에게 전(傳) 초팔성이 남아 있는 위치를 물었으나 알지 못해 임도를 따라 대암산으로 향했다. 전 초팔성은 대암산 정상부를 둘러싸고 있는 돌로 쌓은 산성이라고 했다. 성의 길이는 대략 400m이고 폭은 150여m이며 성의 형태는 3면이 경사가 가파르고 남쪽은 능선을 따라 길게 돌출했다고 했으나 찾지 못했다. 발굴 결과에 따르면 성 내부 곳곳에서 삼국시대의 것으로 보이는 토기 조각이 다수 발견됐고 삼국시대에 쌓은 성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대암산 정상 주변에서는 패러글라이딩이 활공하고 있었다. 사방이 탁 트여 있고 연중 안정된 기류가 형성돼 언제든지 활강이 가능하고 주변에 합천을 굽어 흐르는 황강변 백사장이 넓게 자리 잡고 있어 전국에서 인기가 높다고 했다.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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