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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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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24) 밀양 시례 호박소

거대한 바위그릇 채우는 시원한 물줄기

  • 기사입력 : 2013-07-1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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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 8경 중 하나인 시례 호박소. 사시사철 물이 넘실넘실 넘친다./밀양시 제공/
    호박소 계곡
    오천평바위


    밀양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명소가 많은 지역으로, 그 아름다움은 밀양 8경과 3대 신비가 대변해 주고 있다.

    산세가 깊고 아름다운 영남알프스라 부르는 곳에 명성이 자자한 3대 소(沼)가 있는데 그것은 파래소, 철구소, 호박소이다. 밀양 8경 중의 하나인 시례 호박소는 전국 100대 명소로 꼽힌 곳이기도 하며, 화강암 위로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한여름 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천야만야 굴러떨어진 폭포수가 약 10m 높이에서 떨어져 큰 바위지대를 파서 만든 웅덩이가 소(沼)를 형성했다. 연못의 모양이 방앗간에서 쓰던 절구의 일종인 호박을 닮았다 해 호박소라 불린다. 시례 호박소의 시례(詩禮)는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의 다른 이름인 실혜산(實惠山)에서 나온 것으로 실혜(實惠)가 시례(詩禮)로 바뀌었으며, 실혜산의 아랫마을이라는 뜻이 있다.

    호박소는 보기에는 아담하고 예쁜데 그 속을 알 수 없으니 전설이 내려올 수밖에 없다. 사시사철 물이 넘실넘실 넘치는 만큼 오랜 가뭄이 계속될 때 기우제를 지내는 장소이기도 했다. 이무기가 글을 읽고 용이 되어 이곳에 잠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동국여지승람 구연 기우소에 따르면 ‘세상에 전하기를 이곳에 옥황상제에게 벌을 받아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가 살고 있으며, 깊이는 헤아릴 수 없고, 가뭄에 범의 머리를 넣으면 물이 뿜어 나와서 곧 비가 되는데, 연못 속에 더러운 것이 들어오면 그것을 씻어내기 위해 조화를 부리기 때문이다’라는 설도 있다.

    호박소는 영남알프스의 가지산과 백운산을 걸친 골짜기에 자리해 있다. 호박소 입구는 백운산에 있어 아름다운 두 산을 아우르는 형태다. 그 둘레가 100여 척(약 30.3m)이나 되며, 폭포의 높이는 10여m, 깊이는 명주실 한 타래가 들어갔을 만큼 깊었다고 하는 얘기도 전해진다. 실제 수심은 6m가 넘고 수온이 극히 낮아 수영을 금지하고 있다.

    호박소는 전국을 떠돌며 아름다운 폭포를 화폭에 담은 사석원 화백도 이 연못을 빠트리지 않고 그렸다. 고전소설 ‘춘향전’을 방자의 처지에서 재구성한 영화 ‘방자전’에도 배경으로 등장했다.

    맑은 물이 옥빛으로 깊게 고여 있고, 여름철에는 구연폭포가 물보라를 뿌려주는 풍경과 그 시원함에 피서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연못에서 넘치는 물이 흘러내리는 완만한 암반에서 미끄럼을 타는 것만으로도 아주 즐겁다.

    호박소에서 석남터널을 향해 20여 분 산을 오르면 오천평반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폭포가 만든 물구덩이와 너럭바위의 넓이가 5000평에 달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거대한 바위가 계곡 전체를 덮은 광경은 그 자체가 가경이다. 와폭이 너럭바위를 빗질하듯 흐르는 오천평반석은 경사가 완만하며 수심이 얕아 어린이 물놀이 장소로 제격이다.

    호박소에서 2분여 차를 타고 내려오면 국내 최장거리(1751m)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하부승강장에 도착한다. 국내 유일 4선 교주식으로 안전하며 상부승강장까지 10분이 소요된다. 케이블카 상부승강장은 해발 1020m 고지에 이르며, 하늘사랑 길을 따라 10여 분 정도 산책하면 전망대 녹산대에 도착한다. 맞은편에는 바위들의 형상이 흰 구름 같다 해 이름 붙여진 백운산(白雲山)이 있다. 그 모습은 ‘흰 호랑이가 앉은 형상’인 백호와 같다. 녹산대는 천황산 1100m 고지에 있어 신선한 공기와 얼음골 계곡, 사자평, 재약산, 산들늪 등 가지산 도립공원 주변에 산재해 있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여느 케이블카처럼 고도를 오르며 경치를 보는 것 외에도 영남알프스의 봉우리인 천황산, 재약산, 백운산, 운문산, 가지산, 능동산, 신불산, 간월산, 백운산의 능선 위에 올라설 수 있도록 해주는 매력도 있다.

    호박소 주변에는 한여름에도 얼음을 볼 수 있는 얼음골(천연기념물 제224호)과 소설 ‘허준’에서 허준이 스승 유의태를 상대로 해부학을 공부했다는 동의굴이 있다. 주차장에서 20여 분 얼음골을 향해 돌너덜을 걸으면 발밑에서 서늘한 바람이 올라온다.

    한여름 높은 기온에도 신기하게도 그 틈새로 냉기가 올라오고 영하에 가까운 온도를 유지하는 이 신비로운 골짜기는 천황산 북쪽 계곡에 자리해 있다. 초여름에 얼기 시작하는 얼음은 4월 초에서 5월 초까지 절정을 이루고, 한여름 삼복더위를 지나 처서가 되어야 녹는다. 계곡물은 너무나 차가워 10초 이상 담그기 어렵다. 너무 차가워 아려 온다.

    얼음골 안쪽에는 가마불협곡과 폭포가 자리해 있다. 태고부터 흘러내린 물이 암반을 깎은 형태가 가마솥을 걸어 놓은 아궁이 같다 해 가마불이라 부른다. 가는 물줄기가 굽이치는 것이 협곡, 질펀한 물줄기가 수직으로 하강하는 것이 폭포다. 음양의 조화를 이루듯 협곡과 폭포가 나란한 모습이 이색적이다.

    이처럼 밀양은 발길 닿는 데마다 머무는 장소마다 천혜의 자연이 느껴진다. 한여름 무더위를 이겨낼 시원한 물줄기와 찬 기운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이는 축복의 땅 밀양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축복인 듯하다.

    고비룡 기자·사진=밀양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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