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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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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조선기자재업체의 생존전략은- 이성신(㈜신성 대표·거제 성내 협동화공단 협의회장)

  • 기사입력 : 2013-07-1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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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선의 수주 가뭄으로 인한 조선기자재 생산업체의 물량 감소가 갈수록 심각하다.

    미국의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글로벌 세계금융시장의 자금 경색으로 얼어붙은 해운시장이 깊은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이로 인한 선박 발주가 뚝뚝 떨어지더니 드디어 그 여파가 우리에게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형 조선사들은 상선으로 채우지 못하는 물량 대신 석유시추를 위한 드릴십이나 FPSO 등의 해양플랜트 물량수주에 심혈을 기울여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 물량들은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제작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지금까지 선박블록 생산에만 의존해 오던 대다수의 조선기자재 협력업체들은 나날이 줄어드는 일감으로 매우 심각한 처지에 놓여 있다.

    이는 전적으로 대형조선소의 물량수급에만 의존하고 있는 조선기자재 생산업체들의 운명이요 모기업의 상선물량 고갈이 가져다 준 당연한 결과다.

    파급효과는 기자재 업체들의 기업생존과 근로자 개개인의 삶은 물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

    필자가 속해 있는 거제지역에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라는 세계적인 조선소가 있어 향후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다른 지역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인근 통영과 고성 지역의 실태를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통영 도남지역의 경제권을 지배하던 중·소형 조선소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그나마 가동중인 타 지역의 중·대형 조선소들도 매우 힘들게 운영된다고 한다. 조선근로자들의 갈 길은 물론 조선소 인근 지역의 상권이 황폐화된 것은 벌써 오래전의 일이다. 고성 또한 동해면 등 해안가에 수십 개의 조선 기자재공장들이 산재해 있으나 가동중인 공장은 소수이며, 그 실태를 직접 눈으로도 확인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지역의 조선기자재업체들은 어떠한 생존전략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해양플랜트 물량을 처리하기에는 지금의 선박건조기술로는 어렵고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해양물량을 처리할 계획이 수립된 업체에서는 모기업의 해당 기술과 기능을 전수할 기회도 가져야 한다. 분야별 전문 기술자들을 영입해 철저한 자체교육을 통해 제작 기술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다.

    해양플랜트는 조선블록보다 제작단가가 3배 이상 높은 반면, 검사는 조선블록보다 3배 이상 까다롭다. 엄격한 품질과 고도의 기술력, 정밀한 제조공정을 요하며 조선블록을 생산하던 기술력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해양플랜트 선주들이 물량 아웃소싱을 꺼리는 것도 기술력 부족으로 인한 품질불량을 첫째 이유로 꼽는다. 이를 간파한 모기업들은 물량을 아웃소싱하기 이전에 철저한 사전 검증을 실시한다. 이를 통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통과하지 못하면 아예 물량을 배정받을 수 없어 철저한 기업관리가 필요하다.

    제작부지, 공장규모, 공정 흐름도, 각종 제작공정, 설비 및 장비보유 실태, 품질확보 계획, 안전환경수립 대책, 회사의 재정상태, 악성부채, 기술력 확보상태, 자격증 보유현황, 주요 경영진의 구성, 물량 처리 경험을 가진 생산 기능공과 관리자들의 확보상태, 수송거리 등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실시해야 한다.

    공단들은 지금까지 각 사가 단위블록을 받아 제작해오던 경험에서 벗어나 새로운 해양 물량을 처리하기 위한 공동생산체제 구축도 시급하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에서는 소규모 블록만 생산할 수밖에 없다.

    모기업으로부터 경쟁력 있는 물량을 수주받기 위해서는 대형물량을 공급받아 처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스템 전환도 시급하다.

    각 공장의 설비와 규모에 맞는 물량을 공동 생산해 납품하고 기성금은 정한 대로 공동 배분하면 된다.

    이처럼 심각한 국면에 처해 있는 조선기자재 협력사들은 지금까지 쌓아온 선박건조 경험을 살리고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해 향후 쏟아져 나올 해양물량의 제작에 대비해야 기업과 근로자들이 살고, 지역경제도 산다.

    이성신(㈜신성 대표·거제 성내 협동화공단 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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