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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수레바퀴 속에서- 조화진(소설가)

  • 기사입력 : 2013-07-1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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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것은 ‘자기만의 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름이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작가인 나는 아직 ‘나만의 방’을 가져본 적이 없다.

    어릴 때는 어릴 때대로 온 가족이 방 두 칸을 썼고,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일이십대 때에는 엄마와 한방을 썼다. “비록 창고나 다락방일지라도 내 방이 있었으면….” 내 최대의 꿈 중 하나였다.

    엄마가 나가고 나면…. 나는 정말 좋았다. 책도 읽고, 끄적거리고,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또 마음껏 공상도 하고…. 조용하게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과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있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결혼 후에도 아이들이 있고 노모도 계시고, 그렇게 살다 보니 나만의 방 한 칸은 더더욱 그림의 떡이 됐다. 물론 결혼함으로써 그런 호사(?)는 포기했지만…. 중년이 된 이 나이에도 여전히 나의 소망은 비록 남루하나마 내 방 한 칸이다.

    영국의 소설가인 버지니아 울프는 <자기만의 방>이란 에세이집에서 “여자들이여! 자기만의 방을 가져라”라고 했다. 생활의 자립을 꾀할 수 있는 경제적인 소득과 아무런 방해 없이 사색할 수 있는 자기만의 방을 가질 것을 권한 것이다. 페미니스트다운 진정으로 멋진 말이다.

    또한 방해 받지 않는 삶을 그토록 원했으나 결혼함으로써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결혼을 안 할 수는 없는 일, 나는 이 나라의 ‘아줌마‘들에게 제안을 해 본다. 열심히 살림을 하는 가운데서도 ‘나만의 시간을 즐겨보자’고.

    혼자 여행하기, 쇼핑, 영화보기, 카페에서 책 읽기, 기타 등등. 그중에서도 영화보기는 딱이다.

    인디영화(independent film) 마니아인 나는 저녁을 짓다가도 불쑥 영화관에 가곤 한다. 물론 아주 가끔이지만. 죄책감도 살짝 들지만 식구들은 그런 나를 애써 이해해 준다.

    물론 처음에는 툴툴거리기도 했다. 나는 과감히 하고 싶은 것들을 해버렸다. 그런 나의 속성을 이미 알기에 식구들은 나를 제쳐놔버린 것이다. 평소에 열심히 뒷바라지하는데 ‘어쩌다 하루’ 정도는 봐 주게 된 것이다. 일이 많다고, 일에 치여 산다고 불평하기보다는 나만의 취미를 바쁜 일상의 수레바퀴 속에서 찾아 즐기는 것도 썩 괜찮은 방법이지 않을까.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주부다. 집안 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고 표도 안 난다. 그건 당연하다. 어제는 어제의 일이 있고 오늘은 오늘 할 일이 있으며 내일은 또 내일의 일거리가 생길 테니까 말이다.

    요즘은 홀로 즐기는 법이 인기다. ‘혼자 여행하는 즐거움’ 같은 책들이 서점에 죽 깔려 있고 실제로 혼자 여행하기, 혼자 영화보기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뭐든지 생각하기 나름, 마음먹기 나름, 행동하기 나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것들이 꼭 프리한 싱글들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결혼했다고 해서 꼭 남편과 함께만이 아닌 혼자서도 충족욕구를 즐기며 살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물론 요즘 사람들은 혼자서도 즐기고 단체로도 즐기며 살아간다. 한 사람의 삶의 질은 마음의 풍요로부터 온다고 믿는 나로서는 자기 자신의 만족도가 높은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제 생겼을까 싶게 어느 동네고 골목마다 카페가 많이 생겼다. 가히 카페의 천국 아니 범람 수준이 되었다. 카페마다 사람들이 가득 넘친다. 사람들이 카페문화를 즐기는 걸 보니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느끼는 반면에 어떻게 그렇게 주체할 수 없는 욕구를 참고 살았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가까운 곳에 카페가 있다 보니 내겐 참 다행인 것이, 식구들이 집에 있는 날에는 일찍 문 여는 카페에 가서 책도 보고 글도 쓰고 사색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철부지 소녀처럼 홀로 있는 꿈을 꿔본다. 작지만 아늑한 방, 흰 벽지에 책장에는 책이 가득 꽂혀 있고 책상 위의 스탠드에 불이 켜 있는 나만의 방 한 칸 말이다.

    조화진(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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