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경남의 마을 아, 본향! (23) 거창군 위천면 황산마을

한국명품고가 ‘신씨고가’ 자리한 거창신씨 집성촌
조선시대 신우맹 후손들 마을에 터잡아
위로 ‘부’ 아래로 ‘귀’ 난다는 거북형상 지형

  • 기사입력 : 2013-07-30 11:00:00
  •   
  • 거창신씨 집성촌인 거창군 위천면 황산1구마을.
    지난 1994년 7월 4일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옛 담장.
    황산1구마을 중앙에 위치한 ‘신씨고가’의 사랑채.
    요수 신권 13세손 종부 박정자 씨가 장독을 보고 있다.




    산수가 빼어난 거창군은 선비의 고장이다. 그래서일까 교육도시로 이름난 거창에는 거창고·거창대성고 등 전국적으로 소문난 명문고가 있다. 또 하나 유명한 곳이 있는데 바로 명승지인 수승대의 정문 매표소 맞은편에 자리한 위천면 황산마을이다. 거창 신(愼)씨 집성촌인 이 마을에는 고풍스런 멋을 느낄 수 있는 전통한옥 수십 채가 있어 ‘황산고가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황산마을은 일제 강점기 때 정자와 정자나무가 많다고 하여 대정리라 불렸으나 1995년 8월 거창군 조례에 의해 지금의 황산리로 바뀌었다. 마을을 관통하는 개울(호음천)을 중심으로 왼쪽은 황산1구마을, 오른쪽은 황산2구마을이다. 황산1구에는 수승대 내 민박촌을 포함해 74가구, 황산2구에는 61가구가 살고 있다. 수승대 민박촌을 빼면 개울을 사이에 두고 60여 가구씩 사이좋게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주민 수는 황산1구 141명, 황산2구 134명으로 엇비슷하며, 80% 정도가 거창신씨다. 젊은이들은 거의 없고, 최고령자는 신주범 씨로 91세다.

    ●황산마을 역사

    거창 위천면 수승대 정문을 등지고 개울 옆 도로를 따라 조금만 가면 커다란 느티나무가 먼저 반긴다.

    마을어귀 오른쪽에 서 있는 느티나무는 수령 600년 이상의 마을 보호수로 둘레 7m30㎝, 높이 18m 이상의 고목이다. 마을에서는 이 고목을 안정좌(案亭坐)나무라고 부른다. 나무 양 옆에 있는 정자 2개는 동네 어르신들의 쉼터다. 푹푹 찌는 한낮인데도 들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기 그지없다.

    거창신씨 집성촌인 황산마을은 경사가 조금 있는 평지에 자리한 평화로운 마을이다.

    마을 가운데를 흐르는 개울의 왼쪽은 ‘신씨고가’ 등 고택으로 이뤄진 황산1구, 오른쪽은 현대식 가옥이 드문드문 있는 황산2구. 예전엔 황산1구를 큰땀, 2구를 동녘(동촌)이라고도 불렀다.

    덕유산 남쪽에 위치한 마을을 감싼 산이 호음산이다. 호음산은 포효하는 호랑이가 개를 쫓는 형국이고 마을 앞 개밥말산은 호랑이한테 쫓긴 개가 달아나지 못하고 웅크리고 누워 있는 형국이다.

    또 황산마을의 지형도는 거북 형상인데 마을의 중허리를 기점으로, 위에서는 ‘부’가 나고, 아래에서는 ‘귀’가 난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황산마을 거창신씨 상계를 살펴보면 참판공 신기가 전라도관찰사로 부임하면서 4형제 중 막내 신후경과 함께 전남 영암에 정착했다. 신후경은 형제를 두었고, 그중 맏이인 신영수는 3형제(우평, 우회, 우맹)를 두었다.

    맏이인 신우평은 거창읍으로, 둘째 신우회는 전암 영암에 남아 있었고, 셋째 신우맹은 황산마을에 첫 정착한 황산마을 입향조가 되었다.

    신우맹은 초계 정씨인 정옥행 창원부사의 사위로, 장인이 사는 거창으로 와 살게 됐던 것이다. 신우맹이 당시 거주했던 수승대 정문 앞의 집은 없어지고, 현재 그 자리에는 펜션이 들어섰다.

    신우맹은 3형제를 두었는데 첫째가 요수 신권, 둘째가 신규, 셋째가 신준이다. 셋째 신준은 외지로 나가고, 신권·신규 두 형제는 조선 연산군 7년(1501년) 황산마을에 터를 잡았다. 이후 이 마을은 거창신씨 집성촌으로 번창했고, 그 후손들이 현재까지 살고 있다.

    느티나무 정자에서 만난 신용길(81) 씨는 “전국적으로 황산마을 입향조인 신우맹의 장남인 요수 신권의 후손이 80%를 차지하고, 신규·신준의 후손이 20% 정도 된다”고 말했다.

    요수 문중 유사(문중 일을 보는 사람)인 신정규(71) 씨는 “13대 요수 신권의 손자 신당은 6형제를 두었는데, 그들의 후손 가운데 신성범, 신도성, 신순범 씨 등 국회의원 3명이 배출됐다”면서 “또한 사법고시 2명, 행정고시 2명 등 많은 인재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한국명품고가에 선정된 ‘신씨고가’

    마을 어른들에 따르면 황산마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집은 거창신씨 재실인 ‘추원재’로 310년쯤 됐다고 한다.

    또 가정집으로 가장 오래된 집은 황산1구에 있는 신용국 씨 집으로 200년 이상 됐다고 한다. 현재 이 집은 식당을 운영한다. 농촌진흥청 향토음식지원사업인 ‘농가 맛집’이기도 하다. 인근 덕유산에서 직접 채취한 목이버섯·꾀꼬리버섯·표고버섯·취나물·고사리 등 제철 메뉴가 밥상에 오른다.

    황산1구마을에는 100~200년 전 건립된 한옥 50여 채가 운치있게 들어서 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지방 반가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며, 거의 안채와 사랑채가 있다.

    특히 고풍스럽고 운치 있게 가장 잘 보존된 집으로는 ‘신씨고가’가 꼽힌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신씨고가’는 5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며, 현재의 집은 요수 신권 선생의 10세손인 신종삼이 기존 집을 헐고 1927년 다시 지은 것이다. 이곳엔 12세손으로 국토통일부장관·국회의원·경남지사를 지낸 신도성(1999년 작고)이 살았고, 2007년부터는 신 씨의 장남으로 13세손인 신위범(73·인천 학교법인 문성학원 전 이사장) 씨가 아내 박정자(68) 종부와 살고 있다.

    박 씨는 “군청에서 관광객이 많이 오는데 문을 잠가 두면 안된다고 해서 인천에서 이곳으로 와 살게 됐다”면서 “올해 거창군 지원금 8000만 원을 포함해 총 1억5000만 원을 들여 화장실, 전선 지중화, 각 방 인터넷 설치 등 집수리를 마치고 한옥체험 민박 손님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신씨고가에는 ‘원학고가’라는 편액이 솟을대문 아래 걸려 있다. 원학고가의 ‘원학’은 옛 안의면 삼동 중의 하나인 원학동 중심에 신씨고가가 자리함으로써 붙여졌다.

    솟을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일자형 팔작지붕의 사랑채가 남향으로 지어졌는데, 상량한 묵서명에는 정묘 8월 22일 ‘갑인진시입주동일신시상량’이라 쓰여져 있다. 따라서 정묘년은 1927년으로 이 집을 건립한 해가 된다. 만 86년이 된 셈이다.

    신씨고가는 목조건축물로 안채·사랑채·중문채·곳간채·솟을대문·후문 등 7채로 집 주인의 부와 권위, 경제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규모와 형식 면에서 월등한 신씨고가는 1994년 7월 4일 경상남도 민속자료 제17호로 지정됐고, 2012년에는 한국관광공사의 ‘한국명품고가’에 선정됐다.

    그리고 황산2구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거창지역 화가들이 그린 벽화담장을 만날 수 있다. 거창군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으로 수년 전 탄생한 벽화 골목길에는 벽을 깨고 나오는 황소, 수승대 거북바위 등이 눈길을 끈다. 어떤 집에는 어린 자매의 조각이 담장 위에 설치돼 있어 미소를 짓게 한다.

    ●옛 돌담 눈길

    황산마을은 고가도 유명하지만 옛 담장도 일품이다. ‘황산마을 옛 담장’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길이 1200m의 토담으로, 1994년 7월 4일 국가등록문화재 제259호로 지정됐다.

    옛 담장의 아랫부분은 빗물과 바람이 잘 빠져나가도록 진흙을 섞지 않고 자연석을 쌓아 만들었다. 윗부분은 하부보다 작은 자연석과 진흙을 섞어 교대로 쌓은 것이 특징이다.

    황산마을은 고풍스런 돌담과 전통한옥을 감상하면서 걷는 즐거움이 남다른 곳이다.

    한편 황산마을은 거창군의 전통 민박촌으로 지정되어 황산1구마을 18가구에서는 운치 있는 한옥 민박체험을 할 수 있다. 황산2구마을과 황산마을 입구, 수승대 내에도 민박집이 있어 하룻밤 머물면서 수승대 주변 경치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글= 홍정명 기자·사진=거창군 제공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홍정명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