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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26) 하동 불일폭포

층층 절벽 시원하게 내달리는 물줄기
쌍계사서 불일폭포에 이르는 2.5㎞ 길은 ‘힐링 숲길’이다
나무터널이 햇살 가려주고 풀꽃 가득해 발걸음이 즐겁다

  • 기사입력 : 2013-08-0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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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 불일폭포. 높이 60m 절벽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우리나라 3대 폭포, 지리산 10경, 하동 8경. 하동 불일폭포를 일컫는 말이다.

    이렇게 유명한 곳인데 가보기는커녕 이름조차 처음 들어봤다는 부끄러움과, 과연 이름값을 하는지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겠다는 의지로 불일폭포를 찾아 나섰다.

    폭포는 차치하고 가는 길이 아주 즐겁다.

    불일폭포는 쌍계사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폭포까지 가는 길은 그 자체로도 훌륭하다.

    남해고속도로를 내려 쌍계사가 있는 화개까지 가는 길 내내 섬진강을 끼고 달린다. 푸른 물과 하얀 백사장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전남 구례와 화개의 갈림길까지 섬진강과 동행한 후 오른쪽으로 꺾어 화개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 쌍계사까지 가는 길 또한 예술이다. 그 이름도 유명한 ‘십리벚꽃길’이다. 흐드러지게 꽃핀 벚꽃길도 장관이겠으나 한여름 무더위에 터널처럼 늘어선 벚나무 가로수길은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초록 터널과 오른편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마음이 더없이 상쾌해진다. 불일폭포라는 목표를 잊을 정도로 여정이 즐겁다.

    쌍계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을 찾아 나선다. 무료주차장에서 쌍계사까지는 2㎞ 남짓이다.

    쌍계사 요금소를 지나면서부터는 본격 숲길이다. 절에도 볼 것이 많지만 폭포를 먼저 보자는 생각에 길을 재촉한다. 절에서 폭포까지는 2.5㎞. 1시간이면 족한 거리다.

    섬진강변길과 십리벚꽃길만 좋은 줄 알았더니 불일폭포로 오르는 숲길 또한 뒤지지 않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가족과 함께 둘러볼 만한 국립공원 ‘힐링 숲길’ 30곳을 추천했는데, 쌍계사에서 불일폭포에 이르는 숲길이 포함됐다.

    가파르지 않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가장 큰 미덕은 숲길이라는 것. 폭염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2.5㎞ 내내 울창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준다.

    햇빛을 피하기 위해 모자를 쓸 필요도 없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여름철 여행지로는 제격인 셈이다. 물도 작은 것 하나만 준비해가면 된다. 절과 암자도 있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으니 목마를 일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대부분 돌길이라는 것. 내려올 때 무릎에 부담된다.

    이곳 역시 지리산 자락이다 보니 들풀과 들꽃이 풍부하고 다람쥐 같은 야생동물을 보는 재미는 덤이다.

    최치원이 신선이 되어 학을 타고 내려왔다는 환학대쯤 가면 산행의 절반이다. 1시간 가까이 덥지 않은 숲길 산행 끝에 불일평전을 만난다. 진격의 거인이 쓸 것 같은 새총 모양의 나무를 지나 장승이 있는 곳이다. 예전에는 산지기가 운영하던 쉼터가 있었지만 지금은 인적이 없고 초가집만 남았다.

    촉촉한 이끼로 온몸을 감싼 돌들을 지나면 지금까지 길보다는 더 가파른 길을 오른다. 불일암을 지나면 내리막길, 드디어 끝이 보인다.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도 폭포는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니 갑자기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불일폭포. 고려의 고승 지눌국사가 수행했고, 지눌국사를 기려 고려왕이 ‘불일보조(佛日普照)’라는 시호를 내렸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폭포 이름도 불일폭포고, 인근 암자도 불일암이다.

    높이 60m. 웅장하다. 보름 이상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는데도 폭포에서는 끊임없이 물줄기가 쏟아지고 하얀 물보라가 사방을 덮는다.

    명불허전이었다. 아름다운 여정에 걸맞은 멋진 마무리다.

    자세히 보니 폭포는 2단이다. 켜켜이 내려온 물이 두 손을 모은 듯한 바위에 한 움큼 담겼다가 다시 폭포를 이룬다. 왼쪽으로 청학봉, 오른쪽은 백학봉. 협곡을 내린 물은 그렇게 웅장한 폭포가 되었다.

    담(潭)은 오히려 소박하다. 그러나 잠시 머물렀던 물은 계곡을 이뤄 굉음을 내며 아래로 아래로 흐른다.

    폭포까지 내려갈 수 없도록 데크가 설치돼 있지만 워낙에 큰 폭포이기에 그 모습을 한눈에 담기에는 딱 이 정도가 적당하다.

    데크에 있는 벤치에 한참을 앉아 폭포를 바라보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좌청학 우백학뿐 아니라 높다란 봉우리가 폭포 주변을 감싸고 있다. 마치 우물 바닥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느낌이다.

    폭포 소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온전히 속세를 떠나 별세계에 앉은 기분이다. 조선시대 수많은 문인과 고승들은 이곳을 청학동이라 여겼다고 한다. 때문에 불일폭포를 목도한 이들이 남긴 글도 많다. 서산대사가 불일폭포를 보고 지은 한시도 전해진다.

    이제 하산이다. 폭포의 소박한 담을 닮은 불일암은 정겹다. 밑에서 보면 성채와 같지만 막상 암자에 올라서면 무릎에도 오지 않는 낮은 담은 귀엽기까지 하다. 암자 앞마당에는 평상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쉬어가라는 뜻일 터. 앉아 보니 저 멀리 봉우리들이 겹겹이 펼쳐져 그 자체로 산수화다.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고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은 훨씬 수월하다.

    쌍계사에 들러 최치원이 썼다는 비문도 보고 사찰 곳곳을 둘러본 후 길을 재촉한다.

    다시 십리벚꽃길과 섬진강변길, 불일폭포는 반드시 다시 오고 싶은 이유가 가득한 곳이다.

    글= 차상호 기자·사진=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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