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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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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마을 아, 본향! (24) 고성군 마암면 장산마을

전통 한옥과 일본식 목조 건물 어우러진 ‘허씨고가’ 눈길
고려말 충신 정절공 호은 허기 선생 터잡아
250여년 전부터 김해허씨 문중 집성촌 형성

  • 기사입력 : 2013-08-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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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씨고가 입구.
    장산숲에 있는 연못과 인공섬.
    1937년에 허홍도 씨와 최제삼 씨가 함께 포획한 호랑이 사진.
    허씨고가의 일본식 평옥.
    고성 마암면 장산리 장산마을에 있는 허씨고가 정원.



    고성에는 3대 고가가 있다. 하일면 학림리의 최씨 종가, 개천면 청광리 박진사 고가, 그리고 마암면 장산리의 허씨 고가이다. 예로부터 인물 많기로 소문난 고성군. 그중 장산(章山)마을도 인재배출에서는 뒤지지 않는 곳이다. 숲과 인공 연못 그리고 돌담길과 고가가 어울리는 장산마을을 찾아갔다.

    ◆허씨고가

    김해허씨 문중의 집성촌으로 고려 말 충신 정절공 호은 허기(貞節公 湖隱 許麒) 선생이 신돈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고성의 대섬(현 고성읍 수남리)에 유배 왔는데 그 후 왕이 신돈을 벌하고 조정으로 불렀으나 나가지 않고 지금의 마암면 장산마을에 터를 잡고 살면서 마을이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도로변에서 약 30m 안쪽 오르막에 자리 잡은 허씨고가는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115호다. 허기선생의 후손으로, 천산재 허천수 선조의 6세손인 허각 선생이 이곳 장산에 터전을 마련해 250여 년 전부터 허씨고가 집성촌을 이루며 살고 있으며,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이곳 출신이다. 구한말 사학자인 담원 정인보 선생을 비롯해 과도정부 내각수반을 지낸 허정 선생, 삼성그룹 이병철 전 회장 등 많은 사람들이 과객으로 이곳에 머물다가 갔다.

    ◆허씨고가 건축양식

    이 고택은 조선 말기의 전통적인 한옥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어떻게 변모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경내의 솟을대문과 가묘가 전통적인 한식 목조건물인데 반해 바깥사랑채의 경우 건축구조와 재료 및 평면구성에 일본식 주택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건물은 안채, 안 사랑채, 바깥사랑채, 솟을대문, 가묘, 광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면 4칸 크기의 초가집 안채는 허물어지고 초석과 기단만이 남아있다. 안채와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 안 사랑채는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의 한식 흙 기와로 만든 우진각지붕 건물이며, 뒤편 사랑마당에 독립된 대청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ㄱ자형의 바깥사랑채와 2층으로 된 광은 일본식 평기와로 만든 우진각지붕의 일본식 목조건물이다. 집 앞마당에는 우리나라 지도를 본떠 만든 자그마한 연못이 있고 100년은 훌쩍 넘었다는 매실나무가 멋스러움을 더한다.

    장산숲이 보이는 대청마루. 오른편 대밭을 지나 불어오는 시원한 여름바람이 대청마루 풍경을 건드리면 가슴까지 맑아지는 청아한 소리가 듣는 이를 잔잔하게 만든다. 문화해설사 못지 않게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술술 나오는 허태영(55) 이장은 부인과 함께 허씨고택을 지키며 살고 있다. 불편이야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운명처럼 받아들이며 고가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30여 년 전 유실된 본채와 아랫사랑채와 일본식 건물인 평옥(일본식 목조건물)을 연결해주던 구름다리가 유실된 것이 가장 마음 아프다고 한다.

    집안에 가묘(家廟)가 모셔져 있는 곳은 하이면 최씨 고가와 함께 단 두 곳이란다. 현존하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된 허씨고가 가묘는 가정에서 선조의 위패를 모시는 곳으로 벽화가 그려져 있으며, 현재 도비와 군비 2800만 원을 지원받아 퇴락된 부분을 복원 중이다.

    ◆장산(章山)숲

    아름드리 나무가 둘러쳐진 숲은 도로변에 있어 찾기가 쉽다. 이곳은 약 600년 전 장산마을의 풍수지리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허기 선생이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바다가 마을에 비치면 빛에 눈이 부시니 마을에 이롭지 않다’고 하여 바다와 강풍으로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일종의 방풍림이다. 풍수지리상의 나쁜 기운을 누르고 좋은 기운을 도와 보충하는 비보(裨補)숲으로 처음 숲을 만들 때는 그 길이가 1㎞에 달하는 5934㎡였다고 전해지나, 지금은 길이 100m에 폭 60m로 아담하다. 이곳의 연못과 인공 섬은 허홍도(許弘道)공이 조성했으며 매년 봄이면 참사 허선(許宣)공과 아들 홍도(弘道)공이 지방 유지들을 초청,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겼던 곳으로 현 장손 허태래(57) 씨가 소유하고 있다.

    중앙에 정자가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넉넉하며 느티나무와 서어나무, 배롱나무, 쥐똥나무 등 우리나라 남부 온대지방의 고유 수종 25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다.

    숲에서 도로 쪽으로 돌담 안에 고택이 있는데 죽사정이라는 사당으로 1878년 무과에 급제해 비서감까지 지낸 김해허씨 5대조 허재찬 선생의 호인 죽사를 따서 지은 건축물로 1987년 5월 19일에 지방기념물 제86호로 지정됐다.

    조선 성종 때 이퇴계 선생의 제자였던 천산재 허천수(天山齋 許千壽) 선생이 노산정을 지어 연못을 파고 주위에 나무를 심어 고기잡이나 산놀이를 즐기던 곳이라고 장산숲과 연관 지어 설명한 고성군의 자료가 있는데, 허태영 이장은 그곳은 장산숲의 연못이 아니고 허씨고가 맞은편에 있는 500㎡ 규모의 작은 연못으로 장산숲 인근에 있는 또 다른 곳이라고 주장한다.

    ◆호랑이 포획

    1937년 겨울 허홍도(당시 33세) 씨와 함안 최제삼(당시 40세) 씨가 고성군 개천면 좌연리 연화봉에서 큰 호랑이를 포획했다. 일본식 건물 평옥 2층에 이 사진이 걸려 있다. 당시 신문기사와 달리 실제 포획은 큰 호랑이 1마리, 작은 호랑이 1마리 총 2마리였다고 하며 작은 호랑이 1마리는 과도정부 내각수반을 지낸 허정에게 박제로 선물했으며, 큰 호랑이 1마리는 1960년대 호피로 팔았다고 한다.


    ◆찾아오는 길

    ▲창원쪽= 국도 14호선-고성방면-배둔삼거리-마암 보전삼거리에서 좌회전-마암면사무소에서 개천방향 차로 5분 거리(지방도 1007호)-장산마을

    ▲진주, 사천쪽= 국도 33호선-고성방면-고성읍 교사삼거리-마암 보전삼거리에서 좌회전-마암면사무소에서 개천방향

    글= 김진현 기자·사진=고성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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