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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100쌍 넘는 부부 결혼사진 촬영 황차곤 씨

“신랑 신부의 아름다운 순간을 담는 것이 좋았죠”

  • 기사입력 : 2013-08-0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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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여 년간 100쌍이 넘는 직장동료와 지인들의 결혼 사진을 촬영해준 황차곤 씨가 자신의 카메라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성승건 기자/
    황차곤 씨가 결혼사진을 찍어준 이들과 함께한 기념사진(왼쪽)과 초창기 촬영 때 사용한 카메라(오른쪽)./황차곤 씨 제공/



    STX조선서 용접검사하는 용접 전문가

    사진전서 대상 받은 친척 보며 관심

    책·포토그래피 잡지 구해 독학으로 공부

    공모전 입상 후 사진작가의 길 들어서


    사진실력 소문나자 지인들 요청 잇따라

    아름다운 순간 보는 게 좋아 계속 수락

    지금은 풍경사진 위주로 촬영

    그동안 찍은 사진 모아 전시회 열고 싶어



    “일생의 가장 소중했던 한순간을 사진에 담아 드리는 것 자체가 보람이지요.”

    평범한 직장인이 독학으로 사진을 공부해 사진작가가 된 후 100쌍이 넘는 직장 동료와 지인들의 소중한 결혼식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 눈길을 끈다.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탑재1팀에서 비파괴 용접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황차곤(57) 기장이 그 주인공이다.

    황 기장은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인 1979년 STX조선해양의 전신인 부산 영도의 대동조선에 용접공으로 입사해 근무하다 8년 전부터는 용접검사를 맡고 있는 용접분야 전문가다.

    그가 사진과 인연을 맺은 것은 회사에 입사하고 2년이 지난 1981년부터다. 당시 경주에서 사진관을 운영했던 친척이 경주신라제 사진전에서 대상 수상을 한 것을 보고 크게 자극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사람들의 사진에 대한 관심은 높아도 사진작가가 많지 않던 시절이어서 사진전에서 입상은 대단하게 보였던 것이다.

    그는 이때부터 업무가 없는 주말이면 25·50판짜리 필름을 구입해 야외에 나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찍은 사진은 직접 인화도 했다. 또 주변에서 촬영기법 등에 대해 직접 배울 수가 없어서 헌책방에서 사진 관련 책과 포토그래피 잡지를 구입해서 직접 공부를 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사는 아는 형님이 사진 관련 책을 종종 갖다줘 빛의 노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

    “찰나의 순간을 잡아내는 사진의 특별한 매력에 빠지게 됐습니다. 특히 사진은 현장성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어서 사진으로 나타난 한순간의 아름다움을 평생 간직할 수 있다는 점이 사진에 더욱 빠지게 만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기 시작해서 몇 년이 지난 후부터는 공모전에도 참가하기 시작해 입상 등을 하면서 TV·세탁기 등을 부상으로 받기도 했다. 그가 주변 사람들에게 사진 전문가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대한민국사진전람회에 특선으로 뽑히면서다. 대한민국사진전람회는 당시 국내 사진공모전에서 가장 큰 행사로 특선에 뽑히기 위해선 전문 사진작가가 아니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공모전 외에도 부산MBC영상공모전 사진분야 은상 등 30여 회의 입상·입선 경력을 갖고 있다.

    이런 입상경력을 통해 사진작가협회에 회원으로 가입해 사진작가로도 활동할 수 있었지만, 개인적 사정으로 포기하고 이후 개인적 작품활동에만 전념해오고 있다.

    그가 결혼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도 대한민국사진전람회에서 특선을 받은 후 사진 실력을 알게 된 주변사람들이 간곡하게 요청하는 부탁을 쉽게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식장에서 처음 사진을 찍으면서 어떻게 할지 몰라 얼떨떨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여기다 일생에 한 번 하는 결혼 사진을 잘못 찍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 이후 계속 찍으면서 구도나 장면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부담감을 조금씩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의 결혼사진 촬영은 이렇게 시작해 디지털카메라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2000년대 중반께까지 계속했다. 촬영 요청은 회사 직원이 주로 많고 직원 친구나 주변 지인 등도 간혹 있었다. 여름을 뺀 나머지 계절 동안 1년간 10회 이상 촬영을 했다.

    촬영을 하면서 재미있는 일화도 많았단다. 그가 처음 결혼사진을 찍었던 새부산예식장 주인이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사진 20장 정도로 꾸며지는 웨딩앨범의 가격이 70만 원이었기 때문에 상당한 벌이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앨범을 만들어주고 원가로 10만 원 받았는데 돈벌이를 생각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예식장 주인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한 번은 직원 결혼사진을 다 찍고 난 후 필름을 확인해 보니 사진이 하나도 안 찍힌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자신 외에는 아무도 사진을 찍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아찔해서 잠을 못 잘 정도로 심적 부담이 컸다. 그래서 이 직원의 동생이 결혼할 때는 사진앨범은 물론이고 무료로 액자까지 제작해서 전달했다고 한다.

    또 한 번은 결혼사진 촬영을 하러 예식장에 갔는데 신랑 인상이 험악해서 보니 우인들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신부 친구가 부탁해서 당시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신랑은 부산에서 잘나가는 조직 폭력배 두목이었다고 한다.

    그가 오랜기간 결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동료에게 부조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신랑 신부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지켜보는 것이 아주 좋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한순간을 ‘애틋하고 아련한 느낌의 모습’이라는 말로 그는 표현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결혼사진 찍는 것을 가능한 한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나이도 많고 아들과 딸과 같은 젊은 사람들 앞에서 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또 디지털카메라 보급 등으로 사진을 잘 찍는 젊은 사람들도 많이 생기고 사진촬영도 패키지화되는 등 전반적인 결혼풍속도가 바뀐 것도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에 제약 요인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결혼사진 촬영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주변의 동료나 거부하기 힘든 사람들에게서 간곡한 요청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찍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전에 작업했던 것과 비교하면 횟수가 크게 줄었다. 그는 줄어든 횟수만큼 지금은 주변의 풍경사진을 주로 찍고 있다.

    지난 79년 입사해 현재 30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해오고 있는 황차곤 기장. 과거 대동조선이 2002년 STX에 인수되기 전인 1996년 진해조선소로 옮겨와 IMF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등 그동안 직장 생활을 해오면서 산전수전을 겪었다.

    “정년을 몇 년 앞두고 다시 회사가 자율협약 신청으로 채권단으로 넘어가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정말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전의 경험을 되살려 보면 제자리에서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하면서 품질 좋은 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순간의 어려움에 흔들리지 않고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고 노력할 때 위기는 극복될 것입니다.”

    그동안 침체를 겪기만 했던 조선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고, STX조선도 자율협약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조업률이 상당 부분 회복되고 있어 조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그의 바람대로 모든 것이 잘되어서 STX가족은 물론이고 지역경제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오기를 희망하기는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다.

    “앞으로 제가 일하고 있는 조선소 등 오래전부터 주변을 대상으로 찍었던 사진들을 모아서 사진 전시회를 열고 싶습니다. 기록 사진으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사라져 버린 옛날 풍경들을 보면서 우리 삶의 소중했던 한순간을 떠올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랜 기간 직장생활 동안 사진을 취미생활로 하면서 그는 힘들고 어려운 순간도 즐겁게 넘길 수 있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취미생활로 권하면서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그 자신의 사진인생에 대한 자부심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명용 기자 my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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