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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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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근대유산과 인문학을 통한 도시재생- 천득염(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역사유적·인문학 활용해 도시문제 해법 찾아야

  • 기사입력 : 2013-08-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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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이 집짓기를 시작한 이래로 그들의 희망은 안전하고 편리하며 아름다운 집짓기를 원했을 것이다. 동물이나 곤충까지도 건축적 본능이 있는데 인간은 건축과 도시를 건설함으로써 신에 도전이라도 하듯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열망을 끊임없이 드러내곤 했다. 시간이 흘러 산업화가 진행되자 도시공간이 집적화되고 확장되면서 교통, 주거, 환경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나타나게 됐지만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도시화 추세는 50%에 이르고 장차 20년 후가 되면 약 75%에 이를 것이라 한다.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기 이전에도 인류는 현실세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세계를 원했다. 이런 인류의 열망은 어려움으로 가득한 현대사회에서 이상향으로 나타나며, 해결 방안으로 도시구조에 대한 얘기도 거론되고 있다. 그의 유토피아적 도시구조와 운영원리는 자족성, 도농통합, 인구통제, 건물 내부에서의 공동체 생활, 토지이용 분리 등이며 이러한 상당수 논지는 근대 도시계획으로 계승됐다.

    그렇다면 온갖 열망으로 가득한 지구상에서 공동생산, 공동분배에 6시간 노동하고 8시간 잠자고 나머지는 오락이나 취미생활을 하며, 경직된 관료주의가 아닌 민주주의와 민중 중심의 사회주의가 정립되는 나라가 있을까. 또한 도시공간이 유토피아처럼 구현될 수 있을까?

    이처럼 혁신적인 사상가와 건축가들의 주장과는 달리 도시공간을 통해 유토피아를 실현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르네상스 이래로 수백년간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간의 열망과 도시 성장이 같기 때문이다. 결국 도시는 도시 외곽부로 확장됐고 기존의 전통적 도시환경은 공동화되고 변모돼 정체성을 잃고 말았다. 도시는 장구한 세월 동안 건물과 길, 식생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생성되고 변해 가는 공간이다. 도시의 품격은 사람과 공간, 전통과 일상문화가 어울려 생성된 것이다. 더욱이 장소와 역사에 대한 애정과 인식이 이어져갈 때 도시는 기품을 더해 가는 것이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는 앞으로의 도시개발은 신도시, 혁신도시 등 역대 정부에서 펼쳤던 새로운 단지조성 정책을 지양하고 기존 도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의미 있는 정책으로 여겨진다. 그간 지방도시의 성장구조를 보면 인구는 한정돼 있는데 도시는 공간적으로 확장돼 당연히 인프라가 좋은 신도시 쪽으로 인구가 집중되기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구도심의 공동화를 초래했고 이로 인해 도시의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지난 시대의 역사유적을 활용한 구도심의 활성화는 이미 세계적으로 실효성이 입증된 사례가 많다. 즉 전통공간을 문화적으로 재생시켜 주변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근자의 화두는 인문학이다. 인문학으로 현실의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인문학에 노크하고 도움을 청할 필요가 있다. 공간의 이용 주체인 사람들이 공간에 대한 가치를 고민하고 판단하게 하는 생각의 틀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된다. 광주의 푸른길을 살리자는 공동체에서는 폐기차 안에서 인문학 강의를 듣고 있다. 몇 마디 강의로 어찌 인문학을 이해하리요만은 인간을 배제시킨 건축과 도시공간에서 인간 중심으로 함의와 접점을 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도시의 생성원리에 대한 고민 없이 일방적으로 조성되어온 도시의 양적 성장에 대한 반성과 정체성 모색이 결국 인문학에서 찾아야 할 해법인 것이다.

    천득염(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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