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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그림책 전도사’ 이동림 진해 안골포초등학교 교사

“그림책을 만난 건 내게 축복이자 행운이죠”

  • 기사입력 : 2013-08-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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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림 교사가 창원 성산도서관 유아 어린이 자료실에서 그림책을 읽고 있다.


    선생님에게 그림책을 가르치는 선생님. 초등학교 입학생에게 책을 선물하는 선생님.

    창원시 진해구 안골포초등학교 이동림(49) 교사는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이지만 사서교사와 그림책을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스타 강사이다. 또 초등 입학생에게 책을 선물하는 교사로도 유명하다.

    이 교사가 처음 도서관 업무를 맡은 것은 8년 전. 지난 2005년 책에 관심이 많던 그녀는 창원 성주초등학교 사서교사를 맡으면서 그림책에 빠졌다. 그때 뜻이 맞는 동료를 만나 ‘학교도서관을생각하는사람들의모임’(학생사모, http://www.edunpark.com)을 만들었고, 그림책 모임도 시작했다.

    “그림책을 만난 것은 나에게 축복이고 행운입니다. 그림책은 0세에서 100세까지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는 유일한 책입니다.”

    그녀는 그림책 속에는 모든 인생이야기가 들어 있다고 했다. 죽음, 인권, 평화, 환경, 장애인, 성폭력 등 다루지 않는 주제가 없다고 했다.

    “그림책을 보다 자주 웁니다. 그림책은 그림과 짧은 글로 되어 있지만 주는 메시지가 강렬하고 함축적입니다. 모두 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녀는 그해 김해외동초등학교에서 김해, 창원지역 초등학교 교사들과 매주 목요일 퇴근해 오후 5시 30분부터 8시까지 그림책 공부를 했다.

    처음에는 그냥 그림책이 좋아 읽다가 차츰 그림책의 역사, 작가, 발전 과정, 읽는 법 등을 공부하면서 이해력이 높아졌다.

    이들은 이론서(똑똑똑 그림책, 그림책의 이해 1, 2 등)를 읽고 토론하고, 좋은 그림책을 소개하고, 학급 아이들과 그림책으로 활동했던 내용을 공유하면서 내공을 다져갔다.

    김해서 시작한 그림책 공부 모임은 차츰 커져 갔다.

    그림책 공부가 재미있고 의미있는 활동이란 것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창원, 진해, 마산, 거제, 밀양에 그림책 모임이 생겼다. 그렇게 시작한 모임에 그녀는 모두 관여를 했고 9년째 그림책 공부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김해 그림책 모임에서 공부하다 창원에 모임이 생기면서 창원에서 공부하고, 또 진해에서 공부하고 마산과 거제는 한 번씩 가서 했습니다. 밀양 모임을 꾸리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었습니다.”

    그녀는 그림책 모임의 한 구성원이면서 가장 열성적인 그림책 전도사가 됐다. 지난해에는 연수 부탁을 받아 1학기에 20명의 교사를 상대로 30시간 특수분야 직무연수 강의를 했다.

    “그림책은 놀랍고 매력적입니다. 수채화, 판화, 유화, 수묵화, 데칼코마니, 뜯어붙이기 등 모든 기법이 다 들어 있습니다. 입체적으로 만들어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연필, 목탄, 붓 등 사용하지 않는 재료가 없습니다. 그속에는 미술과 시가 들어 있습니다.”

    그녀는 일본작가 야시마 타로의 ‘까마귀소년’이란 작품에 감명받았다고 했다. 내용은 이렇다.

    급우에게 늘 바보라고 놀림받는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이 ‘너는 그림을 참 잘 그린다’고 격려해 준다. 친구의 따돌림 속에서도 아이는 선생님의 격려에 힘을 얻어 학교를 다닌다. 그러면서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낸다. 어느 날 선생님은 이 친구는 까마귀 울음 소리를 잘 내는 아이라고 급우에게 소개하며 무대에 서게 한다. 아이는 모든 상황을 까마귀 우는 소리로 표현해 내고 마지막에는 고목나무에서 외로워 하는 까마귀 소리를 낸다. 이때 모두가 눈물을 흘린다.

    작가 야시마 타로는 일본군국주의에 반대하고 평화를 외치다 미국으로 망명한다.

    “까마귀 소년은 작가 자신이었습니다. 외로움을 타거나 왕따인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보면 위로받습니다. 교사들도 이 그림책을 보면 아이들한테 미안함이 생겨 반성하게 됩니다.”

    그림책을 오래 공부하다 보니 그녀는 어느새 이 분야에서 전문가로 대접받고 있다. 각종 교사연수와 학부모 독서교육연수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경남교육청의 요구로 도서관활용수업자료집을 함께 만들었고, 대구교육청에서도 동아리 관련 자료집을 공동 작업으로 펴냈다. 또 작년에는 교과부와 함께 1학년 독서교육길라잡이를 제작하기도 했다.

    “모임으로 공부하다 보니, 열심히 공부하는 동생(교사)들과 같이 자료집을 만들고 강의도 나눠 다니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그림책 전도사 못지않게 그녀는 책을 선물하는 교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국의 많은 지역교육지원청이 해당 지역 초등학교 1학년 입학생에게 책꾸러미를 선물하는 사업(책날개 독서교육)을 하고 있는데, 이 사업은 이동림 교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책날개 독서교육이 시작된 건 2007년 창원 사파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책읽는사회문화재단’(책사회)에 전화를 해서 1학년 입학생들에게 책을 선물하고 싶다고 요청을 했더니 그림책을 많이 보내 줘 시작했습니다. 다음 해에도 공짜로 작은 부직포 가방과 함께 그림책을 받았습니다. 그게 시초가 됐습니다.”

    그녀는 책사회에서 받은 그림책 두 권과, 가이드북, 구슬 고무줄 등 놀이감을 부직포 가방에 넣어 초등 입학생들에게 주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독서교육을 제대로 받으면 평생독서교육의 습관이 만들어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어 그녀는 2010년 창원교육청에 독서교육을 담당한 박영선 장학사한테 책날개 사업을 건의, 그 장학사가 과장을 설득하고 교육장을 설득해 2011년도에 책날개사업을 시작했다.

    그해 창원교육청은 관내 초등학교 중 책날개 사업을 신청한 40여 개 학교에 무료로 지원해 줬다.

    입소문이 나자 2012년부터는 더 많은 학교에 더 많은 1학년에게 지원해 주기 위해 학교와 교육청이 5대 5 대응투자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녀로 인해 창원의 입학식 풍경이 바뀌었다. “씨는 내가 뿌렸지만 뜻을 같이한 많은 분들이 주변에서 물을 주고 거름 주고 했습니다.”

    이 사업은 현재 전국으로 확대됐다. 울산에서는 지역 전 1학년에게 한다. 전북과 충남·북에서도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초등학교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는 아이들에게 적당한 독서교육 방법을 일러 주었다.

    “독서는 평생학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긴호흡으로 가야 합니다. 유아 때까지는 부모가 책을 읽어주고 책과 놀게 해줘야 합니다. 절대로 많이 읽히면 안 됩니다. 책이 아무리 좋아도 때리게 되면 안 읽는 것만 못합니다.”

    그녀는 특히 초등학교 도서관을 책임지는 사서교사의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제공해 주는 최고의 선물은 단연 사서선생님입니다. 좋은 책보다 좋은 사서선생님이 우선입니다. 좋은 사서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적합한 책을 구하고,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책입안자들의 인식 부족으로 우리나라 정규직 사서교사는 아주 적고, 대부분 계약직 사서가 더 많이 도서관을 지키고 있다. 그녀는 사서교사가 학교도서관마다 배치돼야 우리나라의 독서교육이 정상화된다고 했다.

    글= 이상규 기자

    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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