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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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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서울시는 수도다워야 한다- 김재익(논설위원)

진주시와 ‘등축제 갈등’ 초래… 집안의 큰형같은 모습 보여야

  • 기사입력 : 2013-08-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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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축제를 놓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다윗은 진주시이며 골리앗은 서울시이다. 두 도시 간의 싸움을 불러온 서울등축제는 아무리 따져봐도 역사성이나 정체성이 없다. 서울시는 자신의 축제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고 짜맞추기식의 변명으로 일관한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임진왜란에서 유래돼 진주 시민들이 공들여 쌓아올린 대한민국 대표 축제이다. 남강유등축제를 모방하고도 한시적이 아닌 앞으로 계속 개최하겠다는 서울시의 억지가 두 도시 사이에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했다.

    서울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대 도시이다. 서울은 인구 1042만여 명에 올해 예산은 23조5500억 원으로 진주보다 인구 30배, 예산은 23배나 되니 두 도시는 서로 싸움의 대상조차 되지 않아 보인다. 도시 규모가 아니더라도 서울시가 대표 도시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서울시는 경남이 태풍 ‘매미’로 엄청난 피해를 겪을 때나, 충남 태안 앞바다에 기름이 유출돼 어민들이 실의에 빠졌을 때 등 전국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많은 인원이 가장 먼저 달려가 그들을 도와주곤 했다. 집안의 큰형 같은 그런 모습에서 대표 도시로서 인정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대한민국 제1의 도시로서 수도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서울시의 남강유등축제 베끼기는 지방의 소도시들끼리 같은 특산물을 놓고 유사 축제를 개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서울시가 정체성도 없이 지방 축제 베끼기를 한다면 오랜 세월 동안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시킨 우리나라 대표 축제를 말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세계적 도시 서울시가 할 행동이 아니며 이런 수도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지금 영국의 에든버러에서는 세계 최고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 8월 9일부터 9월 1일까지 개최되는 올해 에든버러 축제는 이제 후반부로 진입하면서 에든버러 시내 곳곳은 공연 열기로 뜨겁다. 에든버러 축제는 1947년 작은 마을 에든버러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상흔을 예술로 치유하기 위해 시작됐다. 축제가 시작된 지 66년, 8월이 되면 세계의 공연팀들이 초청되거나 자발적으로 찾아와 오페라, 재즈, 연극, 춤 등 각종 공연을 펼친다. 영국의 촌구석인 에든버러는 세계적인 명소가 됐다. 세계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고, 수익을 많이 내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가장 주목할 것은 이 축제로 인해 영국의 이미지를 ‘문화·예술의 본고장’으로 바꿔놓은 일이다.

    가정이긴 하지만 에든버러 축제가 자리 잡고 명성을 얻기 시작할 때 영국의 수도인 런던에서 비슷한 축제를 개최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예상컨대 세계의 예술인들이 꼭 한 번쯤 찾아가서 공연하고 싶어하는 오늘의 에든버러 축제는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런던은 이러한 시도를 하지 않았고, 에든버러 축제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공한 축제가 됐다.

    잘 키운 지역축제 하나가 공장 10개 유치보다 부럽지 않을 만큼 지역축제의 성공은 높은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 지역축제의 국제화를 통해 세계적인 축제를 만드는 것은 노벨상 수상만큼이나 어렵지만 가능성이 없지만도 않다. 우리나라 대표축제로 선정된 남강유등축제는 캐나다 수도 오타와의 윈터로드 축제에 초청된 바 있고, 오는 11월에는 나이아가라빛축제에, 9월에는 미국 LA한인축제에 초청받아 남강유등의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세계적 축제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에든버러 축제의 성공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점점 세계에 알려지고 있는 진주남강유등축제도 앞으로 10년, 20년 지나면서 에든버러 못지않은 축제로 발전할 수도 있다. 런던과 에든버러만큼이나 서울과 떨어져 있는 지방도시 진주도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 있다.

    서울시의 명분 없는 서울등축제 개최는 이제 막 국제화를 이뤄가고 있는 남강유등축제의 싹을 자르려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 여론과 명분에 밀려 다윗에 무릎 꿇는 골리앗처럼 되기 전에 지방 소도시를 밀어주는 훌륭한 수도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김재익(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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