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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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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행복한 경남 Ⅱ ③ 김해 인제베이커리

갓 구운 ‘착한 빵’으로 일자리 나누는 ‘따뜻한 빵집’

  • 기사입력 : 2013-08-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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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시 외동 인제베이커리에서 직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수많은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 우리밀로 손수 빵을 굽는, 어디에도 없는 착하고 따뜻한 빵집이 있다.

    김해시 외동 동아그린아파트 앞 도로변에 있는 ‘인제베이커리’. 12년째 빵 굽는 냄새로 아침을 여는 곳이다. 지난 20일 오후 인제베이커리에 들어서자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단팥빵, 슈크림빵, 곰보빵, 롤케이크 등 70~80종의 빵들이 가득했다.

    69㎡ 남짓한 이 가게에서 밀가루를 반죽한 뒤 고소한 빵을 오븐에 구워 진열대에 올려놓고, 포장하느라 일손을 바쁘게 놀리는 사람들. 이들은 빵을 팔기 위해 고용된 것이 아니라 고용을 하기 위해 빵을 파는 ‘인제베이커리’의 직원들이다.

    김해지역자활센터에서 운영하는 김해시 외동 ‘인제베이커리’에는 모두 5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이 빵집이 문을 연 것은 지난 2001년 4월이다. 김해시의 지원을 받아 김해지역자활센터 자활근로 제빵사업단으로 시작해 이듬해 10월 인제대학교 교내식당 내 매장을 오픈했다. 그래서 빵집 이름이 ‘인제베이커리’다.

    지난 2009년 법인 유한회사 인제베이커리를 설립한 뒤 2011년 3월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받았고, 지난달에는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다.

    베이커리 이사를 맡고 있는 심혜정(28·여·김해지역자활센터 과장) 씨는 “지역 내 저소득층의 일자리 제공과 사회환원을 위한 사업 등 나눔을 실천하는데 든든한 힘을 얻은 것 같아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이란 저소득층과 같은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이들을 돕는 일을 최종 목표로 삼는 기업을 말한다.

    인제베이커리 역시 지역 내 저소득층 주민들을 대상으로 전문 제과·제빵 기술을 교육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의 자활을 도우면서 사회적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이곳 직원들의 하루 근무시간은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다. 그러나 근무시간은 납품물량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이들의 월급은 3명은 정부 지원을 받지만 2명은 수익금으로 주고 있다.

    이 가게의 빵은 방부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쿠키와 롤케이크의 경우 우리밀을 사용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판매가격도 일반 시중보다 10~20% 저렴하다. 인구밀집도가 낮은 데다 도로변에 위치하다 보니 손님은 많지 않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이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1억~1억2000만 원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상반기에만 7000만~800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하지만 직원들의 월급을 주고 나면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는 철칙에 따라 빠듯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오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인제대학교 내 있던 매장은 방학기간 매출 감소로 폐업해야 했고, 초창기 제과·제빵기술을 익힌 뒤 만들다 보니 직원들의 숙련도와 기술력이 다소 떨어져 외면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직원 가운데 3명은 자격증을 취득했고, 나머지 2명도 자격증을 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베이커리 책임을 받고 있는 김호상(35·김해지역자활센터 실장) 대표는 “그동안 인제베이커리에서 일한 직원 수만 80~100명 정도 된다”며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이 끊기더라도 자립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고, 일하는 분들도 보나 나은 미래에 희망이 실현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인제베이커리는 취약계층의 일자리뿐 아니라 사회환원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저소득층은 물론 지역 내 베이킹에 궁금증을 가졌거나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케이크, 샌드위치, 컵케이크, 슈가컵케이크, 쿠키 만들기 등 다양한 베이킹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수강료는 무료. 또 매달 김해 동광보육원과 효능원, 보현행원 등 여러 사회복지기관에 직접 만든 빵을 나눠주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 그렇듯 빵을 많이 팔면 사장이 돈을 버는 대신 일자리가 더 생긴다. ‘인제베이커리’의 목표도 마찬가지다. 직원들도 같은 꿈이다. 빵을 많이 팔아 더 많은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나눠주고 싶은 욕심이 그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매일 아침 따뜻한 빵을 만들며 행복을 꿈꾸고 있다.

    글= 김정민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인터뷰/ 김호상 대표

    “안정적인 수입으로 고용인원 유지할 것”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일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눔의 기회가 이어졌으면 합니다.”

    김해 인제베이커리 김호상(김해지역자활센터 실장) 대표는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무한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화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사회적 기업의 지원이 종료되는 3년 이내 자체고용 인원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해시의 지원을 받아 시작했지만 올해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기까지 개개인의 사연도 있었지만 많은 직원들이 제과점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직원들과 함께 웃으면서 일하는 기쁨을 통해 보람도 느끼고 있기에 이 행복이 더 많은 저소득층에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입이 뒷받침돼야 하는 게 사실이다. 이에 김 대표는 우리밀 제품의 추가 개발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 업체로 입지를 다지고자 한다.

    어린이집부터 초·중·고교에 ‘찾아가는 베이킹교실’과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하는 ‘찾아오는 베이킹 교실’ 등을 통해 사회환원 사업도 꾸준히 추진하고,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매달 빵을 전달하고 있는 곳도 늘려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달 그토록 바랐던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받았습니다. 잘 뿌리내리고 자랄 수 있도록, 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이룰 수 있도록 인제베이커리에 많은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도움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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