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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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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벽화마을의 주역 윤미숙 푸른통영21 사무국장

“2년마다 바뀌는 벽화, 지속가능한 동피랑 만들죠”

  • 기사입력 : 2013-08-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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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에서 윤미숙 푸른통영21 사무국장이 창문 사이로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한낮은 아직 덥다.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을 찾는 이들의 발길은 더위에도 끊이지 않는다. 방문객은 상기된 얼굴로 언덕을 오른다. 곳곳에 그려진 벽화에서 ‘인증샷’을 찍고 다시 꼭대기로 오르길 반복한다. 동피랑은 동쪽 비탈을 뜻한다. 33㎡ 남짓한 낡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달동네’다. 7년 전만 해도 가난한 집들이 몰려 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하루 평균 3000명, 연간 100만 명이 찾는 통영의 대표적 명소가 됐다. 동피랑을 만든 주역이자 현재 이곳을 지키고 있는 윤미숙(52) 푸른통영21 사무국장을 만났다.


    ◆동피랑 이야기

    이곳에는 80채의 집이 있다. 벽은 집과 집을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방과 방을 구분 짓는 것이었다. 33㎡ 남짓 집들은 그렇게 몰려 있다. 가난한 이들이 몰려 살던 동네다.

    시는 지난 2006년 이곳을 공원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정자가 있는 마을 꼭대기에 이순신 장군이 만든 통제영의 망루 터가 있었다. 동포루. 대포를 설치한 망루였다. 시는 동포루를 복원하면서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하려 했다. 그러나 몇 푼 보상비로 이들이 살 집을 구할 수 없었다. 주민들은 울먹였고 분노했다. 그러나 힘이 없었다. 도움이 필요했다.

    지역 NGO인 푸른통영21이 나섰다. 어떻게든 마을을 가꿔보겠다고 시를 설득해 1년의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푸른통영21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지역혁신협의회의 공모사업에 신청했다. 3000만 원의 예산을 받았다.

    그렇게 2007년 전국골목벽화전이 시작됐다. 예산은 태부족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예술 기부 지원자를 모았고 전국의 벽화 동호회 등 19개 팀 50명이 참가했다. 그들은 골목골목 집집마다 100여 개의 벽화를 그렸다. 인터넷을 통해 동피랑을 홍보했다.



    ◆지속가능한 발전

    동피랑의 성공을 모델 삼아 전국적으로 100여 곳에 벽화마을이 생겼다. 그러나 모두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현재 벽화는 2007년 처음 그려진 그림이 아니다. 벽화는 2년마다 바뀐다. 지금이 세 번째 벽화로 내년이면 또 다시 새얼굴로 탈바꿈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술가적 기질(?)이 뛰어나서인지 벽화에 꼭 자신의 흔적을 남깁니다. 끊임없이 사람들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라도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죠. 격년 벽화전을 기획했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윤미숙 사무국장의 말이다.

    격년 벽화전은 동피랑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첫 번째 키워드(key-word)다.

    “폭염이 내리쬐는 한낮에도 사람들은 벽화를 보러 옵니다. 그리고 땀을 흘리며 언덕을 오른 이들을 위한 보상이 기다리죠. 바로 풍경입니다.”

    그랬다. 마을 꼭대기에는 옛 동포루 자리에 누각이 세워져 있다. 땀을 식힐 수도 있고, 지친 다리를 잠시나마 쉬게 해주는 안식처가 된다. 무엇보다 ‘동양의 나폴리’라는 이름을 선사하게 해준 통영의 아름다운 항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맞은편 남망산과 함께 통영 강구안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조망이다.



    ◆기자… 환경운동가… 마을 만들기 코디네이터

    그녀의 고향은 거제다.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하고, 현재 그녀가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통영은 할머니의 고향이다.

    윤 국장은 스물다섯 살이던 1988년 지역신문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0년가량 일했다. 사회부 환경담당이었던 그녀는 98년쯤 거제환경운동연합으로 옮겨 환경운동가로 2003년까지 일했다.

    할머니의 고향인 통영에는 2006년 넘어왔다. 미륵산을 지키는 시민모임에 참여했다.

    ‘지방의제21’.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UN의제(UN Agenda 21:리우선언)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178개국 정상이 참가했다. 지방의제21은 지자체와 시민, 활동가들이 합심해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아! 이게 대안이다 싶었죠. 행정과 시민이 같이 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일이 동피랑 벽화마을 만들기였다.



    ◆동피랑 7년차

    쉽지 않았다. 주민들은 타지에서 온 그녀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않았다. 지금의 동피랑은 그렇게 7년간 끊임없이 이해시키고 싸우고 노력한 증거물이다. 갈등도 많다. 더디게 변하는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돈이 떨어지면 또 다른 갈등이 생긴다.

    “원래 긍정적이고 낙천적이죠. 지난 7년을 돌아보면 힘든 일도 많았지만 결론적으로는 행복합니다.”

    동피랑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행정과 주민, 활동가가 함께 참여하는 마을회의를 연다. 술 마시고 오는 이들도 있고 욕설이 난무한다. 그게 사람 사는 모습이라는 게 윤 국장의 지론이다.


    ◆그녀의 노하우

    “동피랑의 벽만 보고, 벽화만 봅니다. 벤치마킹하러 오지만 껍데기만 모사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동피랑이 첫 번째였다면 두 번째는 연대도다. 연대도는 에코 아일랜드(Eco Island) 즉, 에너지 자립 섬이다. 연대도의 성공으로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녀는 세 번째 프로젝트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8개월 동안 준비했다. 강구안 구도심재생 사업이다. 오는 10월 시작한다.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 인터뷰했고, 주민설명회도 여러 번. 주민동의 90%를 얻었다.

    푸른통영21은 지역에 기반을 둔 활동가를 키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경남도가 마을 사무장학교 같은 것을 만들어 지역에 기반을 둔 활동가를 양성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방의제21은 새마을운동 이후 국가가 마을 단위에 관심을 둔 두 번째 사업입니다.” 일자리도 만들고 비어가는 농어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녀는 책을 많이 읽는다. 신문에 고정 칼럼을 연재해서이기도 하지만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TV 개그프로그램도 일부러 챙겨본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스스로를 지속가능하기 위한 노력이다.

    글= 차상호 기자·사진= 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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