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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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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무한 감동을 받은 노래 한 곡- 안화수(시인·경남문인협회 사무처장)

  • 기사입력 : 2013-08-3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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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서를 순화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서는 예술이 필요하다. 예술은 인간을 감성적으로나 지적으로 개발하는 교육적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작품은 매체를 통해 발표되는 순간 그 작가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몫이 된다. 작품을 품평하는 기준에는 다양한 잣대가 있겠지만 모름지기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란 쉽게 읽히고 감동을 주는 것이다.

    오늘날 문학은 본의든 불본의(不本意)든 문인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시집의 경우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 이유는 시를 읽어도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르거나, 독자들로 하여금 감동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시가 대중으로부터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독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즉 이해하기 쉽고 감동할 수 있는 내용의 작품이어야 한다.

    일전에 Mnet의 대국민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를 본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슴을 울린 노래는, 늙수그레한 남자가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이다. 오디션에 참가하는 사람들 대부분 젊은이들로 초등학생에서부터 20대 중반이 주류였다. 그런데 이 곡으로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갓 육십의 남성이었다. 젊은 시절 음악을 했던 경험과 20여 년 전에 상처(喪妻)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열창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눈시울이 뜨거웠다. 아, 좋은 노래란 이런 것이구나! 노래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당장 인터넷에서 악보를 검색해 출력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싱어송 라이터(singer-song writer) 김목경 작사·작곡 노래에, 요절한 가수 김광석도 노래한 것으로 돼 있었다. 노랫말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그 자체가 찡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문학 작품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작품을 읽는 독자의 눈높이나 주어진 상황을 적절하게 묘사한다면 대중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어려운 단어를 사용한다든가 현학적인 표현으로 자신의 지식을 뽐낸다면 그 작품은 대중으로부터 유리될 수밖에 없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중순에 1주일간 ‘경남 교사 오카리나(ocarina) 연수’에 참가했다. 열대여섯 명의 초·중·고 교사들이 운지법(運指法)을 시작으로 악보를 배웠다. 서너 시간이 지나고부터 반주 음악에 맞춰 악보를 보면서 오카리나를 불게 했다. 대부분의 연수생들은 비교적 잘 따라 부르는 편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음의 길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계이름조차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이십수 년간의 교직 연수 중에서 최악의 상황이다. 아마 연수생들에게 점수를 매겼다면 꼴찌는 떼어 놓은 당상이다. 혼자서 악기 소리를 죽여가면서 운지법대로 더듬거리며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반복해서 연습하려니까 부끄러움과 미안함은 말할 것도 없고 비참하기까지 했다.

    문학 작품을 수용함에 있어서도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상 매체의 발달로 활자 매체와 거리를 두고 있는 요즈음, 자신이 읽은 작품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문학 작품을 기피할 것은 뻔한 사실이다. 내용도 모르겠고, 감동도 없다면 누가 작품을 읽으려고 하겠는가? 오카리나 연수를 받으면서 뒤처져 홀로 악기를 불면서 그만둘까 말까 망설이던 그때 그 심정과 다를 바가 없으리라.

    팍팍한 일상생활에는 활력소가 필요하다. 예술을 통해 그 활력소를 보충하는 일은 즐거운 나날을 가꾸는 것이다. 개인의 즐거움은 가정을 화목하게 함은 물론이려니와 더 나아가 건강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도 큰 몫을 할 것이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의 중요성을 느낀다. 나에게 무한 감동을 준 그 노래와 같이, 나도 그 누군가에게 무한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런 시 한 편 쓰고 싶다.

    안화수(시인·경남문인협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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