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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드는 행복한 경남Ⅱ ④ 창원 (주)한찬코리아

장애인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꿈의 일터’

  • 기사입력 : 2013-09-0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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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의창구 서상동 한찬코리아에서 직원들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장애인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어하는 사회적 기업 (주)한찬코리아.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과 서상동에 두 곳에 사업장이 있는 한찬코리아는 도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한국에서 사회적 기업이 태동하던 시절 경남에서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당시 경남에서 선정된 업체는 한찬코리아와 창원 북면에 위치한 늘푸른자원(전자폐자원 분리작업 판매) 두 군데였다.

    이 업체는 사회적 기업 붐을 타고 갑자기 만들어진 회사가 아니다. 그 뿌리는 20년 전으로 올라간다. 지난 1994년 박상구(47) 사장은 혼자서 작은 인쇄업소를 시작했고 1996년 회사에 장애인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이어 정부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는 않지만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개인 복지시설로 인가를 받았다. 복지시설로 인가받으면 장애인 제품으로 인정받아 판매하는 데 수월해지는 장점이 있다.

    그는 장애인 가운데 의외로 일에 열정적인 사람이 많고 무엇보다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고용하기 시작했다. 지체 장애에도 누구보다 일에 열정적인 황원배(49) 씨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일하고 있다.

    그는 사업 영역을 조금씩 넓히면서 장애인을 계속 고용해 지난 2000년 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으로 지정받았다.

    이어 2005년도에는 경남여성장애인 중심작업장 1호점으로 인정을 받았다. 당시 종업원은 50명이었고 그 가운데 장애인이 약 80%인 40여 명이고 여성 장애인은 30여 명이었다. 직원은 주로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의 소개로 충원했다.

    2008년 그는 사회적 기업 설립 분위기가 조성되자 그해 8월 사회적 기업에 신청, 인증을 받았다. 당시 직원은 40명이었고 장애인은 80%인 30여 명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고서도 1년6개월간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하다 다른 사업을 추가함으로써 그 이후부터 약 2년간 직원 인건비 일부를 지원을 받았다.

    사업 분야는 인쇄, 현수막 제작, 편집 디자인, 복사용지 유통 등이었다.

    사업장에서 장애인들은 그들의 신체적 특성에 맞게 배치됐다. 예를 들어 복사지 주문전화는 지체장애인이 받고, 복사지 재단은 지적장애인이 맡아서 하며, 복사지 포장은 거동이 불편한 지적장애인이 하는 식이었다. 분야별로 보면 인쇄사업부는 영업이 가능한 지체장애인이, 현수막 사업부는 시공을 할 수 있는 청각장애인이, 복사지 유통 분야는 힘을 잘 쓰는 지적장애인이 주로 맡고 있다.

    당시 매출은 6억 원 정도였으나 정부의 인건비 지원을 받고도 적자였다. 회사는 이후 매출을 늘리기 위해 2010년 렌터카 사업을 추가했고 이때부터 매출액이 10억 원을 넘어섰다. 이어 2012년에는 커피장비와 재료공급 사업도 새로 시작했으며 매출액은 13억 원으로 늘었다.

    그러면서도 꾸준히 장애인을 고용, 2010년에는 장애인을 많이 고용한 사회적 기업으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당시 정부로부터 15명의 인건비를 지원받아 고용을 더 늘릴 수 있었고, 최고 많을 땐 장애인 70명까지 고용했다.

    그 과정에서 사업장도 여러 번 옮겨야 했다. 회사 설립 후 창원시 중앙동에서 명서동, 도계동, 용호동, 신월동 등으로 옮겨 다녔고, 지난 2010년 도계동 사업장과 2012년 서상동 사업장 두 곳으로 이전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박 사장은 “지난해부터 손익분기점에 들어섰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억 원을 잡았는데 경기가 좋지 않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커피장비와 재료공급 사업은 박 사장을 포함해 2명이 맡고 있지만 매출이 늘고 있고, 복사지 사업과 렌터카 사업도 상대적으로 매출이 많이 발생했다. 박 사장은 “거기서 나오는 매출로 다른 부분 적자를 보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업분야별 직원 구성 분포를 보면, 커피사업은 사장 포함 2명, 인쇄 7명, 현수막 7명, 복사용지 10명, 렌터카 7명, 나머지는 몇 명은 회계·총무 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중 장애인은 32명이다.

    직원들은 서상동 반지하 1층(120평)에 27명이 근무하며 이곳에선 주로 인쇄와 현수막 제작 출력을 하고 있다.

    도계동(100평) 사업장에 15명이 근무하며, 지적장애인이 포장작업 등 비교적 단순한 작업을 하고 행정업무를 하는 곳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지적장애인들에게 포장연습 등 잡코치도 이곳에서 해주기도 한다.

    직원들은 일반 회사와 마찬가지로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한다. 직장에 구내식당이 없어 식사는 인근 식당에서 각자가 해결한다.

    직원 임금은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에 맞춰 101만600원이다. 박 사장은 “일반인에 비해서는 낮은 임금이지만,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걸음걸이부터 시작해 모든 면에서 느리고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 특히 지적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에 비해 80% 이상 능률이 떨어진다. 장애인을 고용하면 한국장애인촉진공단에서 매월 지원비(경증 30만 원에서 중증 45만 원)가 나오지만 고용을 꺼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박 사장은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연령은 어린아이에 불과한 직원도 있다. 그래서 일을 배우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처음엔 자로 똑바로 줄 긋는 것도 잘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회사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지적장애를 가진 유병영(35) 씨는 “일을 그만두지 않겠다. 일 없이 집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월급을 더 적게 받더라도 회사는 꼭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일반인도 그렇지만 장애인들이야말로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다. 적은 월급이라도 장애인이 일자리를 갖고 사회적으로 독립된 생활을 한다는 건 어떤 장애인 복지정책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규 기자 sklee@knnews.co.kr




    /인터뷰/ 박상구 한찬코리아 사장

    “장애인 복지의 꽃은 직업재활 일자리 찾을 수 있게 도움 필요”


    (주)한찬코리아 박상구(47) 사장은 우리나라 사회적 기업의 선구자 중의 한 사람이다. 특히 장애인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기업 정책을 지금처럼 하면 안 된다. 실적을 늘린다고 새로 자꾸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기업을 잘 키우고 살려 나가는 게 중요하다.”

    박 사장은 정부의 사회적 기업 정책의 장·단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예비 사회적 기업을 뽑고 나서 성과를 보고 사회적 기업 인증하는 건 찬성한다. 그러나 3년 지원이 끝난 뒤 내버려 두면 안 된다. 그중에 잘하는 회사에게는 더 잘하도록 동기부여를 해 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서로 잘하기 위해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을 하려는 사람에 대한 조언도 했다.

    “정부 지원금 몇 푼에 현혹되지 말고, 창의적인 아이템이 없으면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장애인과 취약계층 고용은 중요하지만 시장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그는 특히 장애인 고용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열변을 토했다.

    “우리 직원 가운데 시각 장애를 가졌지만 휴대폰 문자를 일반인보다 잘 보내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해 고객들에게 필요한 문자를 보낸다. 앞을 못 보지만 맞는 일을 찾아 한 사람 몫의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데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장애인을 보살피는 데도 전문가다.

    “장애인 직원이 들어오면 부모님에게 3가지 약속을 받는다. 먼저 월급을 받으면 휴대폰이나 게임기 등 가장 원하는 걸 사줘라. 스스로 번 돈으로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다. 두 번째, 혼자서 출근하도록 하고 퇴근하면 회사에서 뭘 했는지 물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회사를 방문해 얼마나 성장했는지 봐라. 개인적 애로가 뭔지 물어서 회사에 알려 달라 한다.”

    그는 “장애인 복지의 꽃은 직업 재활이라고 확신한다. 중증장애인에 대한 지원보다 일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잡코치해 주는 게 중요하다. 10만 원을 받더라도 장애인이 일하면서 사회생활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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