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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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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30) 남해 금산

힘차게 솟구친 기암괴석, 슬며시 걸터앉은 암자
문장암·대장봉·형리암·상사암 등
‘38경’ 찾아보는 재미 쏠쏠

  • 기사입력 : 2013-09-0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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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해군 상주면 상주리 금산. 하늘을 찌를 듯 웅장하게 우뚝 솟은 바위군 위에 보리암이 자리 잡고 있다.
    쌍홍문
    보리암의 해수관음보살상


    “거기 산이 있기에(Because it is there).”

    “왜 산을 오르냐?”는 질문에 세계적 등반가 조지 말로리(george Mallory)가 남긴 명언이다. 참 명쾌한 듯하면서도 시쳇말을 빌리자면 2% 부족한 말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등반가의 입에서 나온 대답이 이와 같다면 일반인들에게도 똑 부러진 대답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저 “산이 좋아서…”, “산이 보이기에…”라는 대답이 메아리되어 돌아올 것이다.

    남해 금산(錦山, 해발 685m)을 오르는 이유라면 어떨까. 앞의 질문을 바꿔 “왜 금산을 오르는가?”라고 묻는다면 의외로 쉽고 간단하게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일망무제(一望無際)의 보물섬 풍광과 함께 금산의 아름다움에 취하기 위해서”라는 거창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좀 더 솔직해져 보자. 금산에는 우리나라 3대 기도처 중 하나인 보리암이 있다. 우리가 금산에 오르는 이유는 평소 이루고 싶었던 소원을 빌기 위해서가 아닐까. 보리암은 전국의 3대 기도처의 하나이며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군 낙가산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세음보살 성지로 꼽힌다. 다시 말해 “거기 보리암이 있기에(Because Boriam is there)” 금산에 오른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금산은 규모도 작고 높지는 않지만 한려해상 국립공원 내 유일한 산악공원으로 기암괴석의 절경과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의 푸른 바다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어 전망도 장쾌한 아름다운 산이다.

    삼남 제일의 명산으로 온갖 전설을 담은 38경의 기암괴석이 금강산을 빼닮았다 해 소금강 혹은 남해의 금강이라 불리기도 한다.

    금산의 옛 이름은 보광산이었는데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올려 왕위에 등극하자 영세불망의 영산이라 해 비단으로 이 산을 두르게 하라고 한 데서 금산이란 이름이 지어졌다.

    금산은 남해군 상주면 상주탐방센터에서 감로수 쉼터를 지난 쌍홍문을 통과해 보리암과 정상까지 약 2㎞의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또 상주면 양아마을에서 상주해수욕장으로 가는 도로 중간쯤에 금산 부소암으로 오르는 2.8㎞의 등산로가 있다. 이 등산로에는 중국의 진시황의 방사 서복(서불)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금산에 왔다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서불과차로 불리는 양아리석각 부소대가 있다.

    등산을 하지 않고 금산을 찾는 일반 관광객은 차량을 이용해 9부 능선까지 올라갈 수 있는 이동면 복곡탐방지원센터쪽을 많이 이용한다.

    금산을 올라가기 위해 남해읍에서 승용차로 20분 만에 남해군 상주면 상주리 금산탐방센터에 도착했다.

    등산을 시작한 지 20분쯤 지나 개울을 건너자 힘든 오름이 시작되고, 한여름 더위는 한풀 꺾였다 해도 한낮 기온이 만만치 않은 데다 바다와 인접해 있어서인지 습도가 높은 날씨로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10분쯤 오르니 감로수 쉼터가 있다. 쉼터에서 30분쯤 오르니 금산의 제1경인 쌍홍문에 도착했다. 금산의 비경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쌍홍문

    쌍홍문은 금산의 관문으로 바위에 두 개의 큰 구멍이 뚫려 있는데 마치 해골을 연상케 한다. 이 구멍은 옛날 석가세존이 인도로 가면서 이 바위로 돌배를 만들어 세존도 한복판을 지나가 그곳에 해상동굴이 생겼다고 전해온다. 옛날에는 하늘로 통하는 문이란 뜻의 천양문이라고 불렀다.

    ▲보리암

    쌍홍문을 지나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오르니 신라 신문왕 3년에 원효대사가 세웠다는 보리암이 있다. 전국의 3대 기도처 중의 하나로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소문이 퍼져서 불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보리암은 금산의 38경과 신기의 극을 다해 다듬어진 기암절벽과 망망대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선경에 자리 잡고 있다. 경내에는 그 옛날 인도 월지국에서 김수로왕비 허태후가 가져온 것을 원효 대사가 이 절에 가져다 세웠다는 전설의 3층석탑이 보존돼 있다.

    3층 석탑이 있는 해수관음보살상 앞에 서면 금산의 주봉인 망대(685m)를 중심으로 문장암, 대장봉과 형리암, 화엄봉, 일월봉, 삼불암, 좌선대, 촛대봉, 향로봉, 사자암, 팔선대, 상사암, 이태조 기단 등 38경 대부분이 보인다. 안내인의 안내를 받아 정해진 위치에서 보면 더욱 뚜렷한 형상과 함께 전설이 가슴에 와 닿는다.

    산 정상에 있는 망대에는 고려시대부터 사용돼온 우리나라 최남단의 봉수대가 복원돼 있다.

    ▲장군봉과 형리암

    보리암 뒤편에 하늘을 찌를 듯이 웅장하고 위엄 있게 우뚝 솟은 바위가 대장봉인데, 그 앞에 절을 하듯 허리를 숙이고 있는 것이 형리암이다. 대장군이 부처님 앞에 예를 하는 모습으로 형리가 대장군으로부터 명령을 받는 모습처럼 보인다.

    보리암 왼쪽에는 이태조 기단이 있다. 이성계는 이곳에서 백일기도를 올려 산신령이 그 뜻을 받아줘 등극하게 됐고, 그 고마움의 표시로 산이름을 금산(錦山)이라 개칭하게 했다고 전해진다.

    ▲상사바위

    보리암에서 오른쪽으로 흔들바위와 돼지바위, 코끼리바위, 좌선대를 지나 산끝자락에 널찍한 암반에는 9개의 구멍이 나 있는 상사암이 있다. 이 상사바위에는 한 가지 전설이 전해진다. 조선시대 양반집 규수를 사랑했던 하인이 상사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었는데 이를 알게 된 양반집 규수가 가엾게 여겨 그 사내의 순수한 마음을 이 바위에서 받아들였다는 전설이다.

    금산에 오르면 어느 지점에서나 그림 같은 다도해 남해의 앞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망망대해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어 향긋한 풀내음에 취해 비경을 노니는 신선이 된다.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사천IC~창선·삼천포연륙교를 건너 3번 국도를 따라 삼동면 지족삼거리에서 우측 방향의 지방도 이용. 이동면 무림리에서 19번 국도를 따라 좌측으로 10㎞쯤 가다 보면 금산 입구가 나온다.

    △남해고속도로 진교IC 또는 하동IC에서 남해대교를 건너 19번 국도를 따라 16㎞쯤 가면 남해읍이고, 20㎞쯤 더 가면 금산 입구를 만난다.

    글·사진= 김윤관 기자 kimyk@knnews.co.kr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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