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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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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의 의미를 생각하며- 이진규(생명의전화 경남자살예방센터 대표)

‘자살률 1위 국가 오명’ 벗으려면 온 국민이 생명지킴이 돼야

  • 기사입력 : 2013-09-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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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9월 10일은 제10회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시사상식 사전을 검색해 보니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전 세계 여러 나라와 함께 자살문제 예방과 대책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공동의 노력과 정보를 공유하고자 2003년 9월 10일을 ‘세계 자살예방의 날’로 제정하고, 2004년 9월 10일 제1회 세계 자살예방의 날 기념식을 가졌다. 기념식에서는 자살예방 활동 등에 공헌을 한 단체 또는 개인에게 학술상, 문화상, 봉사상, 보도상 등을 수여하고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8년째 OECD 국가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며 노인의 경우 최근 4년간 1만8000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런 현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자살에 대해 국민들의 인식은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가끔 자살예방사업을 하는 우리에게 “죽으려는 사람은 죽으니 애쓰지 마라”, “그런 일을 왜 하느냐. 소용없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자살예방사업에 몸담은 한 사람으로 가슴 아프고 막막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게 있다는 사실은 자살예방사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고 있다.

    김해생명의전화와 생명의전화 경남자살예방센터는 김해소방서와 함께 2002년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자살예방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캠페인을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 자살예방 관련 안내지를 나눠주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손을 내민 한 여성의 손목을 보게 되었다. 이미 수차례 칼로 그어 자살을 시도한 흔적이 있었다. “내가 힘들 때 이런 거 좀 해서 알려주지 그랬냐”라며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상담을 하게 됐다.

    많은 경우 자살을 예방하자는 이야기는 들어 보았을 텐데, 막상 어떻게 자살위기자를 대해야 할지, 자살 위험신호는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심폐소생술을 배워 두는 것처럼 자살예방에 관해 교육을 받고, 위기상황 대처나, 개입하는 방법들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주변에서 자살 생각을 이야기할 때 해야 할 일은 ①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보다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 ② 당황하지 말고 침착해야 한다. ③ 연락처를 파악한다. ④ 자신의 감정, 상황을 이야기하도록 편안하게 격려한다. ⑤ 자살계획을 구체적으로 갖고 있는지 파악한다. ⑥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살예방센터, 상담소 등 몇 가지 즉각적인 대안을 마련한다

    피해야 할 일은 ① 홀로 둔다든지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없는 먼 곳에 보내는 일은 피해야 한다. ② 당사자의 고민이나 위험한 생각을 간과하거나 소극적 대처를 해서는 안된다. ③ 인내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 ④ 비밀보장의 약속 대신 도움을 약속한다. ⑤ 자살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논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해야 할 일과 피해야 할 일에 대해 판단이 된다면, 과연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가 궁금할 것 같다.

    시도 정신보건센터(전국 공통) 1577-0199와 한국생명의전화(전국 공통) 1588-9191, 보건복지콜센터 129로 전화를 하면 24시간 전화상담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위급상황이라 판단되면 119, 112로 전화를 하면 즉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의 생각을 듣고, 격려해 주고, 힘을 주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바로 가까이에 있는 사람만이 그 일을 해줄 수가 있다. OECD 자살률 1위인 국가에서 내려오려면, 온 국민 스스로가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생명지킴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진규(생명의전화 경남자살예방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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