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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 간이역] 꾀꼬리 달- 이은봉

  • 기사입력 : 2013-09-1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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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요 달은 깃털 샛노란 꾀꼬리지요

    부리조차 샛노랗지요 달은

    어두운 밤하늘 환하게 쪼아대다가

    그만 지쳤나 봐요

    우리 집 베란다에까지 날아와

    플라스틱 창들을 쪼아대고 있네요

    샛노란 깃털을 뽑아

    주방 안에 자리를 펴는 것을 보면

    달은 배가 고픈가 봐요

    으음, 꾀꼴대는 소리가

    꼬록대는 소리로 들리네요

    베란다에서 저절로 크는

    꽃사과의 자잘한 열매들에까지

    부리 자국 또렷하네요

    먼 하늘나라에서 날아와

    내 가슴 콕콕 쪼아대는 꾀꼬리 달

    이렇게 사랑 나누는 것이지요

    꾀꼬리 달은 다리가 셋이군요

    삼족오의 피를 받았나 봐요

    그래요 달은 깃털 샛노란 꾀꼬리지요.

    - 시집 <걸레옷을 입은 구름> 중에서

    ☞ 추석 즈음이면, 달이 환하게 우리의 삶으로 파고듭니다. 달에서 방아를 찧고, 달을 닮은 송편을 빚고, 달빛이 물결처럼 흘러내립니다. 여기에 또 다른 달의 이미지가 탄생합니다. 노란 꾀꼬리! 지금 당신의 집 안으로 달빛이 들이치나요? 그렇다면 그건 노란 꾀꼬리가 당신의 집을 쪼아대고 있는 거랍니다. ‘어두운 밤하늘 환하게 쪼아대다가’ 지상으로 날아와 ‘베란다까지’ ‘쪼아대고’ 있습니다. 꽃사과 열매에도 ‘부리 자국 또렷’합니다. 달빛을 ‘꾀꼬리가 쪼아대는 모습’으로 표현하니 역동적이고 미학적인 분위기가 살아납니다. 이번 보름밤에는 꾀꼬리 부리에 쪼이는 것들이 지천이겠지요. 솜털 보송보송한 꾀꼬리 달, 그런 달빛을 만져보고 싶습니다. 달은 시인의 가슴도 콕콕 쪼아댑니다. ‘사랑 나누는 것’처럼 시인의 마음이 환해집니다. 우리도 달빛 환한 곳으로 나가볼까요? ‘꾀꼬리 달’이 노란 부리로 우리 몸을 콕콕 쪼아대게 말입니다. 달이 우리를 쪼아대면 몸과 마음이 환해질 테니까요. 이주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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