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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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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신재생에너지, 이제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 이창호(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장)

장기적 관점서 정책지원과 함께 제도적 장애요인 없애야

  • 기사입력 : 2013-09-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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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베스타스’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풍력터빈 생산에 있어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이다. 지금까지 베스타스가 생산한 풍력터빈이 5만 개에 이르고 세계 70여 개국에 55GW를 설치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도 상당수가 이 회사 제품이다. 원래 베스타스는 ‘50년대 북유럽의 조그만 나라 덴마크에서 농기계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다. ‘80년대 시작된 덴마크와 독일의 신재생보급정책을 계기로 풍력터빈에 뛰어들었고 1990년 이후로는 풍력전문기업으로 변신해 경쟁업체가 넘보기 어려운 세계 최고의 자리를 20년 이상 이어가고 있다. 현재는 고용인원 1만8000명에 중국, 스페인 등을 포함해 12개국에 현지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199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이 경쟁이라도 하듯이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과 후쿠시마 이후 원자력 안전에 관한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들어 발전차액지원제도와 RPS 정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아직도 미미해 대규모 수력발전을 제외한다면 아직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동안 가장 많이 보급된 태양광이 800MW 규모이며, 풍력은 아직 500MW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화호 준공에 따른 조력 250MW와 최근 늘어나고 있는 연료전지가 그 뒤를 잇고 있으나 선진국에 비해 초라한 규모이다.

    그러나 발전차액지원제도, RPS 등 보급정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기술과 산업의 토대가 형성된 것은 큰 성과라 하겠다. 특히 작년부터 시행된 RPS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대상자로 하여금 2022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10%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의 보급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관련기술과 산업을 창출하는 등 많은 장점이 있으나 개발과 보급에 많은 비용이 든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 기술 자립도가 높지 않아 핵심기술의 상당부분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신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당장은 경제성이 낮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면 기술개발과 정책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를 제대로 보급하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격의 정상화와 함께 제도적 장애요인 제거가 필요하다.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나 아직도 입지나 설치장소의 제약, 복잡한 인허가과정 등 신재생에너지의 보급과 산업 형성의 장애요인이 적지 않게 남아있다. 지금까지 대규모 화력이나 원자력에 맞춰져 있던 전력분야의 관련 법규와 인허가 시스템도 시대 흐름에 맞게 바꿔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의 생산과 거래를 통해 입지, 기술, 설치비, 자금조달, 운영 등에서 효율적인 사업자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기술력 확보와 사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게 될 것이다. 반면에 비효율적인 프로젝트의 무분별한 개발은 억제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짧은 기간에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 선진국에서 보듯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새로운 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과 산업체의 사업전략, 그리고 정부의 보급정책이 잘 결합된다면 머지않아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해 갈 것이며, 한국의 또 다른 ‘베스타스’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이창호(한국전기연구원 전력산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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