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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6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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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이코·소시오패스의 낙인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
의학적 개념·진단 기준 부재한 상황
낙인보다는 치료·예방에 집중해야

  • 기사입력 : 2013-09-19 0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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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사회적 인격장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양심의 가책 없이 침해하고, 반복적으로 범범행위를 저지르며 거짓말, 사기, 공격, 시종일관 무책임한 행태 등을 보이는 인격장애.

    지난 7월 중순 김해 한 정신병원. 릫반사회적 인격장애(APD)'로 입원한 A 씨는 병원 내 공중전화의 수화기를 들고 생각나는데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자신을 단골이라고 소개, 믿어주는 식당을 찾을 때까지 A 씨의 전화는 계속됐다. 마침내 창원의 한 식당주인 B(56·여) 씨가 걸려들었다. "형부예요?" B 씨는 경찰조사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형부와 똑같았다"고 진술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며 B 씨로부터 100만 원을 송금받은 A 씨는 얼마 못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흔히 '사이코패스'(psychopath)와 '소시오패스'(sociopath)로 알려져 있다. 강력범죄하면 떠오르는 인물인 연쇄살인범 유영철, 인육을 목적으로 사람을 살해했다는 의혹을 남긴 우원춘, 그리고 최근 용인 살인사건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범죄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성향을 띤다
     통상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이고 도덕적 가치관이 없어 충동적으로 문제를 일으킨다고 한다. 반면 소시오패스는 유년기 환경적 결핍으로 성격장애를 갖고 있고 윤리관이 있지만 잘못된 행동인 줄 알면서도 사적인 만족과 성취를 위해 반사회적 행동을 한다.
     엄밀히 말해 이 둘은 의학적으로 정의된 개념은 아니다. 류정환 삼성창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를 정의한 개념과 진단기준은 따로 없다"며 "이들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이다"고 말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진단하는 기준은 미(美) 정신의학회의 '정신장애의 진단과 통계 매뉴얼'(DSM-4)이다. 매뉴얼은 만 15세 이후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해하는 행태를 습관적으로 보이며 다음의 7가지 조건들 중 3가지 이상을 충족하는 경우라고 설명한다.
     7가지 조건은 △법·사회규범 반복적 무시로 인한 체포 △사적인 이익·즐거움을 위한 거짓말 반복과 가명 사용 △충동성·무계획성 △성급함과 공격성으로 인한 폭력 △자신과 타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성급함과 무관심함 △경제적 무책임함 △타인 학대와 절도에도 양심의 가책 없음 등이다. 
     그러나 이 진단 기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진단명에는 '인격'이라는 표현이 존재한다. 즉 오랫동안 반복적인 경험으로 형성된 인격이 사회·법적 규범에 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지만, 진단 기준을 만든 주체는 미국 정신의학회인 반면 피진단자는 한국인이다.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고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만큼 전문가들은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한 성급한 진단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특히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아닌, 의학적 개념조차 부재한 사이코·소시오패스에 대한 낙인은 더욱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김장회 인제대 상담치료학과 교수는 "진단을 내릴 때는 정신과 의사들조차 상당히 신중하다"며 "미디어가 사이코·소시오패스라는 괴물을 만들어 오갈 곳 없는 대중의 분노 해방구를 만드는 것보다 그들의 사회·환경적 배경 분석을 통한 치료와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신병원에서 전화를 걸어 돈을 뜯어낸 사례를 통해 느낄 수 있듯 누구나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성향을 갖고 있다"라며 "좋은 직업, 좋은 가정환경이 사람의 분노나 파괴적인 성향을 상쇄하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밖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섭 기자 sun@knnews.co.kr

    ※릫반사회적 인격장애릮(APD) 진단기준(출처:미국 정신의학회 DSM-Ⅳ 개정판)
    A. 만 15세 이후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해하는 행태가 습관적으로 보이며, 다음의 3가지 이상에 해당될 때 1) 법을 무시하고 사회규범을 따르지 않는 반복적인 범법행위로 체포되는 행태 2) 거짓말의 반복, 가명의 사용, 사적인 이익이나 즐거움을 위해 남들을 속임 3) 충동성 또는 무계획성 4) 성급함과 공격성으로 폭력이나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일이 잦음 5)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정도로 성급하고 무관심함 6) 일을 지속하기 힘들고 경제적 책임을 하지 못하는 실패의 반복으로 인한 시종일관 무책임함 7) 다른 사람을 상처주고 학대하며 물건을 훔치는 행동을 무관심하게 여기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음
    B. 진단 당시 최소 18세 이상
    C. 15세 이전에 행동장애의 증거가 있어야 함
    D. 정신분열증이나 조울증의 상황에 발생한 경우가 아니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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