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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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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자기 생각대로 살고 있는가?- 최환호(경남은혜학교 교장)

생각은 의무이자 의지… 좋은 삶 살기 위해 자기만의 생각 필요

  • 기사입력 : 2013-09-24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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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을 것인가 살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셰익스피어. ‘햄릿’).” 살면서 이 생각을 되뇌지 않은 적은 없으리라. 그래서일까. 옛사람들은 진중한 생각에 존재의 무게를 두었다. 연령대에 따라 생각하는 방법이 달랐을 정도다. 20대는 피로(血氣), 30대는 발로(行動), 40대는 뜻으로(志氣), 50대는 눈으로(直觀), 60대는 손가락으로(判斷) 생각한다고 했다. 오십이지사십구년비(五十而知四十九年非)라, 지난 일과 앞날을 가늠해서 신중히 정사를 판단할 수 있는 50세가 아니면 당상 벼슬을 사양하는 미덕도 있었다.

    그랬음에도 오늘날의 우리는 어떠한가. 노벨경제학상(2002) 수상자 대니얼 커너먼은 인간이 감정에 쉽게 흔들리며 주먹구구식으로 판단하는 존재라는 이론을 도출했다. 특히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하면서 검색 몇 번이면 손쉽게 정보를 취득하는 시대를 만나 사고나 지식의 깊이보다는 효율성에 더 관심을 갖는다. 정말 우리는 스마트폰보다 더 똑똑한 걸까?

    미국의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기기의 발달은 뇌의 발달을 정체시키고 사고방식을 단순화한다(‘생각하지 않는 사람들’)”고 비판하면서 디지털 기기에 종속된 우리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예리하게 지적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은 피상적 현상을 중시한 나머지 정보나 의사소통 자체를 단순화·분절화함으로써 골빈 뇌를 만든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건망증, 계산능력 저하, 주의집중력 장애 등을 호소하는 까닭이 그 증좌라는 거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남에게 자신의 부조리한 생각을 전염시키는 게 문제다. 리처드 브로디는 이런 현상을 ‘마인드 바이러스’의 감염 때문이라고 한다. 마인드 바이러스란 광고를 통해 브랜드 구매에 영향을 주거나, 다른 이의 행동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는 것처럼 부조리한 생각이 마구 전염되는 현상이다. 최근 소셜 미디어의 확산에 따른 감염 속도와 영향력의 강화, 예컨대 세계를 들썩이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위력이 그 대표적 예다.

    생각은 의무다. 한나 아렌트의 말이다. 생각은 또한 의지다.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이다. 정녕 자기 생각대로 살아야지 사는 대로 생각하다간 공멸하기 십상이다. 날이 갈수록 한국사회가 천민자본주의의 극단에서 각종 병폐가 만연하는 것도 ‘무사유(無思惟)’에 기인한 결과이다. 종일 모바일을 손에 쥐고 다니면서 카톡에서 떠날 줄 모르는 그 수많은 말과 생각들에 내 말이 없고 자기 생각이 없다는 거다. 내 생각이 아닌 것을 내 생각처럼, 내 말이 아닌 것을 내 말처럼 착각하고 전달에 열중할 뿐이다.

    평생 ‘단독자 인간’에 천착했던 한나 아렌트의 질타. 무사유란 ‘내 행동이 남에게 어떤 고통이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해서 누군가를 깊은 분노와 고통에 빠지게 하고도 그것을 헤아리지 못하는 생각 없음의 상태, 바로 그것이다.’ 결국 과잉 네트워크화는 인간의 감정과 이성을 고갈시켜 상대를 ‘처리해야 할 물건’쯤으로 여기게 됐다.

    현대 지성 자크 라캉의 지적, “자신의 생각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대부분 살면서 타인에게 빌려온 것이다.” 더하여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의 ‘사회적 증거의 법칙’에 의하면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 의견이나 행동에 영향을 받는다(‘설득의 심리학’)고 했다. 결국 무사유 상태에서 마인드 바이러스 감염도가 높을수록 내 돈은 기업가의 주머니로, 내 판단은 정치가의 희망대로…. 종국엔 내 삶은 내 삶이 아니며,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의 노예로 전락되리니. 하여 아리스토텔레스가 힘써 한 말, ‘좋은 삶이란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삶’이라고. 일찍이 공자 또한 삶의 섭리를 단계별로 갈파했다. 가장 낮은 단계는 모방적인 삶, 중간 단계가 경험적인 삶, 가장 높은 단계로 사색하는 삶을 역설하지 않았던가! 당신, 자기 생각대로 살고 있는가?

    최환호(경남은혜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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