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경남시론] 진주남강유등축제와 청계천등축제-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청계천등축제는 진주남강유등축제의 축소판임을 홍보해야

  • 기사입력 : 2013-09-25 11:00:00
  •   


  • 얼마 전 한 TV에서 ‘꽃보다 할배’라는 프로가 인기리에 방영되었다. 고희를 넘긴 완숙의 남자 탤런트 4명이 유럽의 명승지를 돌며 좌충우돌과 억지를, 한 젊은 탤런트가 여유롭게 이겨내면서 때론 여행의 가이드로 때론 짐꾼 역할까지 하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면서 인기를 더했다. 이 프로의 인기에 편승하여 곧바로 다른 TV에서 할배를 할매로, 짐꾼(?)을 동성에서 이성으로, 그리고 여행지를 해외에서 국내로 바꾸었을 뿐 거의 모든 콘셉트가 유사한 프로를 내놓아 양 방송사 간의 짝퉁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물론 유사성은 표절과는 다르지만 이의 한계 또한 분명하지 않다. 흔히들 “‘완벽한 독창성’은 조물주만의 작품이고 우리 인류의 발전은 모방의 역사”라고 한다. 그러나 표절은 지적재산권의 차원에서 엄격히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공통적 현상이다.

    최근 진주와 서울시가 등 축제를 놓고 베끼기 논쟁이 한창이다. 특히 진주시민들의 분노가 대단해 규탄대회를 넘어 법적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식의 점입가경의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는 ‘등 축제가 진주시 고유의 축제인가 아니면 보편적 축제인가’가 논쟁의 핵심인 것이다.

    먼저 진주남강유등축제는 고유의 축제임이 분명하다. 남강유등축제의 유래는 임진왜란 당시 김시민 장군이 중과부적의 왜군을 맞아 싸울 때 남강에 등불을 띄워 강을 건너려는 왜군을 저지하는 군사전술로 쓰였으며, 또한 멀리 두고 온 가족에 안부를 전하는 통신수단으로 이용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이듬해부터 ‘진주성 대첩’ 때 순절한 7만여 명의 매운 얼과 넋을 기리기 위한 유등행사가 세세연년(歲歲年年) 면면히 이어져왔다. 특히 이와 같은 유등풍습을 놀이로 계승·보존하기 위하여 1948년부터 유등놀이로 정착시켰고, 2000년부터는 규모를 확대해 축제로 치르고 있다.

    그러나 2009년부터 시작한 ‘청계천등축제’는 ‘2010∼2012 한국방문의 해’를 맞이하여 우리 고유의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각인시키고자 진주시의 동의를 얻어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진주시는 한국방문의 해 동안 3년간 한시적으로 사용을 허락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서울시에서는 한시적으로 하겠다는 명시적 약속은 없었기 때문에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또한 등 축제는 보편적인 것이므로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베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등 축제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 전역에서 열리는 보편적 축제인 것은 사실이다. 특히 불교 문화권에 있는 아시아권역의 여러 지역에서는 다양한 등 축제뿐만 아니라 일반 불교문화 행사에서 등은 빠뜨릴 수 없는 필수요건이 되어 왔다. 따라서 일반적인 등 축제는 보편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역사의 아픔과 함께하는 독창적인 것으로 확실한 기원이 있는 고유의 정신적 문화유산인 것이다.

    따라서 서울시가 벌이는 끝없는 평행선의 억지 주장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반면 진주시는 좀 더 넓은 아량으로 포용하는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내년부터는 ‘진주남강유등축제’가 고등학교 교과서에 등축제로서 유일하게 실리게 되었으니 좀 더 포괄적으로 유등축제를 승화시켜야 할 것이다.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캐나다의 ‘윈터루드축제’와 미국의 ‘나이아가라 빛 축제’ 등 세계 각지로 수출할 정도의 자부심을 갖는 축제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다른 지역에도 널리 이전·보급시킴으로써 남강유등축제의 독창성과 전통성을 부각시킬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청계천등축제가 진주남강유등축제를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강유등축제의 축소판임을 홍보하여 청계천등축제의 관광객들에게 명품 오리지널 유등축제를 볼 수 있는 베블린효과(Veblen effect)를 유발시킬 관광정책이 요구된다. 물론 서울시에서도 이 사실은 당연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반면 진주시에서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민족의 애환이 서린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무형문화재로 등록하여 명실상부한 고유의 등 축제가 되어 즐거운 잔치에 약탈과 베끼기 논쟁과 같은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