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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32) 함양 상림공원

천년의 숲 찾아온 또 한 번의 붉은 가을
숲에서 늦여름과 초가을이 만났다
나무들의 푸른빛 아직 선명한데…

  • 기사입력 : 2013-09-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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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양군 상림공원에 가을 전령사인 ‘꽃무릇’이 붉게 피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있다.


    좋은 곳에서, 좋은 벗·연인, 가족과 여유를 즐기고 싶은 계절이다.

    그래서 그런지 함양군 ‘상림공원’(천연기념물 제154호)을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표정이 유난히 밝다.

    20만여㎡(6만3000여 평)에 달하는 상림공원 곳곳을 누비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토끼 뜀박질처럼 사뿐사뿐 가볍다.

    상림공원의 가을을 만끽하기 위해 지난 24일 함양을 찾았다.

    가을의 절정으로 향하는 함양 상림공원에는 주중 2만5000여 명, 주말 4만5000여 명이 찾을 정도로 인파가 몰린다. 매년 봐도 새로운 풍광을 선사하는 상림공원의 묘미가 특별하기에 관광객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

    상림공원은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함양군 홈페이지를 보면 ‘상림은 역사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의 하나이다. 상림은 함양읍 서쪽을 흐르고 있는 위천의 냇가에 자리 잡은 호안림이며, 신라 진성여왕(1100여 년 전)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태수로 있을 때 조성한 숲이라고 전한다. 당시에는 이 숲을 대관림이라고 이름 지어 잘 보호해 홍수의 피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그 후 중간 부분이 파괴되어 지금 같이 상림과 하림으로 갈라졌으며, 하림 구간은 취락의 형성으로 훼손되어 몇 그루의 나무가 서 있어 그 흔적만 남아 있고, 옛날 그대로의 숲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상림만이 남아 있다’고 돼 있다.

    인공림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의 상림은 계절마다 색다른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봄에는 신록이 상큼한 파스텔톤의 수채화를, 여름에는 녹음이 짙은 구상계 서양화를, 가을에는 온 숲이 불타는 듯 단풍의 모습이 아름다운 한국화를, 겨울에는 덩치 큰 나무에 내려앉은 흰 눈이 눈부신 수묵화를 그려낸다.

    상림공원에는 나무가 참 많다. 개서어나무, 느티나무, 단풍나무, 노린재나무, 졸참나무 등 40여 종의 낙엽관목이 주인공이다. 또 116종의 나무가 1.6㎞ 둑을 따라 조성돼 어린이들의 자연학습원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숲이 무성하게 잘 보존돼 있어 산책하면 자주 다람쥐를 만나는데, 다람쥐도 사람도 늘 만나는 이웃처럼 서로를 보면 크게 놀라지 않는다.

    숲 위쪽에는 역사인물공원이 있다. 최치원, 조승숙, 김종직, 정여창, 박지원 등 역사 속 인물들의 흉상이 줄지어 서 있다. 흉상 안내문에는 이들 모두 천령(함양) 태수나 안의현감을 지냈다고 기록돼 있다. 그중 맨 가운데에는 최치원 선생의 흉상이 자리하고 있다.

    공원에는 ‘척화비’도 있는데 신미양요·병인양요를 겪으면서 각 지방의 요충지에 세워진 것으로 쇄국의 의지를 고취했던 함양 선비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공원을 걷다 보면 1906년(고종 46년) 문창후 최치원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한 사운정(思雲亭)을 만난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형식이다.

    이 밖에 초선정, 함화루, 이은리 석불, 문창후 최선생 신도비가 상림공원의 역사와 유래를 웅변하고 있다.

    역사인물공원 약간 밑쪽에는 명칭 논란을 빚었던 상림 보행자 전용교량인 ‘천년교’도 설치돼 있어 조만간 개통한다.

    상림공원 맨 위쪽에 위치한 함양 물레방아를 구경한 뒤 ‘인증샷’을 찍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 상림숲이 전해주는 꿀맛 같은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상림숲은 천년의 역사가 만들어낸 그 자체의 아름다움도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꽃무릇 단지와 연꽃단지가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단풍이 들기 전 상림 곳곳에 피어 있는 꽃무릇은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도록 만든다.

    꽃무릇은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내듯 자태를 뽐내고 있다. 9월 초순 뿌리에서 가느다란 꽃대가 올라와 예닐곱 장의 빨간 꽃잎이 한데 말아 올려지며 핀 뒤, 꽃이 떨어진 뒤엔 잎이 바로 나서 다음 해 봄에 시든다.

    불가에서는 꽃무릇을 ‘석산(石蒜)’이라고도 부른다. 뿌리에 방부 효과가 있어 탱화를 그릴 때 찧어 바르면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한다.

    함양군은 관광자원화를 위해 7년 전부터 상림에 꽃무릇 30만 포기를 심어 전국적인 꽃무릇 단지를 만들었다.

    가을에 꽃무릇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면 봄과 여름에는 아무래도 연잎과 연꽃이 관광객들의 감성을 책임진다.

    상림공원 옆 연꽃단지는 6만6000여㎡(2만여 평)에 조성돼 있다. 5월부터 홍련과 백련 등 수십 종의 연꽃이 자태를 뽐낸다. 상림숲 맨 위쪽 물레방아에서부터 맨 아래쪽 주차장까지 조성돼 있는데, 걸어서 내려오면 쉼없이 이어지는 연꽃 단지에서 발산하는 연향과 연잎의 자태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연꽃단지 아래쪽에서는 세계의 신기한 연꽃들과 수생식물도 만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연은 아무래도 빅토리아연이다. 하지만 밤에만 꽃을 피우는 습성 때문에 빅토리아연의 매혹적인 꽃을 본 사람은 많이 없다. 빅토리아연꽃을 촬영하려는 기자·사진작가들과 상림을 찾은 원앙들, 연꽃단지 관리인만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독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상림 일대는 요즘 함양 특산품인 산삼과 관련된 이벤트가 많이 열리면서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함양군 문화해설사 임숙조 씨는 “상림에서는 함양의 대표적 특산품 중 하나인 산삼 관련 축제도 매년 개최하고 있어 수많은 관광객을 이곳으로 불러 모은다”면서 “천년의 신비를 지닌 상림공원이 천년의 효험을 자랑하는 산삼과 짝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매년 8월 초 함양산삼축제가 열리고 있는 상림숲 축제장에는 아내사랑 산삼·연 요리 체험부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산양산삼을 직접 캐는 체험도 한다. 산삼비빔밥 500인분을 20여 명이 삽을 들고 비비는 모습은 장관이다. 갖은 나물에 버무린 산삼비빔밥을 한번 먹어 보고 싶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주관한 ‘한국관광 100선 최고의 관광지’에 포함된 함양 상림공원. 천년의 세월 동안 아름다운 비경과 생명의 신비를 전해준 만큼 또다른 천년의 세월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아름답게 가꿨으면 하는 소망이 상림공원을 걷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글= 조윤제 기자·사진= 전강용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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