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19일 (토)
전체메뉴

바바마마-옹알이 시간 - 박서영

  • 기사입력 : 2013-09-26 11:00:00
  •   




  • 첫 마디 울음.

    그것은 가슴에 고여 왜 사라지지 않나.

    똥으로도, 오줌으로도 흘러나오지 않나.

    맨 처음의 발음이었던 울음.

    나의 언어와 표현은 발달하고

    상처와 고통은 안으로 깊이 가라앉고

    가끔은 비명도 질렀는데

    왜 아직도 옹알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건가.

    입 안에서 빙글빙글 천둥을 녹여먹고, 연애를 녹여먹고 있나.

    잠자리나 나비처럼 혀의 꽃잎 위에 잠시 앉았다 가는 말들.

    왜 이런 아름다운 말들은 엄마와 아빠만 알아들을까.

    곧 날아가 버릴 듯 위험한 발음들은

    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것일까.

    나는 그때 명랑했고 행복했었는데

    아무것도 몰랐는데.

    (중략)

    신화나 전설이 되지 않고 사라져버리는

    ‘톡톡’에 대한, ‘바바마마’에 대한.

    핏방울, 아니 빗방울에 대한. - <현대시학> 2013년 7월호

    ☞ 아기가 엄마에게 처음으로 하는 말, 옹알이에 대한 시입니다. 눈을 맞추고 아기가 옹알이를 할 때마다 엄마는 “그래그래, 그랬어?”라며 아기가 무얼 말하는지 다 해석해내지요. 그때부터 아기의 한 세상은 닫히고 한 세상은 열리기 시작합니다. 이전의 기억을 잊고 이생에서의 소통을 배우게 됩니다. ‘맨 처음의 발음이었던 울음’이 시인의 ‘가슴에 고여’ 있습니다. 그 첫 울음은 언어의 씨앗이 됐고 그걸 바탕으로 ‘언어와 표현이 발달’해 왔습니다. 아무것도 모를 때는 ‘명랑하고 행복했었는데’ 다 안다고 생각하는 지금은 행복하지 못합니다. ‘엄마와 아빠만 알아’ 듣는 말을 할 때가 그립습니다. 가끔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합니다. 말을 배우면 배울수록 소통이 더 어려워집니다. 시인에게는 시가 옹알이인 것 같습니다. ‘입 안에서’ ‘천둥을 녹여먹고, 연애를 녹여먹고’ 있지만 ‘혀의 꽃잎에 잠시 앉았다 가는’ ‘아름다운 말들’이 시로 탄생하겠지요. 때로는 ‘비명’과 ‘위험한 발음’들이 매혹적인 시로 변하기도 합니다. 옹알이에 대한 회귀 욕구는 부모님이 부재하는 시간에도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이주언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