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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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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환 작가의 인도 아요디아에서 김해까지 ① Asia Forever Romance Road

2000년 전 인도 아요디아 공주의 영원한 사랑에 이끌려 떠납니다

  • 기사입력 : 2013-10-0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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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 수릉원 입구에 있는 허황옥 동상.
    허황옥이 아유타국에서 바다를 건너올 때 파신의 노여움을 잠재우기 위해 배에 싣고 왔다고 삼국유사 등 고서에 기록돼 있는 파사석탑(왼쪽)과 파사석탑 일부분. 경남도문화재자료 제227호.
    김해 수로왕비릉을 찾은 남기환 작가가 비문을 읽고 있다.

    남기환




    출발에 앞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사랑일 것이다. 우리 모두는 새벽하늘 별 이야기처럼 영원하고 순수한 사랑을 꿈꾼다. 마치 유년 시절 읽었던 알퐁스 도데(Daudet, Alphonse)의 ‘별’을 마음에 품고 멀리 프로방스의 별을 그리듯 아름다운 곳으로의 여행도 꿈꾼다. 나는 여행 중 들른 김해시에서 멀리 아요디아(Ayodya)에서 온 공주 허황옥을 만나고 알퐁스 도데의 ‘별’ 같은 동방의 아름다운 영원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은 느낌과 끌림으로부터 온다. 그리고 찾고 싶은 여행지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찾은 여행지 모두는 하늘을 찌를 듯한 랜드마크(Landmark)나 수억 원을 들여 만든 조형물들도 아니었다. 나는 긴 여행을 다닌 여행자였음에도 늘 내가 가고자 하는 여행지들은 작은 이야기들과 오래된 사랑의 이야기가 있는 곳들이었다.

    유년시절 읽은 알퐁스 도데의 ‘별’의 배경이 되고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이야기가 있는 프로방스(Provence) 알피유 산정에서의 별을 그리워하다 가족과 함께 얼마 전에도 그곳을 찾은 적이 있다. 한적한 카페에 앉아 다르질링(Darjeeling) 홍차를 마시다가 그 향기와 맛에 이끌려 히말라야 설산 아래에 위치한 다르질링으로 향했다.

    대학 시절에는 벨기에 브뤼헤(Brugge)의 오줌싸개 이야기에 이끌려 그곳을 찾았다.

    많은 곳들이 있지만 중세의 낭만이 가득한 독일 로만틱 가도를 향하다 만난 바이에른 지방의 퓌센에서 루드비히 2세 (Louis II)를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과 루드비히 2세와 백조의 호수, 그리고 바그너(Richard Wagner)와의 전설과 같은 이야기들은 잊을 수 없는 여행지로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도시의 테마는 모두 스토리텔링(Storytelling)으로 그렇게 만들어졌다. 별 이야기가 있고 전설과 같은 신비스런 동화 같은 이야기가 있다.

    영원히 사랑할 것만 같았던 사람과 이별과 동시에 떠난 여행에서 만난 곳이 김해다.

    처음 김해시 봉황동에 있는 한옥체험관에 여장을 풀었다. 안채와 사랑채 별채 사당 등 고적한 느낌이 드는 한옥체험관에 머물면서 저녁이면 시원한 바람을 쏘이며 대청마루에서 누워있다가 무료할 즈음이면 김수로 왕릉이 있는 수릉원의 조그만 연못가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초목도 바짝 말려버릴 것 같았던 한낮의 태양도 숨을 죽인 곳에서 가시연꽃이 그림처럼 피어난 정원도 바라보았다. 홀로 서서 연못에 핀 수련을 바라보고 있으니 김해가 사랑스런 도시로 다가왔다.

    김수로 왕릉을 둘러보면서 금관가야 시조인 수로왕의 비, 허황옥의 영원한 사랑이 새삼 다가왔다. 가야사 누리 길을 한바퀴 돌고 한옥 체험관을 마주보고 있는 ‘구하’라는 카페에 앉아 주인 지후(48) 씨로부터 ‘구하’라는 카페 이름이 구지가(龜旨歌)에서 된 연유를 알게 되고 김해 곳곳에 묻어있는 가야의 흔적들도 살펴보게 되었다. 그리고 멀리 아요디아의 여인으로 가야까지 험난한 사랑의 길목을 넘어온 허황옥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김해가 고품격 스토리텔링 도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나는 다시 호기심이 일었다. 걸음을 옮겨 수릉원에 세워진 허황옥 동상을 바라보았다.

    7월의 여름은 금세 내 몸을 삶아 버릴 듯 뿜어냈다. 얼굴이 달아올라 땀이 흐르고 숨이 턱턱 막혀 아무것도 볼 수도 없을 것 같았다. 뜨거운 여름 한낮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도 뜨거운 태양을 피하지 못했다. 땀방울 맺힌 내 시선은 무언가 찾아보려는 듯 애를 썼다.

    그리고 2000년 전 아련하고 우수에 찬 그녀의 눈동자에 머물렀다. 나는 오래전 굳어 버린 그녀의 표정과 깊은 눈 속에서 일반 여성에게서 찾기 힘든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아름다운 여심을 보기 시작했다.

    아요디아의 여인 허황옥 앞에서 말을 걸었다. 그녀는 아무 대답도 없이 먼 곳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걸음을 옮겨 그녀의 무덤 앞에서 끝나지 않은 김수로 왕과의 불가사의하고도 신비로운 영원한 사랑 이야기를 종이 책으로 엮고 싶었다.

    책과 여행은 모든 이들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실크로드와 차마고도를 넘어서는 아요디아에서 김해까지 ‘영원한 사랑의 길’을 따라 여행을 하고 그 길 위에서 아름다운 여행 이야기도 만들기로 했다.

    나는 고고학자도 역사학자도 아니다. 사진작가 역할을 해야 하고 글도 써야 한다. 그리고 어떤 조력자도 없이 홀로 그 길을 걸어야 한다. 이번 노정은 작가적 시점이나 고고학자 시점보다는 김해시 관광문화 콘텐츠 프로모터로 김해를 ‘아시아의 영원한 사랑의 도시’로 만들기 위한 첫발이다.

    이제 내게 김해시는 더 이상 교과서 속의 김해평야가 연상되는 도시가 아니다. 멀리 인도의 유프라테스(Euphrates)강에 위치한 아요디아부터 김해까지 이어지는 2000년 전의 영원불멸의 사랑이 있는 도시다. 난 오랜 대륙횡단 경험으로부터 나온 내 경험치를 믿기로 했다. 난 자신감 있게 출발점에 서기로 했다. 그 길을 개척하는 데 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이번 나의 답사여행을 통해 김해시가 영원한 사랑의 테마 도시, 정감 있는 도시,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 책임감도 느껴지면서 가슴도 설레고 두근거린다. 나는 길 위에서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며 행복한 여행자가 되어 김해로 돌아올 것이다.


    글·사진= 남기환 사진작가·여행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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