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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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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산청으로 떠나는 '힐링여행'

지친 그대에게 자연이 주는 선물

  • 기사입력 : 2013-10-10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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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행사장인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촌에서 관람객들이 구절초가 만개한 꽃길을 걷고 있다./김승권 기자/

    동의보감촌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귀감석에 몸을 붙여 기를 받는 기체험과 체질별 숲속 족욕체험을 즐기고 있는 관광객들.
    산청군 차황면 달음재에서 바라본 풍경.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김승권 기자/



    유난히 무덥던 지난여름도 이젠 가버리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단풍이 울긋불긋해지기 시작하고 하늘은 높아진다. 이맘때면 전국 어디를 가던 경이롭지 않은 곳이 없을 만큼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어디로 갈까.

    번잡하지 않고 머리를 식히고 싶은 여행길. 터벅터벅 걸으면서 바쁘게 지내온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 곳.

    결정했다.

    지리산 천왕봉을 품에 안은 산 좋고 물 맑은 곳 산청. 최근 세계전통의약엑스포까지 열리고 있다니 금상첨화다.

    산청은 ‘뫼 산(山)’과 ‘맑을 청(淸)’을 써서 ‘山淸’이라 부른다. 지금은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예전에는 산골 오지였던 셈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환경이 중요한 세상이 되면서 오히려 산청이 힐링지역으로 부상했다. 또 대전~진주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접근성도 좋아졌다.

    머리를 식히는 여행은 목적지를 정하는 것보다 무작정 발길 닿는 대로 떠나는 것도 괜찮다.

    창원에서 출발해 120㎞를 달려 1시간여 만에 읍내에 도착했다. 산청읍내는 평소에도 주민들 외에는 왕래가 잦지 않을 만큼 조용한 곳인데 마침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리면서 평일인데도 차들이 붐볐다.

    곧바로 엑스포로 갈까 생각하다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 같은 차황 황매산으로 향했다. 이곳은 봄이면 철쭉으로도 유명하고, 메뚜기 쌀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가을이면 메뚜기잡기도 열리는 곳이지만 사람들에게 덜 알려졌고, 숨은 비경도 많다. 산청읍내에서 차황으로 가는 길은 굽이굽이 도로를 따라 10㎞ 고갯길을 오르고 오르다 보면 달음재 정상이 나온다. 달음재 정상에는 천왕봉과 웅석봉, 황매산을 볼 수 있도록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웅석봉 아래 포근하게 안겨 있는 산청읍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 황매산에는 새로운 명소가 생겼다. 산골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아름다운 59호 국도를 따라 황매산을 가다 보면 남해 다랑논에 견줄 만한 차황 황매평전의 다랑논이 눈길을 잡는다. 곡식이 익어가며 황금물결이 넘실거리는 10월, 가을논은 수확을 앞둔 이때가 가장 아름답다. 산청군에서는 한눈에 다랑논을 볼 수 있도록 철재 구조로 전망대를 설치했다. 10여m 높이의 전망대에 앉아 황매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을 들이켜며 황금빛으로 넘실거리는 다랑논을 보고 있자니 시간이 멈춘 듯 쉬이 일어설 수가 없다.

    황매산이 눈앞이었지만 이번 여행에서 등산은 제외했다. 산청에는 지리산 천왕봉을 비롯해 웅석봉, 필봉산, 왕산 등 산이 많지만 산세도 험하고 짧은 시간에 다 둘러보기는 힘들다. 오르는 산도 멋있지만 멀리서 지켜보는 것도 힐링에는 그만이다.

    발길을 돌려 다시 산청읍내로 향했다. 외지 사람들은 이름난 관광명소만 찾아다니지만 읍내 한편에 있는 숨은 비경, 꽃봉산(731m)을 놓칠 수 없다. 산중턱까지 차가 오를 수 있고, 사방에서 올라올 수 있도록 산책코스가 마련돼 있다. 낮은 산인 만큼 20여 분 만에 정자가 있는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지금 정자는 낡아 붕괴될 위험 때문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상에는 망원경을 통해 경치를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냥 눈으로 휙 둘러보와도 산청읍내 전경과 경호강을 따라 굽이치는 내리 들판을 감상할 수 있다. 이현근 기자




    필수코스에 넣으세요,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지난 9월 6일 개막해 오는 20일까지 열리는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를 놓칠 수는 없다.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 기념과 한의약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산청 금서면 특리마을에 마련한 이곳은 산청엑스포 주제관을 비롯해 11개 전시관에서 동의보감과 세계전통의약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161만㎡의 공간에다 산을 깎아 만든 곳으로 정문에서 한방기체험장까지는 젊은이들도 지칠 만큼 경사가 졌다. 주최 측은 일반 관람객이 4시간 정도를 할애해 한방주제관에서 동의보감 박물관→산청약초관→통합전시관→한방기체험장→허준순례길→힐링타운→한방테마공원→한방체험관을 돌 수 있도록 했다. 일정이 바쁜 관람객을 위해 주제관→동의보감박물관→산청약초관→통합전시관→한방기체험장→한방체험장을 도는 2시간짜리 코스도 있다.

    하지만 힐링타운에서 체질 진단과 침을 맞고 마사지를 받는 의료체험이라도 하려면 1박2일 코스로 하루쯤 여유를 갖고 오는 것이 낫다.

    좀 더 색다른 체험을 하고 싶다면 허준순례길을 따라가다 체질별 숲속 족욕체험도 권할 만하다. 백두대간의 기가 모여 있는 기바위에서 듬뿍 기를 받았다면 한방기체험장을 나와 바로 뒤편 왕산자락을 따라 조성된 구절초단지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산자락을 타고 하얀 꽃천지를 보고 있노라면 꽃속에서 노곤한 낮잠을 즐기고 싶은 충동마저 생긴다.

    행사장까지 가는 길은 산청IC에서 5분 거리지만 주변 주차장이 번잡할 수 있어 산청IC 부행사장(운행거리 5.3㎞)이나 생초IC 임시주차장(운행거리 7.6㎞)에서 셔틀버스를 타면 정문까지 갈 수 있다.




    시간 나면 들러보세요, 산청9경·지리산 둘레길

    산청이 자랑하는 9가지 비경이 있다. 1경이 사계절 빛을 달리하는 지리산 천왕봉이다. 2경은 울창한 원시림이 감싸고 있는 대원사 계곡, 3경이 봄이면 분홍빛으로 물드는 황매산 철쭉, 4경이 왕산 자락에 가야국의 마지막 왕인 구형왕의 돌무덤으로 알려진 구형왕릉, 5경이 거울같이 물이 맑다는 경호강, 6경이 전통한옥이 그대로 남아 있는 남사예담촌, 7경이 조선시대 대성리학자 남명 조식선생의 유적지, 8경이 산사에서 구름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세상을 볼 수 있는 정취암 조망, 9경이 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동의보감촌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산청군의 군화(郡花)는 목화다. 고려시대 문익점 선생이 원나라에서 붓두껍에 목화 씨를 담아와 처음 목화를 재배한 곳인 현재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에 있는 목면시배유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나라 면화사업의 혁명을 일으킨 곳이 산청인 셈이다.

    바로 인근인 단성면 묵곡에는 한국 불교계의 큰 스님인 성철 스님의 생가와 성철 스님을 기리기 위해 불사한 ‘시간 밖에 있는 절’이란 뜻의 겁외사(劫外寺)가 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유명한 법어를 남긴 성철 스님의 깊은 뜻도 새겨 볼 만하다.

    지리산을 따라 둘레길이 생기면서 산청에도 금서면 수철마을에서 함양 동강마을에 이르는 다섯 번째 코스가 있다. 트레킹이란 말이 적당할 만큼 천왕봉을 보면서 걷는 길이다. 6·25 동족상잔의 비극이 남아 있는 ‘산청·함양사건 추모공원’과 가야 마지막 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구형왕릉, 동네 처녀를 사랑하다 상사병이 걸려 죽었다는 총각의 슬픈 전설이 있는 상사폭포까지 11.9㎞에 달하는 길 곳곳에 남아 있는 이야기를 더듬다 보면 4시간여가 후딱 지나간다.

    수철마을에서 경호강을 따라 어촌마을까지 14.5㎞ 구간은 여섯 번째 지리산 둘레길이다. 수철~동강 코스보다 이야깃거리는 적지만 눈에 보이는 경치 자체만으로 도보여행의 묘미를 느끼게 된다. 여름이면 경호강을 따라 줄지어 내려오는 래프팅족들의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고, 가을이면 경호강을 따라 병풍처럼 서 있는 웅석봉 줄기와 아기자기한 길이 5시간 동안 걸어야 하는 긴 거리지만 힘든 줄을 모르게 한다.

    물이 맑은 곳에만 서식하는 은어잡이도 산청에서 즐길 수 있다. 은어 보호를 위해 매년 5월 16일부터 8월 31일까지 108일간만 낚시가 허용되면서 일본 은어 낚시꾼들이 대거 찾고 있다. 하지만 이 기간 외에 은어를 잡을 때는 비싼 벌금 등 처벌을 받아야 하니까 주의해야 한다.



    여행팁. 먹을거리

    산청에는 흑돼지와 민물고기, 다슬기 등 향토 요리 식당과 약초를 이용한 약선요리 식당이 특색이 있다. 산청읍 옥산리에 있는 강변식당은 메기찜이 유명하다. 래프팅이 활성화되면서 여름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붐빈다. 굵직한 메기에 깻잎을 듬뿍 덮어 나온 매콤한 맛은 다시 찾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단성면 남사예담촌 내에 있는 예담촌은 돼지고기 수육과 딸기샐러드, 각종 나물, 들깨죽 등 건강식이 푸짐하다. 도시의 식당 맛에 길든 사람들은 처음 밋밋한 맛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지만 모든 조미료를 직접 만들어 쓰는 주인의 까다로운 음식 제조가 신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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