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05일 (토)
전체메뉴

[사람속으로] 장담그는 탁동열 김향숙 부부

“귀농도, 장맛도 인내해야 좋은 결과 얻는 것 같아요”

  • 기사입력 : 2013-10-11 11:00:00
  •   
  • 고성군 개천면 좌연리 좌이마을에서 친환경 재래식 장을 담그는 탁동열·김향숙 씨 부부가 된장과 간장이 숙성되고 있는 장독 앞에서 웃고 있다.


    정성과 인내. 고성에서 친환경 재래식 장을 담그는 귀농 부부, 탁동열(59)·김향숙(54) 씨는 이 두 가지 인품을 풍긴다. 깊은 맛을 간직한 간장과 된장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인 듯하다.

    농사를 해본 적 없이 무작정 귀농을 결정한 부부. 여러 가지 농사일을 해봤지만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귀농 후 먹고살기조차 어려웠고, 도시생활을 접고 가져갔던 돈만 계속 까먹었다. 귀농에 대한 이상을 품고 고성에 와 생활하면서 점점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귀농에 후회가 몰려왔다. 부부는 귀농 후 3년여 동안 미래에 대한 불확신 속에 힘들어했다.

    이 같은 회의감을 떨쳐준 것이 간장과 된장이었다.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급자족을 위해 시작했다. 친구, 손님이 올 때 내놓은 장맛은 칭찬을 받았고,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찾는 이가 많아졌다. 그러다 6년여 전 사업자 등록을 하고 본격적으로 장을 만들었고, 지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대박 아닌 대박’을 맞았다. 부부는 “간장·된장은 우리의 행복이 됐다”고 한다.


    ◆귀농 선택, 그러나…

    고성군 개천면 좌연리 좌이마을 안쪽에서 ‘개천된장’을 운영하고 있는 탁동열·김향숙 부부는 2004년 귀농을 결심했다. 이전에는 창원시 의창구 신월동에서 철재판매업을 하던 사업가였다. IMF 이후 사업 규모도 점점 줄어들면서 도시생활에 회의가 느껴졌다. 갑작스럽게 귀농을 결정한 것은 한 지인의 강의 때문이었다.

    “창원시 성산복지회관에서 이병철 경남생태기능학교 본부장의 강의를 듣고 농촌에서 또 다른 삶을 살고 싶어졌어요.”

    부부는 이 본부장의 귀농에 대한 설명을 듣고 농촌에서의 ‘이상적 꿈’을 갖게 됐다. 합천, 고성, 함양, 거창 등 경남 일대 농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귀농할 장소를 물색했다. “여기 고성 좌이마을이 인연이 되려고 했는지 아주 포근했어요.”

    부부는 오래된 초가집을 수리해 귀농생활을 시작했다. 주거시설이 좋지 않아도 마음은 편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따로 있었다. 농사일을 해 본 적 없이 무작정 귀농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 어려울 게 있나 생각하고 벼농사부터 밀, 고추, 마늘 등 농사를 지어봤지만 먹고살기도 빠듯했다.

    “나름 준비됐다고 생각해서 귀농했는데 농사에 전혀 지식이 없었어요. 귀농 2년 동안 남편하고 엄청 싸웠어요. 가지고 왔던 돈마저 바닥이 났어요. 무엇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잘하는 것을 하자”

    귀농 2~3년을 그렇게 허비했다. 그러던 중 김향숙 씨는 친정엄마 손맛을 배우면서 장에 재미를 붙였다. 친구 또는 손님들이 올 때 장을 내놓으면 칭찬을 많이 받았고 더 신이 났다.

    “그때 생각이 들었죠. 장을 아이템으로 하자고. 다들 맛있다고 하니 내가 잘하는 것을 하면 되겠다 생각했죠.”

    김 씨는 장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물론 친정어머니의 전통 비법을 그대로 전수받으면서 따로 공부를 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나 2008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간장·된장업에 뛰어들었다. 많이 팔기 위해서보다 가장 맛있는 장을 만들어볼 생각뿐이었다. 영업은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 부부의 장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몰렸다.

    “따로 판매를 하는 곳은 없어요. 대부분 우리집을 찾아와서 사가고 있죠. 한 번 맛을 본 사람들이 우리 간장·된장의 영업사원인 셈이죠. 입소문이 나니까 또 다른 사람들이 오더라구요. 직거래로 판매를 하는데도 만든 간장·된장은 다 소비가 되고 있어요. 작년에는 없어서 팔지 못했어요. 매출 금액을 보면 대박이 아니지만 만족을 보면 대박이라 볼 수도 있겠죠. 하하~”


    ◆비법은 기다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많이 생각했어요. 전통 방식의 친정엄마 손맛을 내맛으로 내는 게 살 길이라 여겼죠.”

    부부의 비법은 다름 아닌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개천된장 입구 간판에 ‘자연 속에 연꽃을 피우듯! 기다림의 숙성’이라는 문구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장 담그는 과정을 물었다. 10월 말~11월 초에 합천 등지에서 구입한 콩으로 메주를 쑨다. 옥상 비닐하우스 건조장에서 발효를 한 후 정월 말에 소금물을 채운 장독에 메주를 띄운다. 이후 10개월을 기다렸다 간장과 된장을 분리해 또다시 6개월을 숙성시킨다. 부부의 간장·된장 판매는 최소 1년 6개월에서 2년이 되어야만 가능하다.

    “시중 간장·된장은 보통 100일 만에 간장을 뜹니다. 우리도 100일 만에 뜨려고 했는데 친정엄마가 ‘올해 한 해만 할 거면 장을 뜨고, 평생 업으로 할 것이라면 10개월을 있다 하라’고 해 전통식을 이어오고 있어요. 우리 방법이 가장 좋다고 말하진 못하겠지만, 이 방법이 맛있다고 생각해요. 장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죠. 세월이 가야 제대로 된 맛이 나니까요.”

    부부는 장을 많이 담그지도 않는다. 한 해 40㎏짜리 콩 40포대를 넘지 않는다. 도와줄 사람도 없는 데다 양이 많으면 맛도 나지 않아 소량만을 고집할 계획이다.


    ◆“나를 발견해준 간장·된장”

    부부는 장업을 하게 된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간장·된장이 없었다면 귀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기에….

    “간장·된장을 통해 또 다른 우리를 발견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귀농 삶의 질이 정말 좋아졌죠. 더 정확히 친정엄마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입니다.”

    부부는 귀농을 적극 추천하지는 않는 분위기이다. 좋은 점과 나쁜 점 양면성을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귀농에 대한 여운을 남긴다.

    “무모하게 귀농하면 갈등의 시간이 길어져요. 계획을 세우고 오면 수월하겠죠. 하지만 계획을 세우다 보면 귀농을 하지 못할 수도 있죠.”


    글= 김호철 기자·사진= 김승권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승권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