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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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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출산으로 끊긴 취업끈, 전문기술로 잇는다

■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 기사입력 : 2013-10-11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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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CNC선반실에서 경력단절여성들이 기계 조작법을 배우고 있다./성승건 기자/


    ‘경력단절여성’은 주로 결혼, 출산 및 육아 등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을 의미한다. 이들 여성이 많으면 많을수록 개인은 물론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경력단절여성을 얼마나 재취업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국가경쟁력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취업 교육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와 경남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의 협조를 받아 프로그램과 내용에 대해 알아본다.


    ◆ 경력단절여성들의 도전기

    창원의 대진닛불산업에서 일하고 있는 김순옥(53) 씨는 20년이라는 경력단절을 슬기롭게 극복했다. 김 씨는 1978년 경남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마산수출자유지역 노무과에서 7년간 일했다. 하지만 결혼 이후 아이를 갖게 되면서 1999년 퇴직했다. 첫째 아이가 5살, 둘째 아이가 4살이 되던 해에 우유 배달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련이 닥쳤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던 남편이 공장을 차린 지 1년 만에 망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 직후 김 씨도 갑작스럽게 뇌경색을 앓았다. 다행히 재활치료를 통해 정상으로 돌아왔고, 2007년부터 다시 우유 배달을 했다. 김 씨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나중을 위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에서 여성자동제어조립과정에 지원했다. 300시간의 교육 이수 후 김 씨는 현재의 직장에서 기계가공용 장비의 유압호스 제작을 위해 호스를 커플링에 삽입해 압축한 후 포장하는 일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전기와 전자, 기계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던지라 힘든 과정이지만 다행히 교수님과 동료 교육생들과의 좋은 관계를 통해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며 “기술을 배워 성공적으로 취업해 일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에 여성특수용접과정을 마친 조은영(46) 씨도 “다시 기술을 배우려고 도전한 것이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했다. 조 씨는 1999년 마산대학교 치위생과를 졸업했다. 어려서부터 꿈이었던 간호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졸업 후 간호사로 병원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결혼 이후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2004년 병원을 떠나게 됐다. 게다가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조 씨는 두 아이의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폴리텍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여성특수용접과정에 지원해 교육을 받았다.

    “처음에는 여자가 용접을 배운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걸 안하면 살아갈 수 없다는 심정으로 노력했습니다.” 그는 교육 수료 후 S&TC의 협력사인 (주)동화건업에 여성 용접사로 취업했다. 취업 후 처음 3개월 동안 현장 사람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그라인더 작업만 했다. 너무 힘들고 지치는 일이었지만 TIG 용접을 잘하면 인정을 받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때문에 남들보다 1시간 빨리 출근하고 1시간 늦게 퇴근하며 연습했다. 그리고 입사 9개월 후 TIG 용접 6G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장 사람들의 반응과 급여 대우도 좋아졌다. 4년 정도 경력을 갖춘 조 씨는 “두 아들을 교육시키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주인공으로 살고 있는 것이 가장 보람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지는 것이 인력난의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고등교육 이수율이 월등히 높은 우리나라는 25~29세가 본격적으로 취업을 시작하는 나이다. 이 시기 우리나라 여성고용률은 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13개국 평균(74.4%)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30대로 접어들면서 격차는 크게 벌어진다. OECD 상위 13개국은 여성고용률이 30~34세 76%, 35~39세 77.3%의 상승세를 유지하지만, 우리나라는 30~34세에 54.8%, 35~39세 54.1%로 급격히 하락한다. 상당수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력단절여성은 197만8000여 명에 달한다. 경력단절여성은 재취업이 쉽지 않다. 기업으로서는 당장 쓸 인재가 필요한데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채용하기가 부담스럽고, 여성 입장에서도 육아·가사 등 달라진 환경에 맞는 일자리가 필요하지만 그에 부합하는 일자리는 많지 않다. 때문에 여성 고용률을 높여주며 과도한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떠오르고 있다. 또 애초부터 여성이 경력단절을 겪지 않고 꾸준히 일할 수 있도록 육아의 책임을 남성과 사회가 나누는 합리적인 양육 모델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교육 내용

    여성가족부는 폴리텍 대학과 연계해 그동안 여성 진출이 어려웠던 분야의 여성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기술 과정’을 운영하고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경력단절이 오래될수록 예전의 업무 능력만으로는 직업을 얻기 힘들기에 전문기술과정을 통해 새로운 자격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재취업 교육은 경력에 상관없이 누구나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다.

    올해 진행된 주요 과정을 살펴보면 △법률사무원 양성과정 △전산세무회계 전문가과정 △CAD사무원 양성과정 △단체급식조리원 양성과정 △중소기업 R&D지원 전문가과정 △중소기업 무역회계실무자 양성과정 △부품검사 및 품질관리과정 △총무회계 실무자과정 △자동화장비설계인력 양성과정 등이다.

    내년 여성직업 훈련 과정은 무역회계·총무분야를 비롯해 단시간 여성 일자리 발굴 수요조사 및 신규 직업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다양한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관련 문의는 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산학협력단(☏ 260-1110), 경남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 286-1671~4)로 하면 된다.





    /인터뷰/박희옥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학장

    여성의 일·가정 양립할 수 있도록 인적관리시스템과 유연근무 필요


    박희옥 한국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 학장은 “경력단절여성이 가사와 일을 양립할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는 인적관리 시스템 도입을 기업에서는 근로시간의 유연성 등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력단절여성의 생산능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숙련이 될 때까지 선배들의 멘토링을 통해 적응과 자긍심을 심어줘야 한다”며 “대학은 경력단절여성의 실업문제 해소를 위해 지역산업현장의 맞춤형 여성인력을 양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박 학장과의 일문일답.

    -폴리텍대학은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지난 2009년부터 여성부 산하 경남여성새로일하기본부와 협력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성특수용접과정, CAD사무자동화과정, 여성부품검사 및 품질관리과정 등을 통해 많은 여성들이 취업하고 있으며, 앞으로 여성들을 위하면서 기업에도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할 생각이다.

    -경력단절여성 채용 시 배려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경력단절여성의 애로사항은 유연근무를 할 수 있는 배려가 적다는 점이다. 야간작업의 선택, 근로시간의 유연성, 시간제 근무 등 가사와 일을 양립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여성들이 일과 가사에 충실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배려해 줬으면 한다. 또 적응하고 숙련될 때까지 후견인 등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여성이 재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경력단절여성들이 다소 두려움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기초부터 배운 뒤 전문분야에서 우뚝 설 수 있는 노력이 요구된다. 기계가공에서 정밀측정까지 여성들도 노력하면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기에 남성과 여성의 틈새시장을 노려볼 만하다.

    -경력단절여성 교육 중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경력단절여성들 가운데 생활이 어려운 교육생이 너무 많다. 이들이 마음의 안정을 갖고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기업체에서도 1년 정도 정책적인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 외적인 부분이지만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임신부터 출산, 양육, 유치원, 방과후 학교까지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폴리텍대학 창원캠퍼스가 갖고 있는 강점은.

    ▲40년 동안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필요한 핵심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국책대학으로, 취업률도 3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현장 맞춤형 교육시스템이 정착된 만큼 입학이 곧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교육도 맞춤형이다.

    김정민 기자 jm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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