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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34) 하동 악양면 평사리들판

너른 품에 안긴 노란 가을
가을색 칸칸이 내려앉은 들녘은 바라만 봐도 평안하고
두 그루 소나무 부부송과 맑은 동정호는 낭만을 더한다

  • 기사입력 : 2013-10-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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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군 악양면의 평사리 들판에 동정호와 부부송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가을걷이를 앞두고 들녘이 황금색으로 물결 치고 있어 노란 유화를 보는 듯하다./전강용 기자/


    늘,

    지나치지 못하고

    뒤돌아서게 하는 풍경


    막 자리를 잡은 파란 모들과

    어우러진 몇 마리 백로

    평사리 들판 참 평안하시다


    들판 가운데 두 그루 소나무

    평사리를 평사리답게 만들어 주는

    늘 푸른 배경이다


    그대의 평안을 위해

    나도 저 소나무 같은

    늘 푸른 배경이 되고 싶다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인호 시인의 ‘평사리 풍경’이란 제목의 시 전문이다.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말만 들어도 문인과 작가 지망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이제 평사리는 그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모든 이들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게다가 평사리는 고요히 흐르는 섬진강을 끼고 있어 찾는 이들의 마음을 내려놓게 하고 있다. 도내에서 유일하게 면 전체가 국제슬로시티에 가입돼 있는 악양면의 중심은 평사리들판과 최참판댁이다.

    계절이 점점 깊어지면서 황금빛으로 물들어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가을의 평사리들판을 더 이상 어떻게 형용할까.

    섬진강변에는 편안한 쉼터인 평사리공원이 있다. 공원에는 너른 잔디밭과 주차장, 해학 넘치는 장승동산, 파고라, 시비, 노래비 등이 있어 한나절 쉬어가기에 참 좋은 곳이다. 또 섬진강변의 은빛 모래밭을 맨발로 걸으면 왠지 여유로워진다.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최참판댁에서 자그마치 273만㎡에 이르는 평사리들판(일명 무딤이들)을 바라만 봐도 어머니 품속에 있는 듯 평안하기만 하다.

    평사리들판의 한복판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장승처럼 서 있다. 이들 소나무가 없다면 그 넓은 들녘의 허허로움을 어찌 채울까 싶을 정도로 멋진 형상을 하고 있다. 봄에는 싱그러운 청보리밭, 가을에는 황금빛 들녘과 어우러진 두 그루 소나무는 ‘토지’의 주인공 서희와 길상처럼 다정하게 서 있어 ‘부부송’으로 불린다.

    평사리들판의 한쪽에는 ‘동정호’가 있어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중국 악양의 동정호와 흡사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동정호. 지난 1974년 국도가 개설되고 평사리들판이 조성되기 전에는 지금의 동정호에도 섬진강 물이 들어와 원형조차 알아보기 어려운 늪으로 변했으나 지금은 복원사업이 마무리돼 옛 모습을 되찾으며 아름다운 호수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최참판댁은 평사리들판과 함께 섬진강의 물길이 한눈에 들어오는 상평마을의 언덕배기에 자리 잡고 있다. 박경리 선생이 26년 동안 집필한 ‘토지’ 속의 최참판댁을 고스란히 재현해놓은 이곳은 14동의 한옥에서 조선 반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사시사철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입구에는 TV 드라마 ‘토지’의 오픈 촬영장으로 활용된 토지마을의 초가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정감 넘치는 옛날의 시골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최참판댁 옆에 있는 ‘평사리문학관‘과 ‘전통문화전시체험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최참판댁에서는 작품 ‘토지’를 기리기 위해 매년 가을이면 토지문학축제가 열린다. 올해도 지난 11~13일 ‘평사리의 너른 품, 문학을 품다’라는 주제로 ‘2013 토지문학제’가 열려 성황을 이뤘다. 또 9월에는 소설가 나림 이병주(1921~1992)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이병주하동국제문학제’가 열려 하동을 ‘문학의 수도’로 불리게 하고 있다.

    ‘토지’의 무대는 최참판댁과 평사리들판에 한정돼 있는 게 아니라 이를 감싸고 있는 악양면 전체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함께 품고 있는 악양면은 삼신봉에서 흘러내린 산줄기가 시루봉에서 두 갈래로 나뉘어 평사리들판과 30개 마을로 형성됐다.

    특히 악양면은 지난 2009년 국내 5번째, 세계 111번째로 국제슬로시티에 가입된 ‘느림의 본향’이다. 최참판댁과 가까운 곳에는 한산사와 고소산성이 있다. 한산사는 중국의 한산사를 본뜬 사찰로 일주문과 사천왕문이 없다. 다만 두 개의 돌기둥 사이로 난 좁은 해탈문이 있다.

    한산사에서 산길을 따라 20분가량 오르면 고소산성(사적 제151호)에 이른다. 산성의 성벽 위에 올라서면 평사리들판뿐만 아니라 지리산과 백운산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산성에서 능선길을 타고 신선봉을 거쳐 해발 1115m의 형제봉에 오를 수 있다. 형제봉은 우뚝 솟은 봉우리가 마치 우애 깊은 형제를 닮아 붙여진 아름이다. 매년 4~5월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올라 산봉우리 전체를 붉게 물들인다.

    상신마을에 가면 조씨고가와 돌담길을 만날 수 있다. 소설 ‘토지’에 나오는 최참판댁의 실제 모델인 집으로 알려져 있다. 160년 전, 소나무를 쪄서 16년 동안 지었다는 이 집은 ‘조부잣집’이라 불린다. 남아 있는 안채 건물은 옛 영화를 간직한 채 있어 마치 ‘토지’ 속의 최참판댁을 보는 듯하다.

    악양면에는 유난히 돌이 많아 집 안팎의 담벼락뿐만 아니라 다랑논도 돌을 쌓아 만들었다. 돌은 돌대로 쌓고, 돌을 걸러낸 척박한 땅에는 감나무와 밤나무를 심고, 차밭을 일궜다. 11월 초 평사리공원에서는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하동의 특산품인 대봉감 축제가 열린다. ‘과실 중의 으뜸은 감이요, 감 중의 으뜸은 대봉감’이라 할 정도로 하동 대봉감은 감칠맛이 난다.

    이 외에도 악양면에는 매암차문화박물관, 대봉감으로 유명한 대축마을에는 문암송과 십일천송이 있고, 악양면 전체를 굽어보는 구재봉, 아름다운 숲속의 휴식공간인 취간림, 남명 조식 선생이 넘었던 회남재 등이 있고, 이 모든 곳에는 스토리가 숨어 있다.

    힐링의 땅, 악양은 사색과 느림의 땅이다.


    ◆슬로시티 악양의 걷기 코스

    △1코스= 평사리 삼거리→ 최참판댁 입구→ 최참판댁→ 한산사→ 고소산성→ 한산사→ 고소산성 입구(5.8㎞)

    △2코스= 매암차문화박물관→ 조씨고가 입구→ 조씨고가→ 상신마을 돌담장길→ 노전마을 삼거리→ 노전마을 입구→ 노전마을회관→ 십일천송→ 노전마을 삼거리→ 취간림(7.4㎞)

    △3코스= 대봉감마을→ 문암송→ 만수당→ 공설시장→ 취간림→ 매암차문화박물관→ 최참판댁→ 부부송→ 동정호→ 평사리 삼거리(8.9㎞)

    △4코스= 악양삼거리→ 악양루→ 개치마을→ 미동마을→ 매화나무길→ 삼거리→ 활공장(4.4㎞)

    △5코스= 평사리공원→ 평사리 삼거리→ 동정호→ 부부송→ 최참판댁→ 대봉감마을→ 문암송→ 악양삼거리(7.8㎞)

    △6코스= 매암차문화박물관→ 노천마을 삼거리→ 매계마을 입구→ 비포장도로 시작점→ 회남재(10.7㎞)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에서 순천 방향으로 달리다 하동IC로 진입, 곧바로 하동·구례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고전면을 지나 하동 방면으로 섬진강을 낀 국도 19호선을 10분가량 가면 하동읍에 도착한다. 하동읍에서 같은 도로를 15분 정도 달리면 평사리공원에 도착한다. 평사리공원에서 최참판댁까지는 5분 정도 소요된다.

    정기홍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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